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 캐리 람 행정수반, 시정연설서 '현안 언급없이 주택난 해소'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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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 캐리 람 행정수반, 시정연설서 '현안 언급없이 주택난 해소' 자화자찬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19.10.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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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지영 통신원지난 6월부터 시작한 홍콩 시위가 가라앉기는커녕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16일 올해 시정 연설을 했다.

이번 시정 연설은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 범죄인인도법(송환법)안 시위 후 람 장관이 내놓은 첫 시정 연설이어서 혼란 국면에 행정 수반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큰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람 장관은 시정 연설에서 정치 문제에 대한 입장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시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수반 겸 행정장관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시위 발생 후 처음으로 16일 시정연설을 했다. 관례상 입법회 본회의장에서 행해졌던 행정수반의 시정연설은 야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퇴장한 후 미리 녹화한 동영상을 통해 중계됐다. 캐리람 장관이 녹화한 시정연설이 TV를 통해 중계되는 장면.  사진=Jim HorYeung 홍콩통신원)
캐리 람 홍콩 행정수반 겸 행정장관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시위 발생 후 처음으로 16일 시정연설을 했다. 관례상 입법회 본회의장에서 행해졌던 행정수반의 시정연설은 야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퇴장한 후 미리 녹화한 동영상을 통해 중계됐다. 캐리람 장관이 녹화한 시정연설이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는 장면. 

홍콩 행정수반, 사상 첫 녹화 '시정 연설' 

홍콩 행정수반의 시정연설은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총독이 매년 현재 국회에 해당하는 홍콩 입법회에서 사회나 정치, 경제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날 시정 연설을 위해 람 장관이 입법회로 향하기전 이른 아침부터 입법회 주변에는 경찰뿐만 아니라 물대포차와 장갑차가 배치돼 삼엄한 경비태세를 갖췄다.  

람 장관은 예정대로 이날 오전 11시 입법회에 들어갔지만 입법회 본회의장에서 시정 연설을 발표하진 못했다. 람 장관이 입법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야당 민주파(民主派)의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그의 시정연설을 방해했다. 람 장관은 연설을 두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입법회 의장은 람 장관의 시정 연설을 중단시켰다. 

민주파의 한 의원은 "람 장관이 이미 지난 6월부터 반 송환법 시위가 시작된 후 홍콩을 관리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친 정부 의원들은 홍콩 시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시정 연설을 중단 시킨 야당 의원의 행동에 유감을 표하고 비판했다.

시정 연설이 중단된지 30분 후 람 장관은 만약을 대비해 사전에 찍은 동영상으로 티비와 인터넷을 통해 시정 연설 내용을 내놨다. 동영상 방송으로 시정 연설을 발표한 것은 홍콩 역사상 처음이다. 

캐리 람 장관이 16일 발표한 시정 연설문 표지. 홍콩 행정부는 폭풍우가 지나간 후 다시 하늘이 맑아진다는 의미로  표지 색상을 하늘색으로 했다고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사진=Jim HorYeung 홍콩통신원.
캐리 람 장관이 16일 발표한 시정 연설문 표지. 홍콩 행정부는 폭풍우가 지나간 후 다시 하늘이 맑아진다는 의미로 표지 색상을 하늘색으로 했다고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사진=이지영 통신원

시정연설, '주택난 해법'만 언급...더 싸늘해진 민심   

TV와 인터넷 동영상으로 녹화 중계된 람 장관의 시정 연설은 홍콩시민의 주택난에 중점을 뒀다. 람 장관은 “주택난이 홍콩 시민들 불만이 폭발한 원인”이라며 “여러 문제 중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라고 밝혔다.

람 장관은 이어 “시민의 첫 주택 구입 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을 확장했다”면서 “또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주택의 건설을 늘리고 빈곤층에 지급하는 수당 금액도 인상했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연설 막바지에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여러체제)원칙으로 폭력 시위를 저지해야하고 사회의 질서가 회복된 후 홍콩에 무지개가 다시 뜰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람 장관의 시정연설에 대해 현지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람 장관은 연설에서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중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에 대해서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회 질서를 어떻게 회복시킬지에 대한 방법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홍콩의 한 시민은 현지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를 통해 람 장관의 시정 연설을 맹비난했다.

직장에서 비서직(executive assistant)인 양(楊· 30세)씨는 “람 장관의 의도는 중산층이 집을 사서 부동산의 노예가 되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들(홍콩 자치정부)은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므로 반정부 시위를 막기위해 더욱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람 장관은 정치적 문제를 경제적인 조치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녀가 다섯 항목의 요구 사항에 대해 답하기를 거부하는한 시민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 여론조사 기관인 홍콩시민 연구소(香港民意研究所)가 시정연설 후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시정 연설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7% 뿐이었다. 불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5%였다고 현지 언론인 빈과일보(蘋果日報)가 보도했다. 불만자 수는 람 장관 취임 후 실시한 세 번의 역대 시정 연설 중 제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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