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㉔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달라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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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㉔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달라지는 것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06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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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 박차
유럽 주도, 韓 대형 조선3사 주도 개발
해양사고·인력·탄소배출·비용 감소 효과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자율주행 선박이 바꿀 해상운송의 미래 개념도. 사진=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단 홈페이지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어느 새 3년여가 되어 간다. 2020년 시작과 함께 등장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전 세계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꿨다. 특히 해운·항만의 변화가 눈에 띈다. 글로벌 물류망이 경색되면서 전 세계는 유례 없는 공급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해운·항만업계는 스마트화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처럼 바다에서도 항행사와 조타수 업이 스스로 판단, 운항하는 자율주행 선박이 머지 않은 미래에 오대양을 누빌 것으로 보인다. 배가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 달라질 것들을 살펴봤다. 

자율운항 선박이란

자율운항 선박의 정의는 발표하는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제어해 운항하는 기술'이라는 개념적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가 정의한 자율운항 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센서 등을 융합해 지능화·자율화 된 시스템을 통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 및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정의는 '다양한 자동화 수준으로 사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선박'이며 유럽위원회(EC)는 '선박 운항자의 운항 및 조타행위 없이 선박조종 제어시스템에 의존해 운항하는 선박, 육상 선박 운항관리자의 감독 및 지시를 받지 않고 온전히 독립적으로 운항하는 하이브리드형 스마트 선박'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화된 항해 시스템과 추진 및 보조 시스템, 센서를 이용해 사람의 개입 없이 계획에 따라 운항하고 주변상황을 감지하고 상황에 따라 임무수행을 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 논리를 갖춘 선박'으로 보고 있으며 영국은 '시스템 항해 및 운항과 절차,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결정하고 사람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주변적 상황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운항하는 선박'으로 정의한다. 

국제해사기구는 레벨 1~4단계로 자율운항 기술 수준을 정의하고 있으며 레벨 1~3 단꼐는 부분자율운항선박, 레벨 4는 완전자율운항선박으로 본다. 레벨1은 자동화된 프로세스 및 의사결정 지원 선박, 레벨2는 선원이 탑승하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선박, 레벨3는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선박, 레벨4는 선박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완전자율운항선박을 의미한다. 

세계 최초 자율운항 선박 '헤른호' 설계 디자인. 사진=콩스베르그사 홈페이지 캡처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달라질 것들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무엇이 달라질까. 크게 4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큰 변화는 해양사고 빈도가 크게 줄어든다. 국제해사기구 발표에 따르면 해양사고의 약 75~95%는 악천후나 기계적 결함이 아닌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다.

또한 해운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해운업 특성상 경험 많은 고급 인력이 다수 필요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운인력의 수급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 이 중 일반 선원 대비 해기사(간부 선원) 부족 추세가 더욱 가파르다. 발틱국제해운거래소(BIMCO)와 국제해운회의소(ICS)가 공동조사한 '해운인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2.1%였던 해기사 인력 부족은 2025년 18.3%로 치솟을 전망이다. 

선박 운용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해운산업은 세계 경제 성장률, 유가, 환율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대표적 경기순환산업이다. 일반적으로 상업 선박 운용비용 중 연료비와 인건비가 8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율운항 선박이 도입되면 연료비와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해운 업계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율주행 선박은 선원 거주공간과 이동통로, 안전장비 등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선박을 공기 저항이 적은 형태로 설계해 연비를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사라지는 공간에 화물을 더 적재해 운항 효율성 향상도 기대된다. 해운 업계는 전통적 선박 대비 25% 이상의 운용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도 크다. 국제 무역량의 90% 이상이 국제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이 여파로 해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운송 분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를 차지한다. 국제해사기구는 해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한 IMO2020을 시행했고, 최근 LNG추진선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는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친환경 연료만을 사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적의 경제적 운항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율운항 선박, 스마트 항만 등 조선·해운업의 디지털화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조선·해운 업계는 200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축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목포해양대 세계로호와 삼성 T-8호를 이용해 세계최초 자율운항선박간 충돌회피 실증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자율운항 선박 현주소

우리나라의 자율운항 선박 개발은 대형 조선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유럽·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형 조선 3사가 국내외 기관과 협력해 독자 플랫폼과 솔루션 연구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17년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을 출시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후 항해지원시스템, 이접안지원시스템, 선박운전최적화시스템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원격 유지 및 보수 지원과 최적 경제운항 지원 등 가능한 스마트십 솔루션 DS4를 개발해 국적 선사이 HMM에 인도, 현재 컨테이너선에 탑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에 착수해 올해 원격자율운항시스템(SAS) 상용화를 목표로 다양한 크기의 선박에서 실증을 추진 중이다.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건 글로벌 해운사가 즐비한 유럽이다. 노르웨이 콩스버그, 영국 롤스로이스 마린, 핀란드 바르질라, 스위스 ABB 등은 일찍이 기술 개발에 나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콩스버그는 2018년 롤스로이스 마린을 인수하며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연안에서 원격제어가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개발해 시험 운항을 추진 중이며 단기적으로 원격제어 가능한 무인 선박의 상업적 판매 및 기술 고도화와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군용 자율운항 선박 수요가 강한 미국은 스타트업 중심으로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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