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광주형 일자리 타결에 ‘저 회사 잘될까’는 걱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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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광주형 일자리 타결에 ‘저 회사 잘될까’는 걱정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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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명분은 좋지만 우리 노동운동 현실과 관행에 우려의 목소리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의 폭스바겐의 ‘AUT0(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참고한 것이라고 한다. 폭스바겐은 2001년 경기 침체로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하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자고 노조에 제안했고, 노조는 이를 수용했다. 당시 5,000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인 월급 5,000마르크(약 300만 원)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취지에서 ‘AUTO 5000’이란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독립법인으로 출발한 AUTO 5000은 이후7년간 투란과 티구안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며 성공했고, 고용위기가 끝난 2009년에는 폭스바겐 그룹에 다시 편입됐다.

노사 상생과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의명분으로 가지고 광주 일자리 모델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어 31일 협약식이 타결되었다. 이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격려했다.

내용을 보면 광주 빛그린산단 내 약 62만8,000㎡(19만평) 부지에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한다. 신설법인의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은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 수준으로 하고,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금체계를 도입키로 했다.

특히 광주시와 현대차는 누적생산 35만대 달성 시까지 현행 임금을 유지하기로 했다. 연산 7만대 생산으로 치면 5년, 10만대로 보면 3.5년에 해당한다. 노동계가 상당히 양보한 것이다.

자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초기 소요자금으로 7,000억원 가운데 광주시와 현대차가 각각 590억원, 530억원을 내고, 자기자본금 1,680억원과 운영자금 4,200억원은 외부에서 유치하거나 차입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고 국책은행이 동원되면 이 정도의 자금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국책은행의 참여는 대우조선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나온다.

이로써 광주시와 현대차의 합작사는 연봉 9,000만원 대의 현대·기아차 임금의 절반 이하로 근로자를 고용할수 있게 되고,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을 지원받게 된다. 실고용인원 1,000명에 부가적 고용창출 1만명을 합치면 광주시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1998년 르노삼성 부산공장 설립 이후 23년만에, 1996년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이 설립된후 25년만에 국내에서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서 체결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원칙과 명분은 좋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운동 현실과 관행을 보면, ‘저 회사가 잘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이야 공장이 들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경제가 돌아가겠지만, 행여 강성노조가 들어서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이라도 하면 저 취약한 공장이 멈춰 서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일자 언론들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걱정의 논조를 쏟아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광주형 일자리, 勞가 약속 지켜야 지속가능하다”며 “성공의 관건은 원만한 노사관계”라고 정리했다. 동아 사설은 “대략 5년 정도는 임금 및 단체협약을 미루자는 취지의 합의사항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합의일 뿐”이라며, “ 그래서 신뢰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끌려 다녀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가 노사정 신뢰관계를 끝까지 유지해 새로운 상생모델로 수익까지 낼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 사설은 “진통 끝에 타결된 광주형 일자리, 민노총은 훼방 말라”고 했다. 매경 사설은 “더 큰 문제는 민주노총과 현대·기아차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라며, “이번 사업은 자율 협약에 불과해 신설 법인 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해 극렬 파업에 나설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마경은 이 새로운 실험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힘을 보태기는커녕 훼방만 놓는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다.

 

조선일보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해 희망이 되려면”이란 사설에서 부실 지방공기업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조선 사설은 “광주 공장은 사실상 지자체가 주인이다. 둘째로 많은 지분을 가진 현대차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런 기업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결국 광주 공장에 민노총이 파고들면 또 하나의 부실 지방 공기업이 되고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게 될 것”이라며, “5년간 임단협 한시 유예가 아니라 노사가 힘을 합쳐 아예 '무(無)노조' 선언으로 민노총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노사관계 새 모델 보여준 ‘광주형 일자리’”란 사설에서 이번 협약을 통해 “현실적인 난제를 극복해 이번 ‘광주형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길”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중앙일보 사설은 “현대차의 투자금액은 530억원으로 전체 투자금 가운데 19%에 불과하다는 점, 또 현대차와의 계약이 끝나는 5년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전무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2012년 이후 국내 경차 수요가 급감하는 와중에 과연 광주 공장에서 생산할 경차 SUV가 얼마만큼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점”을 우려했다.

 

한겨레신문은 “광주형 일자리, ‘제조업 위기’ 돌파구 되려면”이란 사설에서 “원가절감 덕에 제조업 생산시설의 국내 유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뜻깊은 사례”라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이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광주형 일자리가 다른 영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세제·예산으로 측면 지원하는 시도를 해봄 직하다”며, “새로운 실험이 국내 제조업의 침체를 극복하고 고용난의 출구를 약간이라도 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끝부분에서 “다만, 광주형 일자리가 노사 상생형으로 추진되는 일인 만큼 중앙정부가 조급하게 앞서 나가기보다는 노사 당사자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경영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하고 혁신을 이루는 일은 민간 부문의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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