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국내 콘텐츠 업계에 필요한 중국 자본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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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국내 콘텐츠 업계에 필요한 중국 자본 경계령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4.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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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국내 콘텐츠 업계는 지상파, CJ ENM, 카카오, HYBE를 비롯한 주요 엔테테인먼트 기획사들이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한다.

K-POP과 BTS로 대변되는 국내 콘텐츠의 인기는 이미 일본, 중국, 동남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수의 엔터테인먼트산업 연구도 콘텐츠 힘의 이동이 미국에서 이제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미 국내 콘텐츠 업계의 리딩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기업들과 자본 동맹을 맺고 새로운 게임, 드라마,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기 종영된 SBS의 '조선구마사'는 중국 자본에 종속된 국내 콘텐츠 업계의 실상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텐센트 비롯한 중국 자본, 국내 콘텐츠에 스며들다

국내 콘텐츠 업계에 가장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바로 중국의 IT기업 텐센트가 첫 손에 꼽힌다.

드라마·영화보다 중국 자본의 입김에서 특히 자유로울 수 없는 영역은 바로 국내 게임업계다. 참고로 텐센트는 국내 선도 기업인 카카오, 블루홀, 넷마블 등에 수 차례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YG엔터테인먼트와도 최근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텐센트가 국내 게임 및 콘텐츠 리딩 업계인 넷마블과 카카오톡의 3대 주주라는 점은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텐센트는 올해 초 국내 최대 게임기업인 넥슨 인수합병을 모색한다는 기사가 다시 나와 국내 게임업계의 우려와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슈퍼셀을 포함 7개 기업에 무려 235억 달러(한화 기준 26조 5000억원)를 투자한 큰손이다. 

문제는 텐센트 등 중국 자본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 투자되는 순간 그들의 입김을 통해 우리의 콘텐츠가 완전히 통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부터 중국 자본에 대한 콘텐츠 종속, 국내 고유의 기술력 및 인재 유출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었지만 정부 및 산업계에서 중국 자본 침투에 대해 진지한 대책을 수립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는 6월 방송될 JTBC 드라마 '설강화' 역시 지난해 12월 JTBC스튜디오가 중국 텐센트로부터 1000억을 투자 받았기에 이들의 통제 속에서 얼마나 고유의 콘텐츠가 나올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올해 tvN에서 방영될 전지현 주연, 김은희 작가의 작품 '지리산'의 글로벌 방영권 역시 중국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가 소유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한중 갈등’ 사태 이후 한한령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K-POP, 예능, 영화 등 국내 콘텐츠의 현지 진출을 원천 봉쇄해왔다. BTS가 빌보드 1위를 기록하며 미국 및 유럽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순간에도 중국은 철저하게 BTS의 음악을 현지에서 완벽하게 차단하며 국내 콘텐츠 길들이기와 자본 투자를 통한 국내 콘텐츠 지배에 나섰다.

역사왜곡 논란 속에 최근 조기 종영된 SBS의 '조선구마사'는 중국 자본에 종속된 국내 콘텐츠 업계의 실상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사진=엲ㅂ뉴스

중국의 콘텐츠 투자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중국이 국내 콘텐츠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물론 중국의 콘텐츠 기업가들이 우리나라에만 투자를 진행하는 건 아니다. 이미 상당수 할리우드 영화 및 미국 콘텐츠 시장에도 중국은 발을 깊이 들여놓았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으로 영역을 국한하면 유독 국내 콘텐츠에 관해 단속과 투자를 병행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제조업에서 우리를 앞서 나간 지 오래다. 2014년 이후 중국은 국내 주력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조선, 스마트폰 등에서 급격히 한국의 선도 기업을 누르고 시장을 빠르게 중국 제품과 서비스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중국 내 한국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의 경쟁력은 반도체와 콘텐츠 두 가지 밖에 없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언급한다.

중국 내에서 BTS, 국내 K-POP과 드라마의 영향력에 대해 질투와 시샘을 갖고 있다는 건 콘텐츠 업계에서 유명한 얘기이다. 그러나 중국은 동시에 하드웨어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 상품인 콘텐츠를 통해 자국의 문화중심주의와 중화우월의식을 거부감 없이 전 세계에 스며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지각했다. 그 행동의 시작이 막대한 자본 투자인 셈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외교적 분쟁을 해결하고 우리의 역사를 중국 문화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던 동북공정 정책을 멈추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BTS가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자 이들은 역사 중심의 동북공정 논쟁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문화공정이라는 변형된 콘텐츠 정책을 수립, 다시 한 번 자국의 영향력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김치와 한복은 중국 고유의 문화라고 주장한 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윤동주, 손흥민, 김연아도 중국의 혈통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국의 자본을 중심으로 제작된 한국 고유의 콘텐츠에 해괴한 논리를 총동원하여 중국의 생각과 가치관을 곳곳에서 주입시키고 있다. 이들의 자본 투자가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순진할 뿐이다.

중국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르며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맞선 혁명세력, 우리는 어리석은 반동세력이라고 칭한 바 있다.

중국의 자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콘텐츠 제작은 쉬울지 몰라도 그 순간 우리는 그들의 콘텐츠 속국에 편입된다. 중국의 막대한 제작비 투자 뒤에 숨겨진 그들의 문화지배 야욕을 파악해야 한다.  

문화적 노예로 가는 지름길을 택하느니 돌아가더라도 그리고 어렵더라도 이제 우리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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