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형편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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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형편없는 이유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3.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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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램지어 하버드대 법학대학원(로스쿨) 교수의 논문 게재가 최종 확정되었다.

그의 논문을 게재한 법경제학 국제학술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논문은 최종적인 출판물로 간주되었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제 그의 논문은 온라인 버전을 넘어 공식 출판물이 되어 해당 학술지의 구독자라면 3월호 인쇄본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

수많은 언론에서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해 비판을 가했지만 그가 게재한 학술지가 어떤 등급의 학술지이고 그의 연구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짚은 언론은 보이지 않는다.

학술논문의 가치나 연구의 특성을 언론사에서 자세히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논문과 학술지에 대해 차근차근 확인해보자.

그의 논문 게재 결정한 학술지는 대단할까

그가 이번에 게재했다는 학술지부터 살펴보자. 램지어 교수가 게재한 학술지의 정확한 명칭은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IRLE)’로 법경제학 국제학술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학술지는 법학과 경제학의 다학제적 연구를 장려하는 학술지로 법학 및 경제학 관점의 이론적 기여도 및 실증적(통계적) 시사점이 담긴 논문을 장려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중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등급에 해당하는 사회과학 분야의 학술지는 국제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SSCI학술지라고 해서 다 같은 수준의 학술지는 아니다. 해당 학술지의 논문 인용도 등 학계 영향력을 포괄하여 흔히 IF(Impact Factor)지수로 학술지의 위상을 평가하는데 이번에 그가 게재한 학술지의 IF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쉽게 표현해 경제학 관련 SSCI학술지 중에서도 470위권 밖에 속하는 학술지이다. 법경제학 전문 학술지로 범위를 좁혀도 해당 분야의 최고 학술지로는 Journal of Law and Economics(법경제 학술지)가 손꼽힌다.

그가 게재한 IRLE 학술지를 세계적인 학술지라고 소개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그래서 오보이다. 일단, 해당 학술지에 대단한 의미를 붙일 필요는 없다.

그의 논문은 논리가 탄탄할까

그가 이번에 게재한 ‘태평양 전쟁에서의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 논문은 검색을 통해 누구나 전문을 읽어볼 수 있다. 분량도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7페이지이고 국내 역사를 담은 논문이기에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석·박사 학생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대학원생들도 이번 논문이 얼마나 빈약한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가 논문에 적용했다는 게임이론은 굉장히 허술하게 전개되었으며 논문에서 지켜져야 할 선행연구의 논리를 토대로 한 연구 내용의 유기적 전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논문에 실린 다수의 참고문헌은 놀랍게도 일본 문헌이다. 그가 논문 마지막 페이지에 추가적으로 읽기(Further Reading)를 권장한 문헌 역시 일본인이 쓴 왜곡된 문헌이다. 그야말로 노골적이다. 

역사적 상황을 게임이론을 통해 증명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해석에 대한 상반된 논리를 먼저 소개하고 왜 자신은 이 중에서 일본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논리를 선행연구 및 다양한 문헌에 의해 충분히 검토하고 논증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없이 자신의 주관적 견해만 기술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논증을 전제로 한 논문이 아니라 개인 칼럼에 불과하다. 

연구자라면 그의 논문을 읽고 누구나 이 논문이 어떻게 게재되었는지 의아했을 것이다. 첫째, 선행연구의 대다수가 일본 문헌이기에 역사적 맥락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점, 둘째, 객관적 논거를 토대로 한 전개가 아닌 자신의 주관적 생각만 기술해서 논리가 부족한 점, 셋째, 해당 학술지가 강조한 이론적, 실증적 기여도의 결여 등 논문 자체가 엉망에 가깝다.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연합뉴스

그의 논문은 어떻게 게재되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논문은 쉽게 게재가 확정되었다. 논문 첫 페이지를 보면 지난해 8월 말에 투고해 불과 3개월만인 11월에 게재가 확정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제 학술지마다 편차가 있지만 3개월이면 투고에서 게재까지 초고속으로 완료된 셈이다. 논문의 완성도가 높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게재되었는지 대다수는 물음표를 던진다.

참고로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하면 익명의 심사자가 논문을 심사한다. 이 경우, 대한민국과 일본의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심사자라면 그의 논리와 입장을 잘못 판단했을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심사자가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램지어 교수의 논리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기에 이 논문은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으로 논란을 확대시킬 것이다. 

아쉬운 점은 국내 학계에도 있다. 국내 학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논문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국제 학계와 공유했다면 처음부터 이 논문은 ‘게재불가’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램지어 교수가 수년간 일본의 입장을 옹호한 글을 써왔지만 국내 역사학계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한 점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다행히 최근 들어 연구윤리의 문제, 연구논리의 이슈 등이 부각되면서 논문이 게재되었다가 학술지로부터 다시 철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의 논문이 게재 확정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언론에서 해당 이슈를 조명하고 해외 학자들이 반론을 주장한 만큼 이제 그의 논문이 얼마나 문제인지 국내 역사학계가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램지어 교수가 왜곡된 엉터리 논문 게재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그의 논문을 끌어내려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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