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5.18, 황교안과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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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5.18, 황교안과 김영삼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05.25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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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대통령 "문민정부, 5·18정신 연장선상" 선언
"5·18 특별법 제정으로 전두환, 노태우 단죄" 사자후
한국당, 방향 전환할 때...인터넷 음모론자들의 망언과 단절해야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5월은 매년 돌아온다. 그 중 18일과 23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올해는 그 5월 18일과 23일이 유독 뜨거웠다.

특히 5월 18일은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래 가장 뜨거웠던 듯 싶다. 취임 후 첫 기념식에 참석하고 지난 해에는 이낙연 총리를 보냈던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기념식에는 꼭 참석해야 겠다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합창 논란이나 일베 망언 논란이 심심찮게 벌어지긴 했지만 올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강경보수성향의 장삼이사나 인터넷 음모론자의 전유물이었던 황당한 망언 대열에 1야당 국회의원들이 합류했다. ‘북한군이 5.18을 선동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1야당 몫 5.18 진상조사위원 후보로 거론됐다. 5.18의 증언자 조비오 신부를 자기 자서전에서 맹비난한 전두환 씨가 광주지방법원 법정에 섰다. 이 모든 것이 올해 5.18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한국당을 향한 비난이 거셌다.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 자체가 논란거리가 됐다. “국가보훈처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며 황 대표가 의연하게 참석했지만 의자가 날아오는 등 망신을 당했고 김정숙 여사의 ‘악수 패싱’ 논란도 벌어졌다.

그 다음 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말했다. "누차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당의 전신 문민정부가 바로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첫 문장은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문민정부,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늘날의 5.18과 떼놓을 수 없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한 후 검찰은 1호수사로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을 구속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한 후 검찰은 1호수사로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을 구속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야인사’이던 1983년 5월 18일, ‘광주민주항쟁’ 3주년을 맞아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진행해 정국의 돌파구를 열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3년, 5·13특별담화를 통해 "문민정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부"라고 선언했다.

1995년 12월에는 5·18 특별법을 제정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1996년 광주지하철 기공식에 참석한 후 5.18 묘역을 찾아선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5·18의 진실을 땅에 묻으려고 애를 썼지만 진실은 밝혀졌다. 5·18 특별법 제정은 정의와 진실을 위한 결단이었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할 때 다시는 이 땅에 정치적인 밤이 오게 해서 안된다고 결심했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이런 김영삼이 있었기에 신한국당이 이름을 바꾼 후에도 이명박 정부에게도, 박근혜 정부에게 도 5.18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행사후 참석한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강경보수세력의 망언과 결별할 때가 됐다. 사진= 연합뉴스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행사후 참석한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강경보수세력의 망언과 결별할 때가 됐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런 변화가 여권이나 진보진영의 ‘기획’ 때문일까? 자업자득일 뿐이다.

한국당, 이제 서서히 방향전환을 할 때가 됐다. 황교안 대표도 5.18 기념식에서 팔뚝을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았나?

P.S 그래도 황교안 대표, 욕먹을 줄 알면서도 이번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잘 한 일이다. 황  대표가 불참했다고 가정해보면, 대한민국 1야당이 광주와 절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고 가정해보면 정말 암담하기 짝이 없다.

‘욕먹는 장면 보여주려고 광주에 오겠다는 것’이라며 어설픈 음모론을 펼치며 조롱한 사람들에게 반응하지 않은 것도 잘 한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조금만 더 용기를 내기 바란다. 망언을 한 이들의 징계와 진정성 있는 사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40주년인 내년 5월 18일에는 올해와는 다른 장면이 펼쳐져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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