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올릴 때 우린 무료”…쿠팡, '배송비 전쟁' 불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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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올릴 때 우린 무료”…쿠팡, '배송비 전쟁' 불붙였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06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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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기한 미특정으로 오랫동안 ‘0원’ 할 가능성↑
네이버가 쿠팡 저격해 무료배송 언급한 것이 원인
배송비 출혈 경쟁, 결국 소비자 부담이 될 수도
쿠팡이 기한을 특정하지 않고 '무료 배송'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배송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쿠팡이 기한을 특정하지 않고 '무료 배송'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배송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이 뉴욕증시(NYSE) 상장으로 확보한 5조 원의 실탄이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조건 무료배송’ 이벤트를 펼치며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

배송비를 고려하지 않고 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쿠팡의 단기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배송비 출혈 경쟁에 대한 부담이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을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았거나 현재 이용 중이지 않은 고객들이 무료배송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로켓배송상품 무조건 무료배송’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 로켓배송 상품을 무료로 받기 위해선 쿠팡의 월 2900원 유료 멤버십 ‘쿠팡 와우’ 회원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만9800원 이상을 결제해야 무료 배송이 가능했다. 직구 상품은 2만9800원 이상을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쿠팡은 이벤트 기간에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거나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로켓배송’, ‘로켓와우’, ‘로켓직구’ 배지가 붙은 모든 상품을 배송비 추가 없이 받아볼 수 있게 했다. 

쿠팡이 이런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유료 멤버십 회원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무료 배송비의 편리함을 느낀 고객이 추후 이벤트가 끝났을 때 유료 회원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쿠팡은 “대상 고객과 기간은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다”며 이벤트 기한을 특정하지 않아 소비자를 일정 부분 포섭하고 경쟁자들이 백기를 들 때까지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추이. 자료제공=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쿠팡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대 경쟁사인 네이버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17%로, 쿠팡을 4%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거래액 역시 지난해 네이버는 28조 원을 기록해 쿠팡의 24조 원 규모를 유일하게 넘어섰다. 

쿠팡이 네이버의 최대 강점인 ‘최저가 검색 서비스’를 언급한 점도 견제 대상이 누군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쿠팡은 이번 캠페인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막상 주문하려고 보면 배송비가 추가돼 더 이상 최저가가 아니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구매가격의 평균 10%에 해당하는 배송비를 부담하고 있어 최저가 검색에 투자한 시간, 쿠폰 할인, 캐쉬백 등이 무의미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고객들이 배송비 걱정 없는 쇼핑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객의 배송비를 쿠팡이 전부 부담할 경우 소비자가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지 않는 일정 기간 동안은 비용을 전부 떠안아야 한다. 그럼에도 쿠팡이 해당 서비스를 기획한 이유는 네이버가 최근 쿠팡을 정조준해 “이커머스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겠다”며 다양한 전략을 내놨기 때문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주주서한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의 올해 거래액을 전년 대비 50% 증가한 2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5년 뒤 네이버에 개설된 스마트스토어를 현재(3월 말 기준 약 42만 개)의 두 배 이상인 100만 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서한에는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고, 명품을 확대하며, 물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네이버는 신세계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얻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7300여곳의 오프라인 거점을 통해 당일배송, 익일배송을 도입하거나 멤버십을 활용한 무료배송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배송비 인상 동향. 자료=각 사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배송비 인상 동향. 자료=각 사

쿠팡의 ‘무료배송’ 초강수는 결국 네이버와의 이커머스 경쟁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네이버 역시 중심추가 검색서비스에서 쇼핑으로 옮겨간 이상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쿠팡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다만 쿠팡과 네이버 등 업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무료배송을 실시하게 된다면, 무료배송에 대한 부담을 기업 등 판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고, 판매자는 늘어난 택배비 부담을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택배업계 ‘빅3’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한진택배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택배비를 인상한 바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종사자 근로 및 업무 환경 개선, 택배 종사자 소득향상, 택배 산업 미래 대비하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쿠팡에 입점해있는 한 개인사업자는 “우리와 같은 배송위탁 업체들은 무료배송 기준 금액을 올리는 등 늘어난 택배비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언제까지나 무료배송에 대한 출혈을 혼자 감당하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플랫폼에 입점해있는 개인사업자 등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더 높이는 식으로 해서 (출혈을) 메꾸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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