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음반 초동 판매량 400만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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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음반 초동 판매량 400만장의 의미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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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올 상반기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량이 놀랍기만 하다. 초동 판매량만 400만장이 넘는 그룹이 두 팀이나 된다. 음반 분야에서 ‘초동’이란 ‘음반 발매 후 최초 1주일간의 판매량’을 의미한다.

한터차트의 ‘역대 음반 초동 차트’에 의하면 지난 6월 2일에 발매한 ‘스트레이 키즈’의 ‘5-Star’ 앨범이 초동에 약 461만장을, 4월 24일에 발매한 ‘세븐틴’의 ‘FML’ 앨범이 초동에 약 455만장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7일에 발매한 ‘NCT Dream’의 앨범 또한 초동에만 365만장이 넘었다.

이외에도 초동 판매량으로만 밀리언을 넘어 멀티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국내 아이돌 그룹이 여럿이다. 이는 세계적 신드롬을 얻고 있는 K-Pop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가를 얻는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만 해석할 수 있을까?

초동의 역사

한국에서 음반 초동 판매량을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건 2002년경부터였다. 당시 한터차트가 주간 판매량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누적 판매량은 물론 발매 후 첫 주 판매량도 유추해 집계할 수 있었다.

이 자료를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게시판에 올리며 팬덤 간 초동 판매량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돌 붐이 일어나고 팬덤 간 음반 판매량 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시기인 2000년대 후반부터 ‘초동’은 뮤지션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었고, 2010년대 이후부터는 대중문화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한터는 전 세계 주요 음반 판매점과 직접 연동해 집계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신력 있다는 평을 얻는다. 그전에는 소속사나 음반 유통사가 발표한 데이터를 언론사에서 인용해 음반 판매량을 추정했다. 과거 언론 자료에 따르면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 2집이 3주간 50만 장 이상, 1995년 김건모 3집 잘못된 만남은 발매 44일 만에 200만 장을 돌파했다. 

그리고 1998년 H.O.T. 3집이 2주 만에 61만 장을, 1999년의 H.O.T. 4집은 1주일 만에 100만 장을 돌파했다. 1999년 조성모 2집은 1주일 만에 80만 장, 같은 해 S.E.S. 3집은 3일 만에 55만장을 판매했다. 물론 이 자료들은 모두 소속사나 음반 유통사에서 제공한 데이터들이었다.

한터가 공식 집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은 음반 시장이 위축된 시기였다. 그런데도 팬덤 덕분에 초동 판매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0년대 들어서는 남자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초동 10만장을 넘기는 음반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때 음반 업계에서 신인 뮤지션의 실물 음반 판매량이 10만장을 넘기는 건 대박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던 2018년 BTS의 ‘LOVE YOURSELF 轉 Tear’ 앨범이 초동 100만장을 넘겼고, 2020년대 들어서며 초동 판매량이 100만장 넘기는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계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밀리언을 넘어 멀티 밀리언 셀러가 등장하더니 올 상반기에만 초동 판매량 400만장을 넘긴 아이돌 그룹 두 팀이 배출된 것. 그런데, 이렇게 초동 판매량이 늘어나게 된 데에는 어떤 원인이 작용했을까?

역대 초동 음반 Top 5. 사진제공=한터차트 갈무리

초동이 늘어난 까닭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초동 등 음반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 공연을 접하지 못한 팬들의 관심이 음반 판매로 향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또한 K팝의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소비 시장이 형성되었고, 여기에 음반 판매량이 팬덤의 충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 잡게 된 것도 그 원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 글로벌 팬덤 간의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한편 구매 증가세로 이어져 음반 판매량, 특히 초동 판매량의 증가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러니까 음반 판매량은 그룹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팬덤의 충성도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경향일 뿐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음반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가 더욱 잘 보인다.

우선 실물 음반을 산다면 팬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는 추첨권을 준다. 음반 한 장에 추첨권 한 매. 만약 음반 여러 장을 산다면 추첨권을 여러 매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팬 사인회 추첨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팬덤 사이트에는 적게는 여러 장을, 많게는 수백 장을 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다음으로 실물 음반에는 포토 카드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다만 랜덤이다. 어떤 사진이 들어있는지는 구매 후 개봉해야 알 수 있다. 그러니 발매된 포토 카드 시리즈를 모두 갖추거나 최애 멤버의 포토 카드를 구비 하기 위해 음반 여러 장을 사는 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양한 버전의 음반이 함께 발매된다. 제작사들은 기본 CD 외에도 한정판이라든지, LP나 카세트테이프, 혹은 디지팩 같은 다양한 버전의 실물 앨범들을 함께 내놓는다. 이렇게 다양한 앨범을 전 세계의 팬들은 굿즈 모으듯 혹은 의무처럼 구매하게 된다.

그러니까 400만 장의 앨범이 판매됐다는 건 400만 명의 팬들이 앨범을 샀다는 게 아니라 많게는 수백 장을 구매하는 등 한꺼번에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한 팬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팬덤까지 늘어난 것일까

올 상반기 음반 초동 판매량이 늘어나자 대중문화 관련 언론에서는 다양한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이를 종합하면 음반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글로벌 팬덤까지 늘어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그 정도로 음반이 팔렸으면 일반 대중에게도 그 음반 수록곡들이 귀에 익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인기는 어쩌면 팬덤이라는 찻잔 안에서만 이는 파도일지도 모른다.

한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5월 열린 관훈포럼에서 K팝 위기론을 언급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에 K팝이 진입한 횟수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고, 음반 수출 증가율도 2020년부터 감소세를 보인다는 근거를 들었다.

최근에는 피프티피프티 사태로 K-Pop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조롱 분위기가 일고 있다. 그동안 외적 성장에만 온 힘을 쏟아온 업계의 자승자박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음악 본연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K-Pop 산업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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