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중고차시장]④ 긴장감 감도는 카드·캐피탈...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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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중고차시장]④ 긴장감 감도는 카드·캐피탈... 위기인가, 기회인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29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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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여신 업계 먹거리 확보 경쟁 가속
중고차 금융 터줏대감 캐피탈 업계, 플랫폼 고도화 박차
카드 업계 대기업 진출 오토 금융 시장 손익 계산 복잡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된 가운데 카드와 캐피탈 등 여신업계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논란이 마침표를 찍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중고자동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국내 5개 완성차는 물론 굴지의 대기업들도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일까 아니면 위기일까.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카드 및 캐피탈 등 여신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금융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시장 도태를 걱정하고 있다. 

중고차 큰 장 선다

전통적으로 캐피탈 회사의 텃밭인 '자동차(오토) 금융' 시장에서 카드사와 은행 등은 자금조달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등을 앞세워 빠르게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먹거리가 늘어나면서 오토 금융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신용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오토금융 시장에서 캐피탈사의 점유율은 70% 수준으로 여전히 높지만 하락 추세다. 반면 카드사와 은행의 점유율은 각각 25%, 은행 5%로 우상향 하고 있다. 실제 2016년 캐피탈사의 오토 금융 시장 점유율은 85%였지만 지난해 상반기 15% 하락하며 70%로 줄었다. 이 기간 카드사는 15%에서 25%로 1.5배가량 상승했다.  

캐피탈사 중에서도 희비가 갈린다.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BMWFSK 등 자동차 브랜드를 전속 취급할 수 있는 캡티브(Captive) 오토 금융사는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세미 캡티브(Semi-Captive)나 논·캡티브(Non Captive) 캐피탈사는 카드와 은행에 시장을 잠식 당하고 있다. 시장에선 오토금융에서 은행과 카드사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조달 능력 등을 갖추지 못한 캐피탈사는 존립을 걱정하고 있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원 선임연구원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할 여력이 있는 금융기관이 향후 오토 금융시장 내 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캐피탈 업계의 플랫폼 고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붙은 캐피탈 플랫폼 고도화

KB캐피탈이 서비스 중인 KB차차차는 국내 중고차 1위 플랫폼이다. KB차차차는 지난해 KB캐피탈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하면서 자산조회 서비스, 맞춤형 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차차차 이용자가 마이데이터 회원에 가입할 경우 본인 자산에 적합한 자동차 추천과 차량 구매 금리비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내 차를 차고에 등록하면 차량 담보 대출도 가능하다. 

다른 캐피탈사도 분주하다. 하나캐피탈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 '하나원큐드림카'를 전면 개편했다. 이용자 취향에 따라 신차가격, 할인정보, 진단중고차, 리스·렌터카 등 맞춤형 정보 이외에 자동차 상식과 차량 시승기 등 종합적 자동차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차량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하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에 합류한 우리금웅캐피탈(옛 아주캐피탈)도 지난해 말 오토금융플랫폼 '우리원카'를 선보이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의 '마이카'와 신한카드의 '마이 오토'를 통합한 오토금융 플랫폼 '신한마이카'를 통해 신차와 중고차 대상 대출과 할부, 리스, 렌터카 이용 때 캐시백 등 맞춤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형님 덕분에'... 수혜 노리는 현대캐피탈

현대차와 기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갖춘 현대캐피탈은 적극적으로 자동차 할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카드사의 적극적인 공세에 시장 점유율을 일부 빼앗겼던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캡티브사로서 역할 강화와 시장 입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확고한 시장지배력과 그룹 사업구조 내 전략적 중요성, 계열관계에 기반한 판매채널 지원 등은 현대캐피탈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기아는 현대캐피탈 지분 20%를 추가 취득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 지분 99.78%를 보유하며 완전 자회사로 품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분구조는 현대차가 59.68%, 기아가 40.10%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카드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와 기회, 기로에 선 카드사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카드사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다. 지난해 기준 카드사별 자동차 금융 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가 40%, KB국민카드 35%, 우리카드 14%, 삼성카드 7%, 하나카드 3%, 롯데카드 1%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변화가 예상된다. 최대 사업자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용자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계열 카드사를 이용할 때 더 좋은 조건의 저금리 할부와 캐시백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드 업계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 레몬마켓(저급품 취급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로 투명해질 경우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중고차 금융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동안 카드사들은 전통적인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국내 6개 카드사(신한, KB국민, 삼성, 롯데, 하나, 우리카드)의 자동차 할부금융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이미 10조원을 돌파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할부금융은 통상적으로 캐피탈에서 대출에이전시(제휴점)을 거친 뒤 딜러를 거쳐 소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수수료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중고차 할부 금리가 높다보니 금리가 낮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쪽으로 이용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시장이 커지고 투명해질 수록 중고차 금융 서비스 시장 역시 성장할 것으로 보여 카드사나 캐피탈사 모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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