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이 은행 등 금융권과 알리페이 등 지급결제 기관을 총동원해 자국민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행위를 색출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1일 오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은행과 지급결제 기관이 가상화폐 투기에 이용되는 문제와 관련해 '예약 면담'(約談)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위에탄(約談)이라고 말하는 예약면담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국가 통제권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강하게 띤다.
이번 면담에는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우정저축은행, 싱예(興業)은행 등 대형 은행들과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付寶·알리페이) 법인 관계자들이 불려왔다.
우선 인민은행은 "가상화폐 거래·투기는 정상적인 금융 질서를 저해하고 불법 해외 자산 이전, 돈세탁 등 범죄 행위를 부추겨 인민 군중의 재산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서 각 은행과 지급결제 기관이 계좌 제공, 청산·결제 등 서비스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중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자금을 철저히 색출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인민은행은 "각 기관이 전면적 조사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및 장외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자금을 식별해내 적기에 자금 거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기술 개발을 강화해 이상 거래 감시 모델을 완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4대 국유은행 가운데 하나인 농업은행은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자기 은행 계좌가 가상화폐 거래에 활용되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농업은행은 고객 거래 모니터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가상화폐와 연관된 거래에 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 즉각 해당 거래를 동결시키는 한편 고객과의 거래를 완전히 끊고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 채굴 금지 움직임도 한층 강화돼 중국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마지막으로 실낱같은 기대를 건 쓰촨성까지 채굴장 전면 폐쇄 조처에 들어갔다.
이로써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채굴을 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쓰촨(四川)성 정부가 하달한 가상화폐 채굴장 단속 계획 문건 사진이 급속히 퍼졌다고 이날 전했다.
이 문건에는 이달 20일까지 관내 가상화폐 채굴장을 모두 폐쇄하고 25일까지 결과를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이신에 해당 문건이 쓰촨성의 경제 계획 수립 총괄 부처인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실제로 작성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간 중국의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쓰촨성이 가상화폐 채굴장 단속에 나설 것인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앞서 네이멍구자치구를 시작으로 칭하이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윈난성 등 여러 성(省)급 행정구역이 가상화폐 채굴장 폐쇄에 나섰다. 쓰촨성은 신장자치구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비트코인 채굴이 많이 이뤄지는 곳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은에 따르면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36%가 신장자치구에서, 10%가 쓰촨성에 이뤄졌다.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쓰촨성의 가세로 채굴 능력을 기준으로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장의 90%가 폐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지만,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본사를 싱가포르 등 역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중국인 상대 영업을 계속해왔다.
또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 채굴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류허(劉鶴)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하겠다"는 강경 원칙을 밝히면서 가상화폐와 전쟁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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