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타다'와 '포스코' 사례로 본 노동사건의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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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타다'와 '포스코' 사례로 본 노동사건의 모멘텀
  • 배동희 노무사
  • 승인 2022.08.16 14: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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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 노무사

[배동희 노무사] 하나의 사실(Fact)을 인식하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신세대는 기존 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급변하는 사회 현실에서 나고 자란 세대는 이에 맞게 진화한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있다. 활자나 미디어로 정보를 접하고 텍스트로 소통하는 기존 세대인 필자와 달리 페이스북,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익숙한 세대다.

영화나 드라마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을 볼 때도 중요 부분만 편집된 '짤'(사진 또는 동영상)로 본다. 원작 줄거리를 따라 처음부터 보지 않는다. 재미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앞뒤 순서와 상관없이 보고, 보고 싶을 때 보고, 보고 싶은 만큼 본다. 그래도 줄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고 즐긴다. 기성세대와는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차원이 다르다.

요즘 세대는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존 줄거리에 대한 편집권은 작가가 행사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각자 자기 나름의 편집권(?)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드라마, 영화 등 영상물 제작에서는 틀에 박힌 기존 방송사의 콘텐츠보다 OTT업체 콘텐츠가 대중에게 인기가 많다.  

‘모멘텀’은 라틴어 모멘툼(Momentum)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움직임’, ‘부분’, ‘순간’, ‘중요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를 물리학에서는 물체가 한 방향으로 지속해서 변동하려는 경향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는 있다. 동력(추진력)이나 여세(餘勢)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상승과 하락의 여세를 예측하는데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판결한 노동사건 중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사례에서도 이러한 모멘텀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타다'와 '포스코' 사례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사진=연합뉴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법원의 판단 중 하급심(서울행정법원 2022.7.8. 선고 2020구합70229 판결)에서 ‘타다’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례와 최고법원(대법원 2022.7.28. 선고 2021다221638 판결)에서 포스코가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라는 전자생산관리시스템을 통한 업무지시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둘 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파장이 큰 사건들이다.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지만 이 두 사례는 실제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법률관계 판단에서 포섭하는데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한때 1만2000명에 달했던 차량 호출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이와 유사한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던 기존 법원의 입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행정법원의 사실관계 해석에 대한 비판이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이 법률상 판단 기준이 아닌 ‘플랫폼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이고,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이 있다. 근로자성과 관련된 판단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이번 행정법원 판결이 다른 모든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해당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본 건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에 관한 법원의 기존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노동계의 비판은 법리적인 접근이 아니라 보호필요성이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당위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다양한 고용형태 포괄 못해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이라는 당위성은 입법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다. 예컨대 '일하는 모든 사람의 보호를 위한 기본법'과 같은 것이다. 노동을 ‘보호 대상’으로 보는 현행 근로기준법 해석으로는 이 사건과 같은 플랫폼 형태를 포함한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이미 수많은 플랫폼 형태의 종사자가 존재하는 시대상황을 법원이 법해석의 한계를 이유로 좀 더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누구에게 유리한 결론인가와는 상관없이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근본적인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불법파견 사건에서 대법원은 MES를 통한 지시가 직접적인 지시가 아닌 전자통신기기를 이용한 지시더라도 업무상 지휘·명령의 근거로 인정됐다는 것에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기존 대법원 판결(2015.2.26. 선고 2010다106436)에서 설시한 ‘도급과 파견의 판단기준’ 자체에 대한 변화는 없다. 지금까지 불법파견과 관련된 다수의 사건에서 법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같은 사건에서도 하급심과 상급심 판결이 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이번 포스코 대법원 판결은 기술적인 발전으로 변화된 현실을 심도있게 고민하지 않고 전통적인 지휘명령의 변형된 형태로 억지로 꿰 맞춘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나 맞는 침대가 있다고 하면서, 납치한 사람의 다리를 늘이거나 잘라서 침대에 맞도록 한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가 겹쳐 보인다.

가상현실까지 넘나드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대로 현실 노동시장에도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법원은 이러한 문명의 이기(利器)를 기업이 활용하는 현실을 과거의 잣대로만 평가하고 있다. 

급변하는 노동현실을 고려한 법원 판단 필요 

그 시대의 사회 진보에 기업이 뒤처지게 되면 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거창하게 사회진화론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급변하는 사회 현실에서 기업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현실 진화의 기회조차 빼앗기게 된다.

이는 전체 사회 진보의 모멘텀을 거슬러 한 국가의 흥망까지 좌우하게 된다. 노동법은 노동 현실을 떠나서 존립할 수 없지만, 그 현실에 과거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급격한 기술변혁과 노동양태의 근본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접근방식의 전환은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는 혼돈 이론(카오스 이론)에서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급변하는 노동 현실에 대한 법원 판단의 모멘텀에서 우리 미래세대의 모습을 결정하는 나비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사건의 성숙성을 모토로 하는 사법부의 태도가 우려된다. 현실의 성숙을 기다리다가 궁극적으로 새로운 노동자 보호 명제를 고민할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사회발전의 모멘텀을 거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동희 노무사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후 경북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노무사로 십 수년간 중대산업재해사고 대응, 집단적 노사관계 전략 수립 및 실행, HR컨설팅 분야를 경험했다. ㈜효성에서 다년간 인사관리팀 부장으로 재직하며 인사제도 및 노사관리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현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로 재직중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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