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중고차시장] ① 대기업 진출 "환영" vs "30만 생존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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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중고차시장] ① 대기업 진출 "환영" vs "30만 생존권 위협"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2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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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중고차 업계 "30만 생존권 위협" 반발
대기업·소비자 "상생의 길 열려" 환영
중고차 매매단지에 정렬된 중고차량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논란이 마침표를 찍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중고자동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국내 5개 완성차는 물론 굴지의 대기업들도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소비자들과 대기업 등은 환영하고 있지만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다만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사업자 사이 온도차는 크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생의 길…"환영"

"투명한 중고차 시장 질서 확립으로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본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현장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인천에 위치한 한 현대차 영업점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일 중고차 시장 방향성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고품질 '인증 중고차'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출고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중고차 중 200여개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판매하고 통합 정보 포털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중고차 시장 점유율도 독과점을 우려해 올해 2.5%를 시작으로 내년 3.6%, 2024년 5.1%로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한국GM과 르노코리아, 쌍용차도 중고차 매매를 위한 내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6개월 이내 관련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인증 중고차 시대를 열겠다는 대기업들의 방침에 소비자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현재 중고차 거래 관행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위, 미끼 매물, 성능상태 점검 불일치, 과도한 알선수수료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등록된 중고차 상담 건수는 4만3903건이다. 이 중 2.2%인 947건만 피해구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설문결과 소비자의 80.5%는 '중고차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답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의미를 해석하면서 "향후 중고차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중고차 매매상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선택폭 확대를 통한 소비자 권익 증대 등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자칠 없이 준비해 소비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고품질 차량을 제공할 것"이라며 "차량 상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등 투명한 거래 시장을 구축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높이고 중고차 산업 역시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다.

뿔난 딜러들…"30만 생존권 위협"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한 정부 결정에 중소판매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30만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경기도중고차딜러지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고차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재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중기부는 중고차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에서 철회하는 방안을 강행하면서 6만5000명의 현장 노동자와 관련 업종 종사자 30만 명의 생존권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며 "종사자들에게는 사실상 파산선고"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대기업으로 시장이 독점돼 필연적으로 비용과 가격이 상승해 노동자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것"이라면서 "5년, 10만km 내 중고차를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시장의 양극화로 인한 문제점도 심화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고차 딜러 노동자들은 이미 무한경쟁에 몰려 있다"면서 인수위에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한 달 200만원도 못 벌 정도로 영세한 사업자들이 다수다. 현대차와 기아같은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생존권이 위협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출시 5년, 10만km 내 자사 차종으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이익이 큰 고급차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 시장의 단물을 빼먹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앞에서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엇갈린 이해관계…"새 사업기회"

중고차 매매 과정은 ▲공급 ▲매집 ▲매매 ▲판매 ▲구매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를 다시 크게 3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개인이 공급하는 경우다. 개인이 중고차를 공급하고 현대차그룹과 케이카같은 기업이 매집과 매매, 판매까지 병행해 최종 구매자에게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롯데렌터카, SK렌터카, 쏘카, 현대캐피탈 등과 같은 렌탈 및 공유 업체가 사용 목적이 끝난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공급하는 동시에 이를 매집, 매매,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방법이다. 끝으로 헤이딜러, KB차차차 등 플랫폼에 중고차 공급자가 차량을 공급하면 이들 플랫폼이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판매하고 매매업자들이 엔카, KB차차차 등 플랫폼을 다시 활용해 최종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방법도 있다. 

영세 중고차 업체와 달리 현재 중고차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대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내 중고차 판매 플랫폼 1위 사업자인 케이카의 경우 직영매장의 확대 및 플랫폼 역량 강화를 통해 차별화 포인트를 넓혀 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터카도 기존 중고차 공급자 역할에 그쳤던 사업 영역을 판매까지 넓혀 밸류 체인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토핸즈', '오토플러스' 등과 같은 중고차 매매업체와 협업을 통해 인증 중고차 상품을 판매해 오고 있는 현대캐피탈 역시 기존 사업 강화 혹은 확대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여지가 생겼다. 

중소 매매업자들 사이에서도 온도차는 있다. 인천의 자동차 매매단지에서 판매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대기업 진출로 자기 (중고)차 없이 매매하던 이들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겠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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