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2023 대중문화계, 중소돌 기적부터 트럭 시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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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2023 대중문화계, 중소돌 기적부터 트럭 시위까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3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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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2023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모든 하루하루가 기억나지는 않겠지만 인상 깊었던 날들이나 일들은 떠오르기 마련이다. 대중문화계로 범위를 좁혀서 2023년을 돌아보면 어떤 날들과 일들이 특히 생각날까.

대중문화계, 정확히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벌어졌지만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끼친 일들이 기억나고, 목소리를 높여 가는 대중들 모습이 떠오르는 2023년이다. 무엇보다 연예인을 발가벗겨 대중 앞에 떠밀어버린 힘의 횡포를 느낀 한해이기도 했다. 필자에게는. 

피프티피프티, 중소돌의 기적 혹은 템퍼링

지난 4월 1일 한국 여자 아이돌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Cupid)’가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했다. 이 뉴스가 의미 있는 건 ‘피프티 피프티’가 2022년 11월에 데뷔한 신인인데다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가 제작한 이른바 ‘중소돌’이었기 때문이다.

‘피프티 피프티’의 노래 ‘큐피드’는 9월 23일까지 25주 연속 빌보드 핫100 차트에 있었다. 빌보드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음원 차트는 ‘큐피드’의 인기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덩달아 ‘피프티 피프티’의 인기도 국제적으로 솟아오를 뻔했다. 이른바 ‘템퍼링’ 논란이 생기기 전까지는.

‘큐피드’의 인기가 한창 치솟을 때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소속사인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소송으로 번진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분쟁은 대중들이 모르던 제삼자의 개입, 즉 템퍼링 의혹으로 불거졌고 국회에서는 템퍼링 방지법까지 논의하게 되었다.

결국은 멤버 중 한 명만 원소속사에 합류했다. 앞으로도 지난한 소송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는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빌보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2023년의 영광이 다시 올지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을까. 기획사 측에나 회사에 맞선 아티스트 측에나.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M&A 분쟁은 주가 조작 의혹 등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SM 분쟁, 이수만의 퇴장과 카카오의 주가 조작 의혹

SM에서 분 바람이 엔터테인먼트업계를 뒤흔든 한해였다. SM은 우리나라에 체계적 음반 사업을 도입한 선도 회사다. 그 중심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있었다. 그런 SM이 지난 2월 ‘SM 3.0’ 시대를 열겠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내세웠다. 창업자이며 대주주인 이수만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를 위해 카카오 측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지분율을 높여 2대 주주가 되려 했으나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가 반대하면서 갈등이 일었다. 이때 하이브가 이수만 편에 섰다. 그렇게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 전쟁이 시작됐다. 이수만은 SM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겼고, 카카오 역시 주식 사들이기에 나섰다. 

결국은 카카오가 SM 1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SM 인수 당시 시세 조종을 했다는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됐고,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과 홍은택 당시 총괄 대표는 검찰에 송치됐다. 

음반 산업의 지각 변동을 꾀하려 시작된 일이었지만, 결국은 당사자인 SM과 카카오는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다. 그 영향은 이들 회사는 물론이고 투자자에까지 고루 미쳤다. 특히 개미들에게.

대중의 관심 혹은 오지랖

애호가 혹은 팬, 또는 팬덤의 힘이 뚜렷해지는 걸 느끼는 올해였다. 예전에는 자기가 사랑하는 스타의 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갈수록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팬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돌의 경우 노래 선곡, 편곡과 안무 방향, 심지어는 스타일을 놓고 기획사 측에 의견을 제시하는 팬덤이 있다. 세력이 더욱 굳건해진 일부 트로트 가수 팬덤은 행사 일정이나 장소, 때로는 레퍼토리를 두고 기획사 측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방송국을 향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특정 프로그램 팬덤도 있다.

물론 애정하는 스타나 프로그램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지만 숫자를 무기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모습이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런 사례 중 하나가 트럭 시위다. 지난 4월 중순 Mnet 앞에서 트럭 시위를 볼 수 있었다. 이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즈 플래닛>의 불공정 의혹을 지적하는 시위였다. 

예능프로 <홍김동전> 시청자들이 벌인 트럭시위.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최근에는 KBS2 <홍김동전> 시청자들이 트럭 시위를 벌였다. <홍김동전>은 지난해 7월에 방영을 시작한, 신개념이 아닌 이른바 ‘구개념’의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1~2%대를 기록하며 저조했다. 그런데 2030 시청자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며 OTT와 SNS 등에서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홍김동전>은 폐지가 예고되었다. 낮은 시청률 때문이겠지만 팬덤은 분노했다. KBS 게시판은 시청자들의 반대 의견으로 들썩였고 트럭 시위는 그런 시청자들이 연대했다는 무력 시위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KBS 측이 <홍김동전> 폐지를 번복할 것 같지는 않지만.

벌거벗긴 채 대중 앞에 내몰린 연예인들

올해 법무부와 검찰 그리고 경찰은 폭력 단체와 마약 범죄를 소탕하는 데 큰 힘을 쏟았다. 이전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단속을 느슨하게 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까지. 

그런데 올해 잡힌 폭력 단체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반면 마약 수사 대상에 오른 연예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만큼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면 성과가 좋은 사건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업적이 될만한 거대한 건축물 등을 임기 내에 세우고 싶어 하는 지자체장들처럼 공권력 관점에서는 연예인 같은 유명인을 잡으면 큰 업적으로 기록된다고 여기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마약 수사를 이유로 포토 라인에 선 연예인을 여럿 볼 수 있었던 올해였다. 그중에는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 이도, 소명이 필요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이유로, 즉 대중의 알 권리를 이유로 이들의 인권은 보호받지 못했다.

이들은 미디어와 대중에 의해 이미 마약사범으로 단죄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이름을 포털에 검색하면 ‘마약’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물이 검색되어 진다. 마약 투약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들은 마약 프레임에 갇혀 버린 것이다. 어쩌면 올해의 일들이 인터넷에 영원히 박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들은 포토 라인 앞에 섰을 때 벌거벗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스스로 벗은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속옷까지 샅샅이 벗겨진 그런 느낌 말이다. 

2024년은 부디 상처받는 이가 아무도 없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대중문화계에서 벌어지는 현상 때문에 상처받는 이가 없었으면. 물론 그럴 리 없다는 거 잘 알지만, 꿈꾸는 건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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