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증시 부양책 나와도 "투자자 회의적"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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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 증시 부양책 나와도 "투자자 회의적" 입장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4.01.2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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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과 함께 경제 정책·정치 환경의 큰 변화 필요"
중국의 실패한 시장 구제 노력의 역사, 암울한 경제 상황, 베이징의 장기 정책 로드맵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승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사진=블룸버그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 당국이 대규모 증시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는 경제 회복과 함께 경제 정책이나 정치 환경의 큰 변화 등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면 어떤 반등도 일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분석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이날 당국이 증시 안정 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리창 총리가 증시 부양을 위해 강력한 조처를 요구했다는 소식에 상승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들을 추종하는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이날 2.8% 올라 올해 최고치 상승 폭을 기록했고 5년 내 최저치 수준인 중국 본토 주식들의 벤치마크는 0.4% 상승했다.

뒤이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는 이날 4.8% 올라 중국 시장의 상승 흐름을 이었다.

중국의 실패한 시장 구제 노력의 역사, 암울한 경제 상황, 베이징의 장기 정책 로드맵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승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랠리가 지속되지 않으면 심리는 더 위축될 위험이 커지고 투자자들이 이미 3년 연속 손실을 보고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비중이 급격히 위축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의 조지 매그너스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시진핑 측 인사들은 주식시장의 폭락이 안정에 리스크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그너스 연구원은 또 "투자자들이 단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과 같은 일반적인 이유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정책과 정치 환경의 위축으로 중국 주식을 포기하고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양쪽 모두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중국의 주식시장 폭락은 정치 문제가 됐으며 중국의 최고 관리들도 주식 시장 상황에 민감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벤치마크인 CSI 300 지수는 2020년 이후 가치가 3분의 1 이상 사라졌으며 이제 4년 연속 하락기에 진입했다.중국의 많은 대기업이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도 올해 이미 10% 하락해 아시아 주요 지수로 최악 실적을 보이고 있다.

주식 폭락으로 중국 주가지수와 연계된 수십억 달러 상당의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하는데다 시장 참여자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식 및 선물 계약을 매도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스노우볼' 파생상품, 즉 중국 주가지수가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아래로 떨어질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들이 강제 매도되는 사태가 촉발되면서 중국 증시 폭락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2일 리창 총리 주재 회의에서 당국이 시장 안정과 신뢰 회복을 위해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며칠 앞서 중국 당국의 강력한 지원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WSJ은 전했다.

보험사, 연기금, 중국 국부펀드를 포함한 중국 국영기업들이 지난주 초부터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에 나섰고 중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벤(Z-Ben)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ETF 중 5개는 지난 22일 총 50억달러(약 6조 7000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현재 검토되는 역외 거래망을 통한 약 2조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본토 주식 매입 등 부양안은 중국 당국의 긴장을 반영한다.

중국과 홍콩 주식의 시장 가치는 2021년 정점 이후 6조달러(약 8000조원) 이상 손실을 기록 중으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미국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주식 시장의 가치가 미국보다 이렇게 크게 뒤처진 적도 없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지난해 28% 상승해 현재 30여만에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이미 9.1% 상승했다.

BNY 멜론의 아닌다 미트라 아시아 거시 및 투자 전략 책임자는 중국 주식이 매우 저렴해졌고 투자자들이 기대 이하 수준에서 소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상승에는 놀랄 것이 없다며 "광범위한 개혁 패키지로 보완되지 않는 한 지속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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