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코미디, 봉테일의 겸손함 그리고 CJ '오스카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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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랙코미디, 봉테일의 겸손함 그리고 CJ '오스카 캠페인'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2.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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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로 최초 작품상
한진원 작가 "미국에는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봉준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마틴 스코세이지에 헌사
북미 개봉후 작년 10월부터 오스카 캠페인 벌여...CJ ENM 지원 아끼지 않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사진=연합뉴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한 '기생충'의 배우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이 9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작품상을 비롯, 4관왕을 거머쥐었다. 한국영화로는 1963년 신상옥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아카데미에 도전한지 57년만에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상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트로피를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트로피를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은 예술성 있는 작품에게 수여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으나 아카데미는 사실상 미국의 '로컬 시상식'이라며 수상 가능성을 크게 점치지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동안 미국인 그것도 백인들만의 시상식이었던 이유로 '화이트 오스카'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에선 오히려 그런 약점을 극복하고자 아카데미 회원들이 '기생충'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대두됐다. 어찌됐든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 영화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지닌 할리우드에서 펼쳐지는 영화인들의 축제이자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아온 시상식이다.

 

'기생충'의 미국내 공식 포스터. 사진=미국 배급사 '네온'
'기생충'의 미국내 공식 포스터. 사진=미국 배급사 '네온'

◆ 한국적 블랙코미디...92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다

'기생충'의 수상은 기록으로도 의미가 있다. 먼저 외국어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영화다. 한국 영화로 최초 수상을 넘어서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지난 해 멕시코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작 '로마'의 경우도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을 수상했지만 작품상은 받지 못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다.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코미디 영화 ‘마티’가 유일했다. 반세기 만에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카데미 각본상 수상은 외국어 영화로 92년 역사상 두번째다. 외국어 영화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2003년 '그녀에게'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수상한 후 17년 만이며, 아시아 영화로는 최초다.

예상됐던 '국제영화상' 수상 역시 쉽지않은 눈부신 성과다. 그동안 과거 '외국어영화상'(2019년까지 쓰인 명칭)을 수상한 나라는 주로 유럽국가들이다. 최다 수상국은 이탈리아였으며 '시네마 천국',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수상작이었다.

아시아 작품으로는 '와호장룡'(중국), '굿 바이: Good & Bye'(일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이란), '세일즈맨'(이란) 이후 5번째 수상이다.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하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는 봉준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하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는 봉준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 10월부터 '오스카 캠페인' 레이스 돌입...송강호 '쌍코피' 터지기도

골든글로브 수상 후 취재진을 만난 봉 감독은 “오스카에서도 좋은 결과가 온다면 한국영화 산업 측면에선 나름의 의미가 있겠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을 비롯,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행사다. 수상이 영화 흥행으로도 직결되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독‧배우들에게는 향후 작품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시상식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시상식을 앞두고 기생충 제작진과 배급사는 지난해 10월 북미 개봉후 본격적인 '오스카 캠페인'을 시작, 미국 전역에 '기생충'을 알렸다.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는 함께 '기생충'을 홍보했고, 강행군으로 인해 송강호는 난생처음 쌍코피를 쏟기도 했다고.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미국내 여러 도시를 돌며 100여 회의 인터뷰 및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고 한다.

'오스카 캠페인'에 뛰어든 이유는 초청 혹은 출품으로 이뤄지는 국제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상 후보와 수상작은 전세계 8천여명의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임권택‧봉준호‧박찬욱 감독과 배우 최민식‧송강호‧이병헌‧배두나 등이 회원이며 다양한 국적‧인종의 회원들로 채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투표단의 80%는 미국 현지 영화인들로 알려졌다.

캠페인 레이스에는 물량과 인맥, 치밀한 전략이 요구되는데 예산이 적게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2천만 달러가 넘는다고. 이번 캠페인에는 한국 투자‧배급사 최초로 CJ ENM이 큰 역할을 했다. 영화 '로마'는 작년에 홍보비만 120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 덕분일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영화 '로마'로 제91회 아카데미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기생충' 오스카 최고작품상 수상. 사진=아카데미 트위터
'기생충' 오스카 최고작품상 수상. 사진=아카데미 트위터

 

감독상 수상 후 밝힌 소감이 벌써 화제다. 봉준호는 영화공부를 하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가슴깊이 새겼다면서 거장에게 영광을 돌리는 겸손함도 내비쳤다. 

각본상을 함께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는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면서 한국영화인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편 단편 다큐멘터리상 부문 후보에 올랐던 세월호 참사를 다룬 '부재의 기억'은 아쉽게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연출을 맡은 이승준 감독은 세월호 유족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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