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안나 카레리나 법칙과 채용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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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안나 카레리나 법칙과 채용의 기준
  • 배동희 노무사
  • 승인 2023.02.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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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 노무사] 우리나라는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국제적으로 보면 9월에 시작하는 나라가 많다.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9월이다.

남반구인 호주나 뉴질랜드가 2월인건 그렇다고 이해하더라도,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3월, 일본이 4월인 것은 특이하다. 보통 사회생활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여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으면서 출발한다. 

'근로계약 체결' 시점부터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 가져

사회인으로서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서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고 '밥벌이'가 중요하다. 토지, 자본, 노동이라는 생산의 3요소 중 하나 이상을 가지고 '밥벌이'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단순화해서 보면, 토지나 건물이 있어 부동산 임대료로 생활하거나 은행 이자나 주식 배당 등 자본 수익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보통이 아니다.

아무튼 보통은 취업 관문을 통과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된다. 노동법의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는 '근로계약 체결' 시점부터 가진다. 이때부터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근로자로서 각종 권리와 보호 규정이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의 개별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 보호 규정만 열거해도 제5조(근로조건의 준수), 제6조(균등한 처우), 제7조(강제 근로의 금지), 제8조(폭행의 금지), 제10조(공민권 행사의 보장), 제15조(이 법을 위반한 근로계약),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제19조(근로조건의 위반),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제25조(우선 재고용 등), 제26조(해고의 예고),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제28조(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제36조(금품 청산), 제38조(임금채권의 우선변제), 제39조(사용증명서), 제43조(임금 지급), 제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제46조(휴업수당), 제50조(근로시간),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제54조(휴게), 제55조(휴일), 제60조(연차 유급휴가),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등등이다. 근로기준법 앞 부분만 인용한 게 이 정도다. 

채용하기 위한 조건 3가지…지식·기술·태도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 중 하나이고 널리 인용된다. 간결한 문장이지만 곱씹을수록 그 의미가 우러나오는 매력이 있다.

이 구절만큼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바꾸어 인용되는 것도 찾기 어렵다. "채용에 성공하는 조건은 모두 비슷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취업 관문인 채용에 오마주(homage)해 보았다. 노동법이 적용되는 시점은 근로자 지위를 가지는 때, 즉 '채용'된 때다. 개개인에게 노동법의 출발은 채용 단계이다. 그 채용을 판단하는 기준 혹은 구직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모두 나열하면 서로 비슷한 자질이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공공기관의 채용 절차 과정에서 외부전문가의 심사를 필요로 하는 경우 가끔 참여 요청을 받곤 한다. 채용 과정에서 서류 심사에 관여하기도 하고 면접에도 들어간다. 직접 운영하는 노무법인에서 신입이나 경력 노무사를 채용하기도 하다 보니 사람을 보는 기준을 고민하게 되었다. 주위에 묻기도 하고 책도 찾아보고 경험도 하면서 나름의 눈이 생겼다. 영어를 잘못하기도 하고 영어 약자는 개인적으로 혐오까지 하지만 기존 시중에서 떠도는 내용이라 그대로 옮기자면 'ASK'에 따라 적임자를 판단한다. A(Attitude)·S(Skill)·K(Knowledge)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모두 다 필요한 자질이다. 

지식(Knowledge)은 일을 파악하는데, 기술(Skill)은 일을 처리하는데 특히 요구되지만 태도(Attitude)는 일을 대하는 것에서부터 인간관계에서도 두루두루 필요하다. 담당하게 되는 업무의 종류나 난이도에 따라서 '지식'이나 '기술'은 그 경중이 달라질 수 있고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자세나 상태를 의미하는 ‘태도’는 그 사람의 품성이나 인격에서 드러나는 것까지 포함하기도 해서 사전 측정이나 객관적 비교가 곤란하다.

지식·기술과 달리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아

지식이나 기술은 가르치거나 타인에게 인수인계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인 '태도'는 섣불리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운다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채용 단계에서 요구되는 '태도'가 완벽하거나 도덕적으로 성숙한 인격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이나 '사람'을 대하는 자세나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사지원자의 품성이나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필자 나름의 기준으로 염두에 두는 글귀가 있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전차 천 대를 가진 큰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은 일을 정성껏 처리하여 백성들에게 신용이 있으며, 나라 씀씀이를 절약하고 백성을 아끼며, 백성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적절한 시기를 골라서 해야 한다)"이다.

경사이신(敬事而信)은 주도면밀하고 조심스럽게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는 것으로 이어진다.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지식과 기술만을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면 '일'을 그르쳐 오히려 조직 발전에 장애가 되기도 하고 전체 구성원 사기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부주의하고 경솔하게 처리해 조직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우리는 셀 수 없이 접한다. 중대재해나 인명사고와 같은 뉴스를 통해서만 아니라 우리가 몸담은 조직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3월' 새학기가 돼야 뭔가 본격적으로 일년이 진행되는 느낌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건지, 동양인이라 그런 건지, 우리나라 사람이라 그런 건지, 나만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잘 모르면 점(占)을 쳐보면 된다(이것도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주역 64괘에서 새 출발이나 시작을 의미하는 괘(掛) 중에 하나가 산수몽(山水夢) 괘다. 산 아래 물의 형상으로 낮은 곳에서 시작하고 앞을 전망하기 어려우니 경솔한 행동을 삼가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조직에서 주도 면밀하게 일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해서 경험과 내공이 쌓이게 되면 구성원으로 굳건히 인정받고 일가를 이루게 된다는 경사이신(敬事而信)과 다르지 않다. '일(업무)'을 맡길 만한 사람인지는 일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보면 안다. 채용의 기준을 묻는다(ASK). 채용의 판단기준은 구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일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한 조건과 다르지 않다고 답한다. 정답은 없다.

●배동희 노무사는 연세대 법대 졸업후 경북대에서 석사,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노무사로 십 수년간 중대산업재해사고 대응, 집단적 노사관계 전략 수립 및 실행, HR컨설팅 분야를 경험했다. ㈜효성에서 다년간 인사관리팀 부장으로 재직하며 인사제도 및 노사관리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현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로 재직중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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