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부진한 한국 증시와 쉽지 않은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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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부진한 한국 증시와 쉽지 않은 숙제들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1.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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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올들어 한달 새 코스피가 6% 이상 떨어졌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이 기간 중 홍콩을 제외한 대부분 주요국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우리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단순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년 11월과 12월에 우리 증시는 주요국 중 가장 높은 17%의 상승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먼저 빨리 오른 데 대한 반작용’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2차 전지와 같은 몇몇 업종에서 과도한 열풍이 불었고, 그 열풍이 수그러드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주요국 증시 오르는데...

그렇지만 시간을 길게 놓고 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하기 어렵다. 2022년 말부터 보면 우리 증시가 10% 오른 동안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7%, 47% 올랐고, 독일과 일본 증시는 20%, 37%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말부터 봐도 우리 증시는 12% 오른 반면 S&P500과 나스닥, 일본 증시는 각각 51, 72%, 51% 올랐다.

우리 증시의 부진이 최근 한두 달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풀어 쓰면 우리 증시는 주요국 증시가 오를 때 덜 오르고 떨어질 때 더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듯 우리 증시는 다른 증시보다 부진할까? 몇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총선이나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불안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과거 그가 보여줬던 자국 우선주의나 추진했던 대중국 정책은 관련 국가들의 정치, 경제,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내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북한과의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를 둘러싼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 즉 자금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조금 더 길게 보면 지난 수 년간 이어져 온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현재 내부적으로 부동산 문제, 지방정부와 기업 부채 문제로 크게 고통받고 있고, 미중 갈등의 여파로 대외 부문에서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홍콩 증시는 수년 째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인데,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과 중국에 대해 과거와 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되고 있다. 현재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의존도가 낮아질 경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할 위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환경적 요인에 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에 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증시 관련 각종 제도와 기업 거버넌스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유지되어 온 현상이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의 상대적 부진을 설명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미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약진과 증시 부양을 위해 수 년간 각종 정책을 마련, 실행 중인 일본 증시의 상대적 활황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 판단된다. 

특히 일본 증권당국은 지난 몇년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요구해 온 각종 정책들을 도입, 정비 중인데, 이는 최근 일본 증시가 30여년만의 최고치를 넘보는 수준까지 상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순이익의 주주 환원율은 여전히 낮고, 이번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시 관련 정책들이 개인들의 주식 투자에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밀린 숙제' 풀지 않으면 주가 상승 어렵다

결론은 간단하다. 이러한 숙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우리 증시가 주요 증시보다 나은 실적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저평가 매력에 따른 단기 트레이딩 자금의 유입 때문에, 또는 몇 년 전 나타났던 바이오 열풍이나 지난해 하반기 2차전지 열풍과 같은 이벤트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요국 증시 중 나은 성과를 보일 수도 있지만, 몇 년을 두고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결국 우리 증시 전반이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나은 성과를 보이려면, 앞서 지적한 요인들에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내외 주요 선거 결과가 경제와 증시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유연한 시각의 정책 방향이 설정되어야 하며. 더 길게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더 다변화되고 확고한 입지를 다져야 한다. 

나아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업의 태도가 더 투명한 경영과 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의 실행으로 증명되어야 하며, 정책당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기업들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더 많이 환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증시 활성화와 주식 투자자를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포퓰리즘이나 정치적 논란으로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모두 쉽지 않은 숙제들이다.

 

●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이후 SK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지식서비스 부문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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