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는 울고 투자자는 웃고”…한진그룹株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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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는 울고 투자자는 웃고”…한진그룹株 ‘활짝’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3.27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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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이사선임 실패에 대한항공·한진·한진칼 일제히 강세
▲ 27일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 이날 한진그룹주는 강세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오너는 울었지만 주주들은 웃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지만 한진그룹주(株)는 상승세를 탔다.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자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800원(2.47%) 상승한 3만3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주가는 3만4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한항공우(4.78%), 한진(1.92%), 한진칼(0.39%) 또한 동반 강세였다.

◆ 국민연금 ‘반대’ 결정타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진그룹주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 표결을 앞두고 강세를 보였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전날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 조 회장의 연임 불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끝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연임에 성공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6%) 이상이 필요하지만 약간 모자랐다.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이 33.35%였으나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으면서 대한항공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 측은 그간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 오너리스크 해소 ‘반색’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이번 주주총회 결과가 대항항공 등 한진그룹주에 ‘호재’라고 보고 있다.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오너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기업 가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너 리스크는 기업의 펀더멘탈과 연관성이 크지 않더라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오너=기업' 자체로 인식되는 한국식 재벌구조에서 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2월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롯데지주(-6.02%), 롯데쇼핑(-2.28%), 롯데칠성(-3.25%) 등 롯데그룹주가 동반 약세로 마감했다. 

한진그룹주 역시 지난 5년여 간 오너 리스크로 풍파를 겪어야 했다. 앞서 2014년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한동안 잠잠한 듯 했으나 지난해에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을 시작으로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운전사 폭행 등이 잇달아 세상에 알려졌고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 가운데 오너 일가의 밀수, 탈세, 배임·횡령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그룹주 주가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분의 위험(리스크)이 컸다”며 “일명 ‘땅콩회항’ 사건, ‘물컵 갑질’ 논란 등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경영진에게는 주주 가치 제고,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경영권을 행사해야 하는 선관주의의무(善管主意義務)가 발생한다. 그러나 조 회장이 경영자로서 이와 같은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새 경영진이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재정비하고 나가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 “조 회장, 기업가치 훼손했다”

대한항공의 주요 주주들 역시 조 회장 일가의 오너 리스크를 문제 삼았다. 앞서 조 회장은 270억 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를 이유로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주총회 전날인 26일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사익편취를 위해 대한항공 등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기소내용을 고려하면 조 회장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을 목표로 사내이사로서 충실 의무를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가세했다. 미국의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은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에서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다”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또한 “우리는 개별 이사들의 자격에 관해 투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후보자 명부에 반대한다”고 했다. 캐나다연금(CPPIB) 역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반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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