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BP와 수소충전 사업 논의 중단...한화도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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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BP와 수소충전 사업 논의 중단...한화도 차질 빚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24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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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BP와 수소 충전소 건설협상 논의 중단
수소 충전소 사업 협력 예정이었던 한화도 영향 있을 듯
전기차 스타트업 투자 가로막힐 가능성도 제기
SKT 투자한 나녹스도 '사기 논란'
사기 의혹에 휩싸인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가 BP와의 수소 충전소 건설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사기 의혹에 휩싸인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가 BP와의 수소 충전소 건설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사기의혹에 휩싸인 수소 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가 사임한 데 이어 BP와의 수소 충전소 건설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타 전기차 스타트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니콜라에 대규모 투자를 한 한화그룹의 수소 관련 사업에도 차질이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니콜라, 사기 의혹으로 BP와 수소충전소 건설 논의 중단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니콜라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몇몇 협력사와 추진하고 있던 수소 충전소 건설 논의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니콜라는 최소 1개의 메이저 에너지 기업과 수소 충전소 건설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지을 예정이었으나, 힌덴버그 리서치가 '사기의혹'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협상의 최종 결론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일부 잠재적 협력사들이 니콜라와 힌덴버그 보고서에 대한 검증 논란이 확산되면서 협상을 진전시키기를 꺼려하고 있으나 여전히 협상이 이뤄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니콜라 측 역시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BP는 이와 관련한 답변을 거부했다.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전기차 업계에 있어서는 상당히 중요한 과제다. 니콜라 역시 수소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 체결이 수소트럭과 관련한 사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종종 말해왔다. 

사기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니콜라 측은 "니콜라의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와 수소 생산 및 유통이 수익성과 주식가치를 보장받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니콜라와 BP의 수소 충전소 건설 협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그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화그룹이 당초 니콜라와 수소 충전소용 태양광 발전 전력 공급, 수소 충전소용 태양광 모듈 공급, 수소트럭용 수소탱크 공급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11월 총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비상장사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6.05%를 한화솔루션이, 한화솔루션의 지분 37.25%를 (주)한화가 보유하고 있다. 

니콜라는 2023년 수소 전기트럭을 상용화하고, 2027년까지 북미지역에 수소충전소 1200여개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 또한 이 과정에서 협력할 예정이었다.

한화에너지는 수소충전소에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니콜라가 사기 의혹에 휩싸이고, BP 등 메이저 업체와의 논의가 중단되면서 한화그룹의 북미지역 수소사업 또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전기차 스타트업도 투자길 가로막혀

난감해진 것은 한화그룹 뿐만이 아니다. 니콜라의 길을 따라 걷던 전기차 스타트업 역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WSJ의 칼럼니스트인 스펜서 자캅은 "만일 니콜라가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장처럼 '사기'로 판명이 된다면, 니콜라만이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만일 사기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니콜라에 투자한 GM은 금전적, 평판적 피해는 입을 수 있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건은 수익성이 높고 평판이 좋은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가로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결과물이 아닌 잠재력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니콜라와 같이 사기 의혹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CNBC는 "많은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니콜라의 성공적인 우회상장을 보면서 그들 또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와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는 6월4일 나스닥 상장 당시 에너지 투자회사인 벡토아이큐와 역합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스팩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니콜라의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 역시 이 열풍에 불을 지폈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피스커와 스팩인 스파르탄에너지 애퀴지션, 로즈타운모터스와 스팩인 다이아몬드피크홀딩스 등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니콜라의 열기를 이어받기 위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니콜라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같은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운송전문매체인 프라이트웨이브스는 "니콜라의 사기 의혹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스팩 회사에 대한 투자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기업공개(IPO) 열기를 더욱 가라앉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스라엘 차세대 엑스레이 장비 업체인 나녹스에 대한 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나녹스 홈페이지
SK텔레콤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스라엘 차세대 엑스레이 장비 업체인 나녹스에 대한 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나녹스 홈페이지

SKT 투자한 나녹스, '제2의 테라노스'일까

SK텔레콤이 2대주주로 있는 나녹스 또한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의 의료장비 기업인 나녹스는 반도체 나노 기술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한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보다 선명한 데다, 촬영비용도 기존의 10분의 1에 불과해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약 2300만달러(약 273억원)를 투자해 나녹스 지분 5.8%를 보유하게 됐고, 현재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공매도 투자세력인 머디워터스리서치는 43페이지의 보고서를 통해 "나녹스는 니콜라보다도 더 큰 쓰레기"라고 비판했다.

머디워터스는 최근 중국의 스타벅스라 불린 루이싱커피의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한 곳으로 월가의 저승사자라고도 불린다. 루이싱커피는 이로 인해 나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머디워터스는 니콜라와 마찬가지로 나녹스가 시연 영상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니콜라가 언덕 아래로 트럭을 굴렸다면 나녹스는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ARC 기술이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을 조작해 시연 영상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나녹스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꼽힌 하다사 병원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지만, 하다사 병원에서 나녹스 장비가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공매도업체인 시트론리서치 역시 "나녹스는 제2의 테라노스"라며 "목표주가는 0달러"라고 비판했다. 테라노스는 피 한방울로 240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내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나, 결국 사기 혐의로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다. 

나녹스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나녹스 주가 또한 널뛰기를 했다. 공모가 18달러였던 나녹스 주가는 한 때 66달러까지 치솟았으나, 23일 종가 기준 29달러다. SK텔레콤은 주당 8.8달러에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세력들의 주장인 만큼 섣불리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불투명한 경영실태를 지적해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기고, 주가 하락을 통해 이득을 얻는 공매도 세력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녹스에 투자한 요즈마펀드는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일본의 후지필름, 대만 폭스콘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검증을 거친 후 나녹스에 투자를 했다"며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 역시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미 투자전문매체인 시킹알파는 "월가에서도 나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며 "합법적이고 혁신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니콜라와는 달리 나녹스는 철저한 기술성 심사를 거쳐 정상적으로 상장했다는 점 또한 언급했다.

오펜하이머의 수라즈 칼리아 애널리스트는 "나녹스 주가가 무너질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캔터 피츠제럴드증권의 스티븐 할퍼 애널리스트는 머디워터스 보고서 이후에도 목표주가 70달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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