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넥슨과 넷마블의 파격적 연봉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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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넥슨과 넷마블의 파격적 연봉 인상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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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지난 1일 넥슨이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한다는 소식은 업계를 불문하고 화제가 되었다.

기업이 신사업과 인수합병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소식은 익히 들었어도 재직 중인 모든 임직원의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한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넥슨이 주도한 연봉 인상에 질세라 경쟁사 넷마블도 전 직원 대상 800만원 연봉 인상을 결정했다.

넥슨과 넷마블은 올해 신입사원 초임 연봉을 나란히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확정했다. 국내 대기업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신입사원 연봉임엔 틀림없다.

게임 분야를 포함 IT업계에서 우수인재 유지 및 스카우트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전 직원 연봉인상을 결정한 두 기업의 행보를 지켜 본 다른 기업은 좌불안석일 것이다.

넥슨의 연봉 인상에 신속하게 대응한 넷마블 

일단 연봉 인상의 포문은 제일 먼저 넥슨이 열었다. 넥슨은 이정헌 대표가 직접 체계적인 연봉 인상을 토대로 인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을 절감한 모든 직원에게 보상 차원의 성과급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게임과 무관한 이슈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넥슨의 이번 조치가 인터넷상에서 종일 화제가 된 이유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경쟁사 넷마블이 곧바로 전직원 연봉 800만원 인상을 결정했다. 넷마블과 개발 자회사 구성원 수가 총 35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연봉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만 갑자기 280억원이 치솟는 셈이다. 이외에도 추가로 월별 10만원 상당의 복리후생 포인트를 제공하는 후속 조치를 단행, IT업계 연봉 인상 전쟁에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넥슨은 그간 게임개발보다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그리고 부실한 게임개발력이 종종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넷마블 역시 과거 ‘구로의 등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지나친 성과주의 추구로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받았다. 연봉 인상과 함께 복리후생 제도 개선까지 나서는 두 기업의 인재경영 행보가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게임업계 선두를 달리는 두 기업의 연봉 인상은 IT업계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업계 최고의 게임개발력을 보유한 엔씨소프트와 소프트웨어 역량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연봉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두 기업의 연봉 인상이 초특급 이슈가 되었기에 삼성전자까지 고민에 빠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게임업계 선두주자인 넥슨과 넷마블이 대폭적인 연봉인상을 결정하면서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김정주 넥슨 창업주(왼쪽)과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각사

연봉 인상 전쟁이 인재육성 전쟁으로 이어지길

직장인들은 두 기업의 연봉 인상 소식에 대해 대부분 환호하는 모습이다. R&D투자와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직장인들의 애사심 정도는 자신의 두둑한 봉급과 비례한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역대 최고의 CEO라는 평가까지 쏟아진 댓글을 보면 국내 기업이 얼마나 구성원들에 대해 무신경했는지 알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부터 올해 내내 기업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워낙 많은 기업이 대규모 인력 조정을 하고 있기에 언론에서도 구조조정 이슈는 이제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할 정도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람을 내보내는 상황에서 넥슨과 넷마블이 어찌되었든 연봉 인상을 통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그리고 재계에서 화제가 된 건 칭찬할 부분이다. 

다수의 학자들은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연봉 인상 등 금전적 보상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임직원의 연봉을 늘 비용 관점으로 바라보며 구성원들에게 인건비 절감만을 외쳐온 기업이 다수인 상황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그런 면에서 넥슨과 넷마블의 연봉 인상이 인재 경영을 위한 신선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연봉 인상을 했다고 해서 임직원들이 모두 만족한다고 오해해서는 금물이다. 돈을 많이 줄수록 성과를 낸다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은 이미 구식 경영의 대표적 패러다임이 된지 오래다.

연봉 인상 경쟁에서 더 나아가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유연문화의 확대, 구조조정보다 인재 유지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인재육성 전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넥슨과 넷마블은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인 연봉 인상을 바탕으로 인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인사관리 차원의 방향성을 이미 공언한 상황이다.

‘인간존중 경영’, ‘인재 중시’라고 경영자들이 외치기는 쉽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조직이 어디인지 예를 들어보라고 하면 그 어떤 직장인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선뜻 얘기하지 못한다. 

인간존중 경영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필자 역시 항상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들 때가 많다. 이제 더 많은 국내 기업이 연봉 인상을 넘어 인재를 중시하는 다양한 모범 사례를 더 많이 만들고 확산해주길 희망한다.

어려운 시기, 사람부터 내보내는 기업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갈 리 없다. 그 사람이 특히 역량을 지닌 우수 인재라면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불경기는 비용 절감의 기회가 아닌 인재 육성을 위한 기회이다.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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