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새끼 판다의 인기가 만든 SBS ‘푸바오와 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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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새끼 판다의 인기가 만든 SBS ‘푸바오와 할부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10 08:0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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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이렇게 유명한 동물이 또 있었을까? 판다 ‘푸바오’말이다. 푸바오는 에버랜드의 수컷 판다 ‘러바오’와 암컷 판다 ‘아이바오’ 사이에 태어난 새끼 판다다. 2020년 7월 20일생 푸바오는 태어나자마자 스타가 됐다. 에버랜드 측은 푸바오가 자라나는 영상을 공개했고 푸바오는 아이돌처럼 팬덤이 폭발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 소재 방송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인 SBS <TV동물농장>은 푸바오를 소재로 다양한 코너를 제작했다. 그러다 아예 <푸바오와 할부지>라는 독립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여기서 ‘할부지’는 판다 사육사를 의미한다. 지난 11월 23일 방영을 시작한 <푸바오와 할부지>는 아이돌이 출연한 프로그램 못지않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푸바오가 사랑받는 이유는

지상파에서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스타가 몇이나 있을까. 그런 면에서 푸바오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지명도와 화제성이 높은 거로 보인다. 방송국을 움직인 푸바오는 어쩌면 태생부터 슈퍼스타가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스타로 자리 잡은 판다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판다이니까.

푸바오의 부모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2016년에 한국으로 온 ‘자이언트판다’다. 두 판다는 <TV동물농장>을 통해 중국에 있던 모습부터 한국에 도착해 에버랜드에 정착하는 과정까지, 심지어 한국 대나무에 적응하는 과정까지 영상으로 제작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며 스타가 되었다. 

그런 둘 사이에서 태어난 푸바오 또한 큰 관심을 받았다. 탄생 순간부터 어엿한 판다로 자라가는 일상이 영상 콘텐츠로 공개된 푸바오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판다가 되었다. <푸바오와 할부지> 1회에서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가 전 세계 판다 인기 순위 3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푸바오가 인기를 끄는 건 단연코 판다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만화 같은 외모 덕이 크다. 둥글둥글한 얼굴과 몸매, 거기에 처진 눈매를 강조하는 검정 아이섀도. 

게다가 푸바오는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판다였다. 그래서 더욱 사랑받은 것으로 보인다. 푸바오가 털도 없이 태어나 차츰 판다의 색을 띠어가는 모습, 그리고 조금씩 몸집을 불려가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마치 조카가 커가는 듯한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푸바오가 자라는 모습에 감정 이입한 이들이 많은 거 같다. 마치 삼촌이나 이모, 혹은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된 듯한. 덕분에 푸바오 등 판다 가족을 캐릭터화한 상품은 에버랜드는 물론 협업한 기업의 효자 상품이 되기도 했다.

SBS 프로그램 <푸바오와 할부지>

의인화되고 캐릭터화되는 동물들

푸바오 등 에버랜드의 판다들이 사랑받는 데는 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이 컸다. 그 중심에 SBS <TV동물농장>이 있다. 2001년 5월부터 방영된 <TV동물농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장수 방송 프로그램이면서 독보적인 동물 전문 프로그램이다. 

KBS의 동물 전문 프로그램인 <동물의 왕국>이 기존 다큐멘터리를 재편집해 내보낸다면 SBS <TV동물농장>은 자체 발굴하고 제작한 꼭지들이 주 콘텐츠라는 강점이 있다. 특히 등장하는 동물들을 캐릭터화해 대상화하는 장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장치가 의인화다. 다시 말해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을 관찰하거나 판단해 상황에 대처했고, 그런 방식으로 동물을 촬영하고 편집한 게 <TV동물농장>이었다. 그래서 동물 중심 시각이나 동물 복지 관점에서 비판하는 측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들 덕분에 사람들이 동물을 조금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 <TV동물농장>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유튜브 등의 동물을 소재로 한 영상물 제작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푸바오와 할부지>에도 <TV동물농장> 제작진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튜디오에서 MC들과 푸바오의 할아버지로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가 진행하는 토크쇼 방식은 마치 <TV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한다. 대화 사이에 내보내는 영상물 또한 <TV동물농장>의 꼭지들을 연상하게 하고.

그러고 보면,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바오는 영락없는 임산부고 아기 엄마의 모습이다. 반면 푸바오는 여지없는 아기의 모습, 때로는 철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자막이 그렇게 표현하고 출연진들이 이에 맞장구친다. 동물 의인화와 대상화에 특장점이 있는 <TV동물농장> 제작진이 참여한 티가 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별을 앞두었는데

<푸바오와 할부지> 공식 홈페이지에는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판다 푸바오와 강철원 사육사의 만남과 이별을 관찰하는 토크프로그램”이라고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여기서 ‘이별’은 푸바오가 중국으로 반환되는 걸 의미한다. 

사실 세계의 모든 동물원에 있는 ‘자이언트판다’는 모두 중국 정부 소유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보호하는 판다는 외국 동물원으로 보내더라도 소유권은 중국에 있고, 만약 새끼가 태어나면 성숙하기 전에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니까 푸바오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 정부 소유라는 뜻이다. 그래서 푸바오가 성숙하기 전 대략 네 살쯤에 중국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 시기가 2024년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푸바오 반환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푸바오와 할부지>는 푸바오의 중국 반환을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푸바오를 중국에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화제성을 쓸어 담으려는 방송국 측과 동물원 측의 의도가 보이는 것도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만약, 푸바오가 중국으로 간다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아쉬워하겠지만 곧 잊게 될지도 모른다. 마침 지난 7월 푸바오의 동생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쌍둥이 자매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 판다 자매는 조만간 푸바오의 자리를 이을 것이고 방송국 측은 녀석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상물들을 내보낼 거라고. 

그리고 어쩌면 동물원 측은 쌍둥이 판다들이 네 살이 되기 전에 새로운 새끼 판다를 얻으려고 수컷 러바오와 암컷 아이바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할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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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3325 2023-12-15 15:16:52
이제 임신 그만!!!!!

강미영 2023-12-14 23:22:43
아이바오는 충분히 다음 세대유전자를 전달 했기에 3마리만으로도 충분한 생명체로서의 역활을 다한겁니다.

백혜정 2023-12-11 14:11:08
좋은 지적이네요
아이바오 그만 출산하기...

정은경 2023-12-11 08:13:44
이제 아이바오가 엄마가 되는일은 반대입니다 동물학대입니다 새끼낳는 기계가 아닙니다 계속 낳아서 중국반환하고 ᆢ안됩니다 절대반대입니다 아이바오가 측은해요~

또르 2023-12-11 05:41:10
계속 임신해야하는 아이바오가 좀 안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