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㊹ 정부따라 변하는 수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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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㊹ 정부따라 변하는 수소차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2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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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수소차 관련 예산 대폭 삭감
수소차 내수 및 수출 판매 급감…시들해진 인기
친환경·고효율 등 수소 매력 여전
수소차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수소차가 위기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쓰자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수소차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궤도 수정에 들어갔다. 

尹 정부 수소차 예산 대폭 삭감

윤석열 정부가 수소차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새 정부는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설치 사업 예산을 종전 8928억원에서 6678억원으로 25% 가량 줄였다. 충전소 예산은 유지했지만 차량 보급 예산은 6795억원에서 4545억원으로 2250여억원 삭감했다. 이 여파로 올해 수소차 보급 대수는 2만7650대에서 약 1만대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예산은 유지했지만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충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소경제위원회는 전국적으로 수소 충전소는 131개며 올해까지 수소충전기 310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5년 이후부터 수소차 보급 확대가 본격화하면서 2030년까지 660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최대 50억원에 달하는 수소충전소의 높은 구축비용으로 민간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정부가 부지매입을 제외한 수소충전소 설치비용을 최대 15억원까지 보조하고는 있지만 수도권 도심의 '금싸라기 땅'에 채산성이 낮은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려는 주체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각종 규제도 한몫한다. 수소차 운전자들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충전소에서 '셀프 충전'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수소충전소에 고용된 인원이 충전을 담당해야 한다. 또 안전관리자도 상주해야 한다. 수소차가 가장 많은 서울에도 수소충전소가 5곳(양재, 상암, 국회, 강동, 마곡) 뿐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각에선 수소경제가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점을 감안해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전 정부 색깔 지우기'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국내 유일의 승용 수소차 넥쏘의 내수 및 수출 판매량이 올 1분기 기준 큰 폭으로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사그라든 인기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지난 5월19일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팔리는 유일한 수소 승용차인 현대 넥쏘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든 1280대였다. 수출 역시 크게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회 발표에 따르면 올 1~4월 수소차의 수출 대수는 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 급감했다. 

수소차는 각종 구설에도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한 언론은 현대차가 개발 중이던 제네시스 수소차의 개발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언론은 현대차의 '스타리아' 수소차 모델 출시가 보류됐다고 전하는 등 신형 수소차 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해외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요 글로벌 브랜드는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현대차와 도요타를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며 혼다는 지난해 수소차 '클래리티'를 단종했다. 

수소의 친환경성과 고효율성 등을 감안할 때 수소차는 여전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매력적인 수소차

안팎으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지만 수소차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수소는 가볍고 열량이 우수해 높은 효율을 낸다. 또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 배출도 전혀 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만큼 오로지 순수한 물만 부산물로 생성돼 친환경성 측면에서 보면 더할나위 없다. 또한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연료전지시스템인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방식은 전기차와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전기차의 장점이 높은 정숙성과 쾌적한 승차감, 우수한 가속력 등을 고스란히 갖췄다. 여기에 내연기관과 유사한 충전과정도 큰 장점이다. 실제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300~400km를 가지만 수소차는 한번에 6kg 수소를 탑재해 600km를 갈 수 있다. 또 전기차 충전 시간이 15분~4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소차는 5~10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수소차 보급을 늘릴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성종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김진수 경희대 교수, 임형규 강원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기존 코발트 나노입자 형태 촉매보다 약 40% 향상된 성능과 안정성을 지닌 단원자 코발트 촉매를 개발했다. 수소전기차는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부 연료전지 촉매로 사용하는 백금이 비싼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백금을 대체할 철, 코발트 등에 주목하고 있다.

유성종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코발트 기반 단원자 촉매를 획기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며 "향후 코발트계 촉매 연구에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위기감이 감돌고 있지만 수소차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6월부터 수소버스를 위한 대용량 충전소를 강서공영차고지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대 30대의 수소버스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충전소 역시 추가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5월23일 중부고속도로 음성(하남방향) 휴게소에 수소충전소가 새롭게 개장했으며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창원방향) 휴게소와 경부선 청주(서울방향) 휴게소 등에도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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