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총 통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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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총 통과할까?
  • 정리=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7.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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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주총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 잇단 반대 견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지난 3일 투자자들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각국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투자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지침을 제공하는 회사다.

1. ISS, “합병 비율이 1대 0.95는 돼야 한다.”-외국인 투자자 결집

ISS는 보고서에서 "비록 거래 조건이 한국 법률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저평가된 삼성물산 주가와 고평가된 제일모직 주가의 결합은 이 거래가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 등 보유 자산가치가 큰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일모직의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시가를 기준으로 1대 0.35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는 불리함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7조8,000억원이 넘는 삼성물산의 순자산을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에 아무런 보상 없이 우회 이전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해왔다.

ISS는 제일모직의 고평가된 주가를 고려했을 때 적정한 합병 비율이 1대 0.95는 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ISS는 "다른 주주들이 이(합병 비율) 문제를 우려할 수 있음에도 삼성물산 이사회는 합병 성공을 위해 제일모직의 2대 주주에게 자사주를 매각했다"고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 세력인 KCC에 매각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ISS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이번 합병에 반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SS는 양사 합병 이후의 수익 전망도 '지나치게(hugely)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ISS는 "경영진이 주장하는 양사 합병 시너지는 대부분 제일모직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모직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라면 단순히 제일모직에 투자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결권 자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ISS의 의견은 외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의결권 자문시장 2위 업체인 미국의 글래스 루이스도 지난 1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엘리엇은 ISS의 보고서가 나온 직후 "합병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의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ISS 보고서가 경영 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 합병안 통과되나? - 전체 주식의 47% 확보해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SS가 외국 기관 투자가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오는 17일 주총에서 외국인 주주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엘리엇의 7.12%를 포함해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33.61%에 달한다.

ISS가 합병 반대 세력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 여부는 보통주 기준으로 11.21% 지분을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국민연금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ISS의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개인, '백기사' KCC를 모두 더해 19.95%다.

국민연금 11.21%를 비롯해 국내 기관은 21.2%의 지분을 들고 있다.

주총에 지분 70%가 출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삼성물산은 합병안 가결을 위해 47%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특별 결의 사항인 합병안이 통과하려면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반면 엘리엇은 23%의 지분을 확보하면 합병안을 저지할 수 있다.

ISS가 반대 권고를 한 상황에서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 26.49%의 절반을 확보하면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다가 2.11%를 보유한 주요 주주인 일성신약이 앞서 공개적으로 합병 반대를 시사한 것도 엘리엇에는 고무적인 일이다.

3. 국민연금, 합병안 찬성할까? - 최근 민감사안 전문가들에게 위임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 투자가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합병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작년 말 상장한 제일모직은 상장 당시 기관 투자가들에게 다수 물량이 배분됐고 실제로 상장 이후에도 기관과 연기금은 제일모직 주식을 지속적으로 순매수했다.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합병 법인의 주주 가치 증진 방안을 타진한 것도 합병 찬성 가능성을 열어 놓은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던 터다.

변수는 국민연금이 최근 민감한 의결권 행사 문제를 결정할 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권한을 넘겨왔다는 점이다.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주주 가치 등 근본적인 시장 원칙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SK와 SK C&C 합병을 놓고 '주주가치 훼손'을 주된 이유로 들어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결정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찬반 양측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ISS가 합병 반대를 권고하면서 국민연금이 상당히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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