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이 노벨상 후진국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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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교육이 노벨상 후진국 만들었다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0.07 1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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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과학정책 부재도 문제…교육체계 확 바꿔야

노벨상 시즌이다. 하루 걸러 부문별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선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내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며 축제분위기다.

 

중국에선 올해 처음으로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데 대해 환호하고 있다. 중국전통의학연구원 소속 여교수인 투유유가 85세 고령의 나이에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축전을 보내 “투 교수의 수상은 중국 과학기술의 번영과 진보를 구현한 것"이라고 치하하고, 과학연구자들에게 ”국가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례적으로 투 교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1면 톱기사로 배치했다. 인민일보가 중국 최고지도자 관련 소식 외의 다른 내용을 1면 톱기사로 비중 있게 다루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중국 언론들은 그가 수십 년 한우물을 판 이력과 이른바 '3무(三無) 과학자'로 불리는 순수토종 학자가 노벨상을 받게 됐다는 점 등을 부각시켰다. 그는 과학·이공 계통의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호칭인 원사(院士) 선정에서 수차례 낙선한데다, 박사학위가 없으며 외국 유학경험도 없어 '3무 과학자'로 불려 왔다.

 

일본 열도도 환호분위기다. 오무라 사토시(大村智·80) 일본 기타사토(北里)대 특별영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된데 이어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도쿄(東京)대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주요 신문이 연일 호외를 발행했으며, NHK는 수상자들이 걸어온 길을 집중 조명하는 등 자국민이 이룬 성과를 부각시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수상자들에게 축하 전화를 하고,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도 축하 코멘트를 날렸다.

일본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작년에는 아마노 히로시(天野浩) 나고야대(名古屋大) 교수 등 3명이 '청색 LED' 개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일본이 2년 연속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과학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지마 교수가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24명(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으로 늘어나게 됐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이 가운데 과학분야가 21명으로 단연 많아 일본은 자연과학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한 셈이다.

▲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이 7일 일본 주요 신문 조간 1면에 실렸다. /연합뉴스

대륙과 열도에서 노벨상 수상자로 들떠 있을 때, 우리는 그저 망연히 바라만볼 뿐이다. 우리는 왜 과학 부문에서노벨상을 타지 못하는가. 2000년 김대중 전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탔을뿐 과학 부분에선 수상자가 없다. 김 전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은 그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해 40년에 걸친 긴 투쟁과 6·15 남북 공동선언을 이끌어내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의 노벨 평화상 수상도 대단한 것이다. 어쩌면 한국 역사의 질곡과 지정학적 특수 현상이 빚어낸 결과라고도 할수 있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이 이뤄낸 성과와 비교하면 우리 과학계의 현실이 한없이 쪼그라들고, 교육 과정에 뭔가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중국에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과학 진흥 프로그램 시행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중소기업의 한우물 파기가 원천

투유유의 노벨 의학상 수상은 중국 국적의 과학자가 중국이 명실공히 세계적인 과학강국임을 입증하게 됐다. 항공·우주 분야는 미국과 러시아와 대등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슈퍼컴퓨터 기술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인 중국의 여성 과학자 투유유. /연합뉴스

중국의 과학기술력은 1980년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인재우대정책과 장기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편 덕택이다. 과학 분야에선 한국보다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선 문화혁명 기간에 과학 분야가 초토화됐다. 경제발전의 토대를 형성하던 1980년대 덩샤오핑은 “지식을 존중하고 인재를 존중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중국과학원은 1990년대 중견 과학자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백인계획’을 실시했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수 중국인 과학자 100명을 귀국시켜 첨단기술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시절에는 은 백인계획을 이어 천인계획을 실시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는 ‘만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국가적 인재 1만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우대정책도 앞서간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등 역대 국가주속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 내각의 40%, 공무원의 70%가 이공계 출신이라고 한다.

중국은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과학기술을 진흥시키고 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과학 기술 정책이 바뀌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 사진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왼쪽에서 6번째) 교토대 교수가 2012년 11월 28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을 축하하는 저녁 식사 모임에서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일본은 오랫동안 과학 분야에서 강국이었다. 2년째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함으로써 지식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아시아국가로서는 빨리 근대화를 시도하며 서구 과학을 수용한데다 1995년에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과학 연구 예산을 확대한 것 등이 과학 기술 연구의 저변을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의 출신 대학(학부)은 도쿄(東京)대(4명)와 교토(京都)대(6명)에만 몰리지 않고 나고야(名古屋)대(3명)가 많다. 홋카이도(北海道)대(이하 1명), 도쿄공업대, 도호쿠(東北)대, 고베(神戶)대, 도쿠시마(德島)대, 야마나시(山梨)대, 나가사키(長崎)의과대(현 나가사키대) 등도 수상자를 배출한 점에 비춰보면 자연과학연구에서 특정 대학 독식이 상당히 완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 작은 차이까지 꼼꼼하게 챙기면서 한우물을 파는 일본 특유의 직업 정신이나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몰입하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도 노벨상 수상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학사출신의 민간 기업 회사원이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씨가 2002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일본 과학계 사정에 밝은 이들은 장인 정신을 존중하는 중소기업이 일본 과학 기술 연구를 뒷받침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왜 일본은 노벨 과학상에 강한가'라는 책을 발간한 홍정국 재일한국과학기술자협회 회장은 올해 초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중소기업을 일본 노벨 과학상의 토대로 꼽았다. 그는 100년 넘게 한우물을 판 회사가 일본에 7만∼8만 개 있다면서 "이들이 핵심 기술을 몇 백년 간 유지했지만 똑같은 상품만 만든 것이 아니라 원천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하지 않는 한국 학생들, 창의력 부족…주입식 교육탓

그러면 한국의 과학기술은 어떠한가.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8조원의 정부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자됐다. 정부와 민간 분야의 연가개발비를 합치면 투자율은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후보자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학 분야에 대한 국가적인 장기 프로그램이 없고, 과학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행사를 가졌다. 노벨상에 굶주린 한국과학계는 그 행사에 각국에서 저명한 수상자를 초청해 한국이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탈수 있을지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197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바르 예베르 미국 렌셀러공대 명예교수 이렇게 지적했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느끼지만 한국 학생들은 전혀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너무 예의만 발라요. 반면 인도ㆍ중국 학생들은 과감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교수가 하는 말이라도 자기 논리와 맞지 않으면 절대 믿지 말고 도전적으로 의심을 품어야 돼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교수도 그 말에 적극 동의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질문은 안 하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부모가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이 개방적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전인 2011년 필자가 서울경제신문에 근무할 때 ‘과학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토론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엉뚱한 상상과 호기심을 강조하며, “과학은 체스 게임"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행사에 참석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가끔은 대세를 거스르는 '청개구리'가 될 것을 주문하면서, "과학자가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가 보고 눈을 돌려봐야 과학을 연구하는 생활이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하는 태도는 의문,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학생, 학자들은 이 문제에서 취약하다고 한다.

주입식 교육 탓이다. 부모들이 너무 설친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게 아니라 부모들이 했다. 그러다보니 선생님의 가르침이 언제나 맞고 외워야 할 대상이다. 유태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를 잘했니”라고 묻지 않고, “무슨 질문을 했니”락도 물어본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 유명 대학에 많은 유학생을 보내지만, 강의를 베끼고 지식을 머리에 넣는데 익숙하지, 의문을 제기하거나 응용하는 부분에서 약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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ㅓㅓㅓ 2020-10-22 19:14:55
다 필요없고 결론적으로 과학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수백년 기초과학 연구한 유럽과
100년 기초과학연구한 일본과 겨우 20여년 한 한국과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