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우크라 전쟁보다 더 무섭다···"식량위기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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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우크라 전쟁보다 더 무섭다···"식량위기 계속된다"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8.0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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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 확산 등 이상기온 악화···'식량 불안 인구' 증가 전망
우크라 곡물 수출 재개에도 세계 식량난 단기간 해소 어려워
유럽 남부지역에서선 고온 건조한 기상으로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작황이 부진하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중부에선 강수량이 평년보다 50% 이상 적다. 사진=AP/연합
유럽 남부지역에서선 고온 건조한 기상으로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작황이 부진하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중부에선 강수량이 평년보다 50% 이상 적다. 사진=AP/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막힌 지역 곡물 수출길은 약 5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달 2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흑해 항로를 이용한 곡물 수출 안전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자 옥수수 등 다른 곡물의 주요 공급국이다.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은 그동안 세계 식량 위기감을 키웠다.

우크라이나의 수출 재개로 세계 식량난 완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러시아가 합의를 계속 지킬지 장담할 수 없는 등 낙관은 이른 상황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식량·농업 전문가인 에릭 무뇨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이 재개된 것을 놓고 "곡물 봉쇄 해제만으로 세계 기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무뇨스는 "지금 세계가 직면한 것은 새로운 위기가 아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만 세계 기아 인구는 지난해 8억 28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이미 증가세였다"고 지적했다.

폭염 등 기세가 커지는 기후변화, 유행과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코로나19, 빚더미에 앉으며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는 취약국가들의 허약한 경제 등이 복합적인 식량 위기 요인으로 남았다.

국제 곡물 가격 하락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밀과 옥수수 국제 가격은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떨어져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부셸(곡물 중량단위·1부셸=27.2㎏)당 7.64달러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12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당 5.96달러로 6달러를 밑돌았다.

세계은행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식량 안보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주일간 국제 식량 관련 지표는 안정적이다. 농산물 가격 지수는 변동이 없었다. 수출 가격 지수는 2% 올랐지만 곡물 가격 지수는 1% 떨어졌다.

최근 곡물 가격 하락은 우크라이나의 수출 재개 기대와 함께 물가 급등 및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곡물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작년 1월과 비교하면 옥수수는 16%, 밀은 22% 높을 정도로 여전히 가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식량위기 종식 어려워···우크라 전쟁은 한 요인일 뿐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식량 위기의 종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많은 서방 정부 관리와 분석가들은 현재의 식량 위기가 수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 세계 각지의 분쟁이 얽혀 식량 위기를 일으켰고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폰드 애널리스트는 "식량 가격을 끌어올린 이들 요인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식량난을 키울 대표적인 요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커진 기후 변동성을 들며 "식량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반구의 주요 곡물 주산지는 폭염과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 캔자스주, 콜로라도주 등 겨울밀 주산지의 가뭄이 확산하고 있다.

유럽 남부지역에서 고온 건조한 기상으로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작황이 부진하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중부에서 강수량이 평년보다 50% 이상 적다.

국제곡물이사회(IGC)는 지난달 21일 보고서에서 유럽 지역 가뭄 상황을 반영해 2022~2023 곡물연도 세계 곡물 생산량을 22억 5200만톤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에 추정한 것보다 300만톤, 전년 생산량보다 4000만톤 적은 것이다.

기후변화 충격 계속된다···가난한 나라 고통 가중

가난한 나라에는 식량 위기와 부채 위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위기의 위험이 가장 큰 나라로 아프가니스탄, 에리트레아, 모리타니, 소말리아, 수단, 타지키스탄, 예멘 등 7개국을 꼽았다.

이들 나라가 2022~2023년 밀과 옥수수, 쌀을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식량 가격 급등 탓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선 기후변화 충격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25일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의 뿔(북동부 지역)'이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최소 1940만명이 2020년 10월부터 시작된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중 에티오피아와 케냐, 소말리아에선 최소 186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인구는 오는 9월에 2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동아프리카사무소는 가뭄과 식량 가격 충격에 1840만~193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한 것으로 추정했다.

오는 10~12월 우기에 평년을 밑도는 강우량이 예보되면서 식량 불안 인구가 연말에는 2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이들 나라의 식량난을 더는 방법은 채무 경감 등 국제사회의 원조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옥스팜은 각국 정부가 취약계층에 피해를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식량을 공급하는 영세농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위르겐 푀겔레 세계은행 지속개발 담당 부총재는 "10년 만의 최악의 세계 식량 위기 이면에는 비료 가격 폭등이 있다"며 "식량 위기 완화를 위해 비료 접근성과 가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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