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㉗ 우주 관광의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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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㉗ 우주 관광의 시대 온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27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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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발사체 재사용 시대 열어
저궤도 관광, 현실적 우주여행으로
높은 가격·안전성 등 해결 과제 여전
스페이스X의 우주여행의 꿈을 다룬 개념도.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1968년 1월28일 미국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공중 폭발했다. 이후 우주 여행은 단순히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우주여행 바람이 다시 분 건 2001년 4월28일 미국 사업가 데니스 티토가 2000만 달러(약 230억원)를 지불하고 세계 최초의 우주 관광객으로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우주정거장을 8일간 방문한 뒤 지구로 귀환하면서다. 이후 우주여행용 발사체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지속적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재정난에 처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우주관광 산업은 황폐화됐다. 여기에 2014년 버진 갤럭틱 소속 우주 관광용 비행기가 미국 모하비 사막 상공서 시험비행 중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한데 이어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이 착륙 과정에서 폭발하는 등 우주여행의 안전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우주여행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됐다. 하지만 최근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주여행을 마치고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천문학적 비용의 원인이었던 일회용 발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다가올 우주 관광의 시대를 준비하는 현주소를 살펴봤다. 

우주 관광의 태동

지난해 7월11일(이하 현지시각)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자신이 세운 버진갤럭틱을 통해 첫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버진 갤럭틱이 개발한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투'는 모선 '이브'와 '유니티'로 구성됐다. 이브가 동체 아래 유니티를 매달고 16km 상공에 도달하자 모선에서 유니티가 분리돼 고도 약 90km에 도달했다. 버진갤럭틱은 모선 항공기로 이륙한 뒤 고고도 상공에서 로켓을 점화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버진갤럭틱은 로켓이 아닌 고고도 비행기를 활용한 우주관광이라는 점과 우주와 대기의 경계인 고도 100km '카르만 라인'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짜 첫 우주 관광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7월20일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에 있는 '론치 사이트 원' 발사 기지에서 뉴셔퍼드 로켓이 발사됐다. 4명의 우주인을 태운 로켓은 3분 뒤 상공 80km 지점에 도달했다. 이후 로켓과 불리된 우주 캡슐은 대기와 우주를 가르는 '카르만 라인'을 통과해 상공 106km 지점에 도달했다. 이후 3분여 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마존 창업자이자 세계적 부호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이 설립한 '블루오리진'을 통해 성공한 민간 우주 여행이다. 

그로부터 2개월여 뒤인 2021년 9월18일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서양에 무사히 착륙했다. 인류 역사상 첫 전문 비행사 없이 민간인 4명으로 구성된 우주 비행단의 우주 여행이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은 국제우주정거장(420km)보다 높은 최고 585km 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90분에 한 번씩 선회했다. '인스퍼레이션4'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토드 에릭슨은 "제2의 우주시래를 여는 첫 번째 미션"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021년 8월7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사진=연합뉴스

재사용 로켓, 우주여행 새 지평 열어

우주여행이 어려웠던 이유는 단연 천문학적인 발사 비용때문이다. 우주로 보낸 발사체가 일회용인 탓에 발사할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발사체 재사용'이 현실화하면서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재사용 로켓 분야에서 가장 앞선 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세운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설립 13년 만인 2015년 12월 2단 로켓인 '팰컨9'의 1단 발사체를 완전한 형태로 지상에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에는 처음으로 1단 발사체 재사용에 성공했고, 지난해 5월에는 같은 발사체를 10회 발사하는 기록을 세웠다. 팰컨9은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로 올리거나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보내는 데 활용되고 있다.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보다 한 달 앞선 2015년 11월 1단 로켓 '뉴 셰퍼드' 발사체 회수에 성공했다. 다만 기술력은 팰컨9에 뒤진다는 평가다. 팰컨9은 궤도 진입을 위해 로켓이 수평으로 날아가다 2단 분리 후 1단 발사체가 180도 회전해 역추진한 뒤 다시 수직으로 착륙한다. 반면 뉴 셰퍼드는 수직 이륙한 뒤 궤도 진입 전에 캡슐과 분리돼 자세 전환 없이 다시 수직으로 지상으로 하강한다.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광용도로만 활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최대 7회 재사용에 성공했다. 블루 오리진은 올해 4분기를 목표로 팰컨9과 같은 궤도 진입이 가능한 재사용 로켓 '뉴 글렌'을 개발 중이다.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는 팰컨9도 1단 발사체만 재사용이 가능하다. 페어링(탑재물을 보호하는 상단 덮개)은 두 번까지만 재사용할 수 있고, 2단 발사체는 여전히 일회용이다. 스페이스X는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에서 완전 재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열린 콘퍼런스에서 "팰컨 시리즈 발사 비용은 소모성 로켓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지만 스타십은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스페이스X의 첫 공식 유인 우주선 발사 임무에 참가한 우주인들. 왼쪽부터 NASA 소속 여성 물리학자 섀넌 워커(55), 조종사 빅터 글로버(44), 우주선 선장 마이크 홉킨스(51)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노구치 소이치(55) 우주비행사다./사진=NASA

달여행의 대중화? 높은 탑승권 가격 관건

스페이스X는 내년을 목표로 달 궤도를 여행하는 '디어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을 이용해 탑승객 6~8명이 약 6일간 달 궤도를 돌고 온다. 문제는 탑승권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블루 오리진의 우주 여행 티켓의 경매 최종 낙찰가는 2800만 달러(약 333억원)이었다. 버진 갤럭틱은 올해 예정한 우주 여행 탑승권을 20만달러(약 5억4000만원)에 판매했고 약 600여 명이 탑승권 비용을 완납했다. 향후 기술적으로 더 성숙해지면 해외여행처럼 우주에 가볼 수 있다는 기대는 커지고 있다. 투자 회사 번스타인은 "시기를 단정할 수 없지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여행 빈도가 잦아지면 우주여행 비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까지 검증된 우주여행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지구 상공 100km를 비행하며 무중력을 체험하는 당일치기 지구 저궤도 관광 ▲지상 400km 상공에 있는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우주인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체류형 ▲생활 시설을 갖춘 대형 로켓을 타고 달까지 다녀오는 탐사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격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성이 큰 우주관광은 지구 저궤도 관광이다.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은 이미 탑승권 판매를 시작해 판매를 마쳤다. 이들 이외에도 보잉, 에어버스, 스페이스 어드밴처, 엑스칼리버 알마즈, 스페이스 아일랜드그룹 등이 지구 저궤도 우주관광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500억 달러 규모인 민간 우주 산업은 2040년 1조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하며 '제2의 우주 황금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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