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서울의 봄’ 덕에 재조명되는 드라마 '제5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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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서울의 봄’ 덕에 재조명되는 드라마 '제5공화국'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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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영화 <서울의 봄>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지상파 뉴스에서 이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데 그중에는 극우 세력이 청소년들의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방해한다는 소식도 있다. 많은 이에게 호응받는 영화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영화가 되고 있었다.

<서울의 봄>의 영향력은 케이블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와 관련한 콘텐츠가 부쩍 눈에 많이 띈다. 무엇보다 요즘 대중들의 관심사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드라마로 돌아보는 그 시절, 제5공화국

지난 12월 2일부터 ‘MBC ON’ 채널에서 드라마 <제5공화국>이 재방송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 4편씩 내보내고 있다. 이 채널은 평소 <인어아가씨>나 <오로라 공주> 등 주로 여성 중장년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일일드라마들을 반복해서 편성하는데 <제5공화국>을 편성한 건 영화 <서울의 봄>의 인기가 한몫한 걸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박정희 집권 말기인 1970년대 후반부터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잡은 1980년대를 소재로 한다. 영화 <서울의 봄>이 1979년 12월 12일 오후부터 약 9시간의 일들을 다룬다면 드라마 <제5공화국>은 10·26부터 문민정부 들어서기 전까지의 약 10여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다룬다. 물론 박정희 시절의 일들이 사건의 원인이 된 배경으로 나오기도 한다.

드라마 <제5공화국>이 방영된 시기는 2005년 4월부터 9월까지로 41부작이었다. 드라마에 나온 사건들이 발생한 지 20년 정도 된 시점이었고 관련 인물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어서 제작에 많은 부담이 있었을 드라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은 실명으로 나왔다. 특히 전두환으로 분한 이덕화를 비롯해 실제 인물을 보는 듯한 배우들의 열연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 다룬 소재는 10·26 박정희 암살, 12·12 군사 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언론통폐합,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장영자 사건, 박종철 고문살인 사건, 6·10 항쟁 등이다. 

이렇듯 드라마에 나온 사건들은 대개 법원에서 판결이 났거나 다양한 조사 자료가 있는 사건들이었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판결 자료나 조사 자료를 토대로 대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은 실록을 보듯 감상했을 것이다.

다만 50회로 계획된 드라마가 41회로 종영됐다. 여기에는 다양한 압력과 부담감이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있다. 

사실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가 되면서 드라마 <제5공화국>이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유명한 ‘짤’이 연상되는 장면이 영화에도 나오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장태완 수경사령관으로 분한 김기현 배우가 반란군들을 향해 “니들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라는 장면이 영화에서 이태신 수경사령관으로 분한 정우성 배우의 “니들 거기서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내가 탱크 몰고 밀고 들어가서 니들 대가리를 뭉개버릴 테니까.”라는 장면으로 재탄생한 것.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장태완 수경사령관으로 분한 김기현 배우

콘텐츠로 공부하는 서울의 봄

만약 유튜브에서 ‘서울의 봄’을 검색했다면 다양한 콘셉트의 관련 영상물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영화 <서울의 봄>이 좌파 선동 영화라고 주장하는 영상도 있지만 이 영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영상이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등장인물 분석 관련 영상이 눈에 많이 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실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이 실제로는 누구인가 하는 해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12·12 이후 실제 인물이나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관한 콘텐츠도 많이 보인다.

특히 장태완 수경사령관과 그의 가족들에게 닥친 비극적 최후를, 그리고 특전사를 끝까지 지켰던 김오랑 중령과 그의 부인의 비극적 최후를 다룬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덕분에 이미 세상으로부터 묻힌 이들의 사연이 밝혀지며 당시의 일들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군사 반란 가담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콘텐츠도 많다.

KBS <역사저널 그날>의 ‘서울의 봄’ 관련 유튜브 영상들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회차에서 다루는 주제의 전문가와 다양한 시각의 패널이 함께 ‘역사 속 그날’을 분석하고 재해석하는 방송이다. 충실한 내용이라는 평가 덕분에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역사저널 그날>의 ‘서울의 봄’ 관련 영상들은 영화를 접한 젊은 세대들의 학습 자료로 쓰이는 모양새다. 선배 세대들은 1970년대와 80년대의 일들을 직접 겪어서 영화의 전후 배경을 잘 알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렇지 못한 이유에서다. 당시를 알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서울의 봄’ 자료로 추천되는 게 바로 <역사저널 그날>의 관련 콘텐츠들이다. 

이외에도 유튜브에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파생된 콘텐츠가 많다. 12·12 당시 실제 녹취록을 편집한 영상이나 집권하자마자 하나회를 척결한 김영삼 대통령에 관한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영화 덕분에 전 세대에 걸쳐 역사 다시 보기 열풍이 부는 모양새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

역사 다시 보기 혹은 바로 보기

영화 <서울의 봄>이 케이블에 끼친 영향은 드라마 <제5공화국>만이 아니다. 영화 채널들은 관련 영화들을 대거 편성하고 있다. 10·26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 5공 시절을 다룬 <택시 운전사>, <1987>은 물론 케이블에서 보기 힘들었던 <화려한 휴가>까지 편성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형국이다.

이렇듯 영화 한 편이 지금 이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역사를 다시 보는 열풍이 불면서 관련 영상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있다. 

역사는 다시 보는 게 중요하지만 바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바르다’라는 정의가 달라질 수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역사를 바로 보는 것의 시작은 다시 보는 데에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의 역사 다시 보기 열풍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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