[권상집의 인사이트] 김범수와 김봉진이 문을 연 착한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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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김범수와 김봉진이 문을 연 착한 자본주의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2.2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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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창업한 김봉진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소식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화제를 낳았다.

국내 배달앱 분야의 독보적 1위 배민을 운영한 김봉진 의장의 추정 재산은 1조원대. 세계적 부호들만 가입할 수 있는 글로벌 기부클럽(The Giving Pledge) ‘더기빙 플레지’의 첫 번째 한국인으로 그의 이름은 기록되었다. 

김봉진 의장은 국내 벤처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주류가 아니다.국내 벤처의 핵심은 지난 20년간 게임·포털이었고 주로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이공계 인력들이 벤처 신화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자라며 평범한(?) 학력을 지닌 그가 벤처업계에서 또 다른 신화를 만든 것에 대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저평가한 이도 많았다. 

김봉진 의장은 세간의 평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SBS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의 노력과 투자도 인정해야 한다며 사회에서 그들과 동일한 출발점을 주장하는 건 역차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수많은 성공을 이룬 후에도 그는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 운이 좋았기에 더 많은 이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범수와 김봉진의 기부, 왜 특별한가 

김봉진 의장에 앞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 역시 재산의 절반 이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한게임과 네이버, 카카오 등 손대는 사업마다 국내 IT기반을 뒤흔들었던 그는 이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CEO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한 대다수 경영자와 달리 그는 직접 솔선수범이 무엇인지 대중에게 보여주었다.

두 의장의 기부가 국내에서 부각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전에도 경영자들의 기부 행렬은 꾸준히 있었다. 다만, 개인 재산이 아닌 회사의 자본을 토대로 사회공헌 재단을 설립, 운영했기에 기부의 의미가 퇴색된 경우가 많았다. 법인의 재산과 자연인(개인)의 재산이 다르다는 점에서 경영자의 기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일부 있었다.

둘째, 지금까지 일부 대기업도 사회 환원을 약속했지만 자발적으로 사회 환원을 약속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로 검찰 수사, 여론 악화를 무마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기부를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내세운 사회 환원에는 착한 자본주의로 포장한 나쁜 자본주의, 그야말로 또 다른 의미의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불명예가 따랐다.

이런 면에서 김범수와 김봉진 의장이 보여준 기부는 자기 재산을 토대로 자발적으로 기부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사회적 책임, 공유가치 창출, ESG(환경과 사회,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등 수많은 구호를 기업들이 외쳐왔지만 이번만큼 경영자가 직접 공유가치 창출이 무엇인지 보여준 경우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봉민 우아한형제들 의장 부부. 사진=연합뉴스

착한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새로운 역병의 공포에 휩싸이자 빌게이츠는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을 포함 지금까지 자신의 사회공헌 재단을 통해 1조 9000억원의 재산을 기부했다. 그는 지난 2010년 기부 선언(Giving pledge)운동을 통해 미국 내에서 기부 흐름을 적극적으로 주도했으며 미국의 400대 부자를 대상으로 재산의 50% 기부를 끊임없이 호소해왔다. 

물론, 빌게이츠가 미국에서 기부 흐름을 조성한 독보적 인물은 아니다. 이미 미국은 20세기 초부터 록펠러, 카네기 등의 전설적 기업가가 기부 문화를 만들어왔다.

미국은 여전히 더 많은 젊은이들이 기업가가 되기 위해 꿈을 꾸고 있고 반기업 정서도 강하지 않다. 바로 기업가들이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양극화 해소에 목소리를 내고 이를 주도해온 탓이다.

2010년 빌게이츠 중심의 기부 운동이 미국에서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착한 자본주의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자본과 권력의 유착관계에 의한 부정 부패가 관행처럼 이루어지자 자본주의를 좀 더 도덕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실행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에도 이에 대해 면밀히 검토, 실행한 기업가나 정치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적 기업, 공유가치 창출(CSV), 사회적 책임(CSR) 등은 착한 자본주의의 물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모두 일회성 이벤트로 종료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김범수와 김봉진 두 의장이 선언한 사회 환원 기부는 국내에서 종적을 감춘 착한 자본주의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김범수, 김봉진 두 의장이 기부할 금액이 어디에 어떤 용도로 쓰일지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들의 기부 소식에 많은 사람의 기대와 희망이 섞인 만큼 신중히 고민하되 반드시 사회적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에 쓰여졌음 하는 바람이다. 게릴라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착한 자본주의의 명맥을 잇는 단초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들의 기부 소식에 관한 댓글을 살펴보면 아직도 두 경영자의 기부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경영자 또는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탐욕적 자본주의가 어느덧 대중의 머리에 정상으로 각인되었고 착한 자본주의는 드라마에서나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두 경영자가 착한 자본주의의 문을 열었으니 더 많은 경영자가 그 문에 성큼 들어오길 바란다. 경영자들의 솔선수범이 이어진다면 반기업 정서도 어느덧 친기업 정서로 한 발짝 더 그들 곁에 다가올 것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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