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㉕ 앞서가는 미국, 운전대 없는 자율차 승인…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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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㉕ 앞서가는 미국, 운전대 없는 자율차 승인…한국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13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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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올 연말 운전대 없는 자율차 양산 돌입
교통약자 위한 이동수단으로 기대
현대차·애플 등 자율차 경쟁 심화
韓 2027년 첫 자율차 상용화 목표
2020년 공개된 GM 크루즈의 오리진에서 한 남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올해 연말 미국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 차량의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교통당국이 운전대와 페달을 차량 안전 필수 항목에서 제외한 새로운 자율주행차 안전 설계 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에 유료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승인한 데 이어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로 가는 또 하나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교통안전국(NHTSA)는 지난 10일 자동차안전표준 지침을 발표했다. 개정 지침은 다른 안전 규정을 충족한다는 걸 전제로 운전자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뀐 자동주행 시스템(ADS)을 장착할 경우 수동 제어 장치가 없는 차량을 제작하고 공급해도 좋다고 승인했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용한 지 6년 만이다.

미국 정부는 운전대와 페달 없는 자율차 양산을 승인했다. 사진=연합뉴스

교통약자 위한 차량으로 기대

이번 결정은 GM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크루즈가 지난달 핸들과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제작과 운행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다. 지난해 7월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 오리진을 공개한 크루즈는 2023년 초부터 생산과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루즈는 오리진을 올해 말부터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오리진은 직사각형의 미니버스 모양의 자율차로 핸들과 페달을 없애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승객은 서로 마주보고 앉게 돼 있으며 출입문은 미닫이 방식이다.

크루즈는 호출택시형 공유 전기차로 오리진을 활용할 계획이다. 오리진은 직접 운전하기 어려운 고령자나 맹인, 장애인 그리고 교통 수단 이용이 어려운 지역 주민 등 교통약자들을 위한 대안 이동수단으로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대형 전기 SVU 콘셉트카 '세븐'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2024년 운전대 없는 SUV 출시

미국이 앞서나가고 있지만 한국도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를 빠르게 뒤쫓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LA오토쇼에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했다. 세븐은 실내에 운전대가 없는 게 특징이다. 레벨4(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에 걸맞은 자율주행 성능과 기술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세븐은 1회 충전으로 최대 482㎞ 이상 주행을 목표로 하며 아이오닉 5처럼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탑재됐다.

현대차는 "세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전기차 SUEV(Sport Utility Electric Vehicle)"라며 "공력(물체와 기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 효율에 최적화된 디자인과 순수한 조형미를 통해 전형적인 SUV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실루엣을 연출한다"고 밝혔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 담당 전무는 "세븐의 탑승객을 배려한 실내 공간은 가족을 위한 생활 공간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의 대형 전기 SUV 콘셉트가 'EV9' 이미지. 사진제공=기아

기아도 LA 오토쇼에서 브랜드 첫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인 ‘더 기아 콘셉트 EV9’를 공개했다. EV6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전기차 EV9의 콘셉트 모델로 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담은 차량이다. EV9은 2023년 출시 예정이다.

기아는 “콘셉트 EV9는 첨단 기술 표준화로 자율주행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는 가까운 미래에 선보일 전기 SUV의 특징을 예고하는 차량”이라고 밝혔다. 주요 성능은 1회 충전 482㎞(최대) 주행을 비롯해 350kW급 급속충전기를 사용해 20~30분 만에 배터리 충전(10~80%) 기능 등이다.

카림 하비브 기아 디자인담당(전무)은 “기아의 첫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카는 탄소 배출이 없는 파워트레인, 최첨단 외장 디자인,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근간으로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르면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애플카 개발에 한창이다. 사진=온라인

애플, 운전대 없는 자동차 2025년 출시

애플이 이르면 2025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는 세밑 애플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애플이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을 관장하는 핵심 반도체 칩 개발을 상당 부분 완료했으며, 애플카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카에 들어가는 이 반도체 칩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핵심 칩을 개발한 ‘애플 실리콘’ 개발팀이 설계했다.

애플카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고 실내는 리무진 차량처럼 사용자가 차 양옆의 좌석에 앉아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전해졌다. 차량 중앙에 커다란 아이패드 스크린과 같은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착하고, 비상시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도 탑재한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동차 제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수의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차량 생산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한때 현대차와 생산 협력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2027년 세계 최초 자율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韓 2027년 세계 최초 자율차 상용화 목표

세계적으로도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술개발과 시범운영에 대한 경쟁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레벨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점진적 추진해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법·제도 완비하고,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자율주행차 기술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40개의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27년 세계 최초로 고도자율주행차 상용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기존 로드맵을 내실화하고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뤄진 기술발전을 반영한 자율차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확정했다. 올해 레벨3 자율차 출시를 시작으로 2024년 승합·화물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5년 레벨4 저속셔틀, 2027년 레벨4 자율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미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단기와 중기, 장기로 나눠 규제혁신 과제 40개를 마련했다. 

단기적으로 정비 업체를 방문하지 않고도 전자·제어장치 등 업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 중장기적으로 레벨4 자율차 운행을 위한 보험과 교통 법규 위반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운전자 개입이 없는 레벨4 자율차 사고에 대해 제조사 등 책임 원칙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레벨3 상용차와 레벨4 자율차 안전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디지털경제 구현 방안을 발표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기업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지원 확대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줄곧 "기업과 같은 민간이 정부보다 유능하고 똑똑하다"는 등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해 왔다. 그런 만큼 규제를 완화하기 업 활동을 진작하는 방향으로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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