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경제와 안보의 핵심 패권, 반도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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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경제와 안보의 핵심 패권, 반도체 전쟁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5.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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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21세기 안보 패권은 경제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 및 유럽, 중국은 최첨단 무기를 통해 국력을 자랑하지만 사실 이들 간의 전쟁은 국방에서 경제로 전환된 지 오래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에 관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를 강조하며 자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육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중국 역시 자국의 반도체 산업 전폭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모든 파괴적 혁신의 핵심 아이템으로 반도체가 손꼽히기 때문이다. 국

내 기계산업을 연구하는 한국기계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분석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기계장비 및 자동차까지 모두 전자장비로 전환되는 변혁의 상황에서 반도체는 필수이다.  

쩐의 전쟁이 된 반도체 패권 경쟁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으로 인해 관심을 받는 기업은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핵심성장 축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매출이 여전히 반도체보다 높지만 지난해 스마트폰 부문 매출은 100조원을 돌파하지 못해 지난 5년 간의 수치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갤럭시S는 애플과 중국 기업의 압박 속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있다.

이를 감안,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회사의 중장기 전략 초점을 반도체 육성에 두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13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경쟁사에게 시스템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 것을 공개적으로 선포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큰 시스템 반도체는 현재 미국과 중국도 사활을 걸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에서 주목 받는 수혜기업은 대만의 TSMC로서 반도체 위탁생산(이하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의 절대 강자이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실내용 전자기기 수요의 증가, 5G 시대 본격화 및 미·중 무역 대립으로 인한 중국 수요처의 주문량 증가로 파운드리 분야는 지난해 전년 대비 23.7%의 성장을 기록했다. 참고로, 올해도 6%의 성장이 예상된다.

TSMC는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올해만 31조원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반도체 강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강조하며, 지난 3월 200억 달러(23조원)를 투자하여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신설하겠다고 선언했다. TSMC도 질세라 지난 4월, 3년간 1000억 달러(113조원)를 투자, 반도체 생산능력 역량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선언이 무색해질 정도로 반도체 패권을 향한 쩐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TSMC 점유율(56%)의 1/3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가 우위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과 대만 업체의 설비투자 강화가 이어지고 있어 메모리 분야의 우위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강화라는 정부 정책을 토대로 삼성전자에게 현재 같은 편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주요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에서 가장 큰 시장인 두 국가의 강압적 요구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가 최근 외교력과 협상력을 동원하여 국내 반도체 기업과 함께 이 위기를 헤쳐나가겠다고 선언한 이유이다. 

지난달 열린 글로벌 반도체업계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 꺼내든 바이든 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중장기 관점의 반도체 인재 육성만이 살 길

반도체는 인재의 기술력에서 판가름 나는 분야다. MIT 등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을 보유한 미국과 1년에 수십만의 우수인재가 이공계로 향하는 중국이 반도체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건 10년간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면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중국으로의 반도체 인재 이탈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미국의 인텔과 대만의 TSMC 못지 않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반도체 분야에 필요한 우수 인재가 많지 않다는 점을 늘 호소하고 있다. 2년 전, 연간 수십억의 자금 지원을 삼성전자가 내세웠지만 서울대는 특정 기업을 위한 인력 양성소는 곤란하다는 이유로 반도체학과 신설을 무산시켰다.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산학협력이 부담스럽다면 정부가 직접 산업계와 학계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은 최소 대학원(석사)은 졸업해야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에 중장기적 협력이 요구된다. 산학협력으로 뛰어난 독일은 대학과 기업이 아닌 산업계와 학계의 네트워크로 제조업 경쟁력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자금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다. AI, 빅데이터 이전에 시스템 반도체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는 기업의 호소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타개하려면 시스템 반도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지금보다 더 많이 교수로 대학에서 채용하고 이들을 토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인재를 선발, 육성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안보의 주요 사안으로 반도체를 콕 집어 선택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가 국가안보에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인재가 풍부한 미국과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신규 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람이 미래고 사람이 먼저’인 분야는 반도체이다.

인재 육성에서 밀리면 경제도 안보도 지켜내기 어렵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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