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타이밍에 사옥 확장?...게임사들, 부동산에 관심갖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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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이밍에 사옥 확장?...게임사들, 부동산에 관심갖는 까닭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4.23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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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지만 개발 인력 모으기 위해 사옥 확대
엔씨소프트, 판교구청 부지 사업의향서 단독 제출
넷마블, 5000여명 직원 모으는 지스퀘어 연말 이사
넥슨 네오플, 사세 2배 확장하며 제주에서 역삼으로
개발인력 모여 있어야 효율성 극대화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는 판교구청 예정부지. 사진=연합뉴스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는 판교구청 예정부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게임 업계에 때아닌 '부동산' 바람이 불고 있다. 게임 산업이 나날이 확대됨에 따라 개발 인재들을 확보하고 이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옥 확장에 나서고 있어서다.

원격근무가 쉬운 대표적인 산업이지만 부동산 확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개발과 보안, 업계 교류 등 여러 측면에서 인력들이 모여 있어야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41번지 성남시유지 매각 공고에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땅은 애초에 성남시가 분당구를 나눠 '판교구'를 신설하는 형태로 행정구역을 나누고 판교구청을 짓기 위해 2008년 매입했던 부지다. 하지만 행정구역 쪼개기가 무산돼 이 부지는 현재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만5719㎡ 규모의 크기에 교통도 좋아 판교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려 많은 IT 회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감정평가액만 8094억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 때문에 공매가 3번이나 유찰됐다. 결국 성남시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엔씨소프트가 유일하게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엔씨소프트의 직원은 3755명으로, 이들 중 2500명 정도가 본사인 판교 R&D센터에서 일하는데 여유 공간이 부족해서 나머지 직원들은 인근 건물 3곳에 흩어져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해에 두번째로 오픈한 모션캡쳐 전문 스튜디오는 수원 광교에 있다.

삼평동 641부지는 판교 R&D 센터의 두 배가 넘는 크기로, 4000명 가까운 직원들을 모두 수용할 사옥 건립에 충분한 규모다. 엔씨소프트 측은 "업무 공간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컨소시엄 세부 내용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본사가 있는 넷마블은 올 연말께 인근에 건설 중인 신사옥 G밸리 G-SQUARE(지스퀘어)로 이전할 계획이다. 총면적 17만2552㎡로 지상 39층, 지하 7층의 건물이다.

현재 5000명이 넘는 넷마블 직원들은 본사를 비롯해 구로구 일대에 나눠서 근무 중이다. 지스퀘어가 완공되면 넷마블 임직원을 포함해 최근 경영권을 인수한 코웨이 직원들도 함께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스퀘어는 지밸리 내 유휴부지에 본사 및 대형 오피스빌딩을 지어 게임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넷마블게임즈의 민간사업 제안을 산업단지공단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넷마블과 협력업체 뿐 아니라 게임 산업 관련 시설, 스타트업 지원센터, 스포츠센터, 의료시설,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이를 통해 5000개의 신규 청년 IT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밸리 지스퀘어 조감도. 사진제공=넷마블
지밸리 지스퀘어 조감도. 사진제공=넷마블

이와 별개로 넷마블은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에 R&D 센터도 세울 계획이다. 2만9000㎡ 크기의 지상 15층, 지하 6층의 건물로 2023년 2월 준공이 목표다. AI 연구, 인프라 개발 등으로 활용한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넥슨의 '캐쉬카우'로 불리는 자회사 네오플도 사세를 확장한다. 현재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는 네오플은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내달부터 서울 역삼동으로 이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넥슨과 네오플은 중국에서 사전 예약 중인 '모바일 던전앤파이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70명 정도 규모의 인력을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오플은 직원에게 ▲거주비 최대 4억원 무이자 대출 ▲이사비 전액 지원 ▲어린이집 100% 수용 ▲매출 10%를 개발 조직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 G.I(Growth Incentive) 적용 등 복지와 보상을 극대화한다.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는 최근 임대 사용 중이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아리온 테크놀로지' 빌딩을 매입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임직원 수는 837명으로 최근 3년간 두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개발 공간과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개발 보안을 위해 현재 임대 중인 건물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아리온 빌딩에는 인근에서 흩어져 근무하던 직원들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펄어비스는 과천지식정보타운에 1300억원을 투자해 신사옥을 짓고 있다.

이처럼 굵직한 게임회사들이 '비대면 근무 시대'에도 직원들을 한 자리로 모으는 것은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판교 한 게임회사의 해외사업팀장은 "재택 근무 시행중에도 장비를 집에 가져갈 수 없는 개발 인력들은 꾸준히 출근했다.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다른 파트 직원들도 돌아가며 출근을 하고 있다"면서 "원격 근무로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효율성 측면에선 모여서 소통하는 게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안 유지를 위한 측면도 있다. AI, 클라우드, 로봇 등 온갖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게임회사들의 R&D 센터에 다 함께 모여 있어야 보안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관련 업계 간 교류를 위해 비슷한 지역에 모이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던전앤파이터'는 대표적인 2D그래픽 게임인데 네오플이 오는 서울 역삼에는 2D 그래픽센터가 있다. 또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했던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도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허민 대표는 현재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는 관계가 없지만 김정주 NCX 대표의 요청으로 넥슨에 게임 개발 고문으로 합류한 상황인 만큼 조언자 역할을 가늠해볼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산업이 동종 업계와의 교류가 중요한데 게임도 마찬가지"라며 "더 재미있는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활발한 공유와 소통,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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