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흑해수출 막히자 곡물가 상승···밀가격 13%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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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흑해수출 막히자 곡물가 상승···밀가격 13% 올라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7.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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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안전한 곡물 수출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 이후로 밀 가격이 상승했다. 사진=AP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안전한 곡물 수출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 이후로 밀 가격이 상승했다. 사진=AP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곡물가가 상승한 가운데 이미 기아에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안전한 곡물 수출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 이후로 밀 가격이 상승했다고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밀 가격은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선언한 지난 17일보다 13% 상승했다. 곡물가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 호주, 러시아 등 다른 주요 곡물 수출국의 수확량이 견실하고 우크라이나가 우회 경로를 활용하는 등의 이유로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에도 단기적인 곡물 공급은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협정 파기가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노동력·연료 공급 제한과 영토 상실 등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도 최근 줄어든 상태였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수출로가 막히면서 장기적으로 곡물 시장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상품 분석 업체 케이플러(Kpler)의 분석가 알렉시스 엘런더는 브라질이 2021년처럼 심각한 가뭄을 또 겪거나 호주가 엘니뇨 등 기상 이변으로 보리·밀 수확에 차질을 겪을 경우 곡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상업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흑해 일대 선박 교통은 멈춘 상태다. 흑해로 향하려던 선박들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항구에 정박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트럭과 기차, 강을 이용한 곡물 수출을 늘리기도 했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방크는 우크라이나가 대체 경로를 통해 밀, 옥수수, 보리, 해바라기씨를 수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흑해 항구를 통한 수출과 비교해 대체 경로를 이용하면 운송비가 더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철도의 경우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소지도 있다. 라보방크는 "운송비가 더 들면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식재 면적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빈곤국들은 곡물가 상승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샤슈와트 사라프 국제구호위원회(IRC) 동아프리카 지역 비상국장은 "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수출 중단으로 특히 더 큰 타격을 받은 나라들이 이미 기아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던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흑해곡물협정 중단은 이미 삶의 터전을 잃고 구호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수석경제학자 아리프 후세인은 "이번 일로 시장이 더욱 교란될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는 나라들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WFP가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수단, 예멘에 공급한 밀의 절반 이상은 우크라이나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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