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수사반장’이 1958년으로 회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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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수사반장’이 1958년으로 회귀한 이유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4.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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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수사반장이 돌아왔다. MBC 드라마 <수사반장> 속 형사 사인방들의 젊은 시절을 그린 드라마 <수사반장 1958>로 찾아온 것.

이런 형식의 드라마를 ‘프리퀄’이라고 하는데 원작이 구현한 이야기의 과거 서사를 다루는 형식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원작의 세계관을 탄생하게 한 기원을 쫓아가는 드라마다.

<수사반장>은 MBC에서 1971년 3월 6일에 방송을 시작해 1984년 10월 18일에 종영된 범죄 수사 드라마다. 종영 후 1985년 5월 2일에 부활해 1989년 10월 12일까지 방영됐다. 휴지기를 포함해 18년간 이어진 장수 드라마였다. 

확장된 ‘수사반장’의 세계관

MBC 드라마 <수사반장>은 한국 범죄 수사 드라마에 큰 영향을 준 고전이면서 레전드로 기억되고 있다. 무엇보다 음악이 귀에 익숙하고 형사들이 눈에 친숙하다.

어쩌면 <수사반장>은 몰라도 타이틀 음악이 귀에 익은 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윤영남이 작곡한 이 주제곡은 특히 재즈 뮤지션 유복성의 봉고 연주 파트가 인상적이다. 도입부부터 수사물다운 긴장감을 느끼게 하면서 뒤에 이어지는 브라스 합주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타악기 연주다. 그래서 앞부분만 잠깐 들어도 <수사반장>을 생각나게 하는 기폭제였다.

게다가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수사반장> 속 형사들이 떠오를 것이다. 박영한 반장 역을 맡은 최불암 배우는 물론, 김형사 역의 김상순, 조형사 역의 조경환, 서형사 역의 김호정, 그리고 남형사 역의 남성훈 배우까지.

프리퀄인 <수사반장 1958>이 원작인 <수사반장>의 세계관과 연결된다는 걸 느끼게 하는 지점 또한 음악과 캐릭터다. 

<수사반장 1958>을 보다 보면 원작의 유명한 테마 음악이 주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단 몇 소절뿐일지라도 <수사반장>의 확장된 세계관 속에 쏙 빠져들게 한다. 특히 원작 속 형사 사인방 캐릭터를 프리퀄에 그대로 데려왔다. 다만 <수사반장>에서 이들이 노련한 중견 형사들이었다면 <수사반장 1958>에서 이들은 아직 햇병아리 형사들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형사 사인방이 어떤 사연을 지니고 경찰이 되었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치며 좋은 경찰로 성장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수사반장 1958> 속 형사 4인방의 캐릭터 설정은 흥미롭다. <수사반장>에서 진중한 리더였던 박영한은 의욕이 앞선 형사로 나오고, 김상순은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형사로 나온다. 힘이 장사인 조경환과 명문대 출신 서호정은 이제 막 부임한 초임 형사로 등장한다. 즉 성장 서사의 도입부가 펼쳐진 것.

지난 4월 19일에 방영을 시작한 <수사반장 1958>은 첫 회에서 박영한(이제훈 분) 형사의 과거에 대한 단서가 잠깐 나왔다. 

아마도 한국전쟁 기간에 박영한은 학도병이었나 보다. 그를 포함한 국군 복장의 군인들이 민간인 복장의 사람들을 처형하는 장면이 나온다. 총살을 집행해야 하는 처지였던 박영한은 방아쇠를 당기라며 지휘관에게 압박당한다. 하지만 그는 주저한다. 

이는 형사가 된 박영한이 꾼 악몽에 등장한 장면이었지만 아마도 그에게는 기억하기 아픈 과거였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전쟁 후 성인이 된 박영한을 경찰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전쟁 당시 전투 현장 부근이나 폭격 현장 인근에 있다가 사망한 민간인들도 많았지만, 군인이나 경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들도 많았다. 상대측에게 부역했다는 이유로 남한 측과 북한 측 모두 학살을 자행했다. 

학도병이었던 박영한은 공권력의 이름 아래 민간인들이 항변도 못 하고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자신이 공권력이 되어 억울한 민간인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MBC드라마 <수사반장 1958>

1958년이라는 시대성

그런데 <수사반장 1958>의 배경인 1958년의 종남구는 종전 후 약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쟁 같은 무질서가 벌어지는 아수라장이 아닌가. 깡패가 권력을 앞세워 온갖 악행과 부정을 저지르고 보호라는 명목 아래 서민들을 착취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을 때려잡아야 할 경찰들은 깡패들의 보호자를 자처하거나 심지어는 동업자로 나서고 있다. 그래서인지 종남시장의 상인들은 경찰을 ‘순사’라는 멸칭으로 부르고, ‘순사 짓’ 한다고 손가락질하면서 경찰을 깡패와 동급으로 여긴다. 

여기서 ‘순사’는 일제강점기 경찰의 하위 계급을 의미한다. 현장에서 조선인들을 상대하는 말단 경찰이었는데 일제는 조선인들을 순사들의 보조 혹은 밀정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이들도 순사로 불렸다. 독립운동가, 사회주의자, 학생 운동가, 노조 활동가들을 밀고한 공으로 정식 경찰이 되어 고위직까지 오른 조선인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한국인들에게 순사는 나쁜 인상으로 혹은 무서운 존재로 기억될 수밖에 없었다. 광복 후에도 어른들이 말썽 피우는 아이들에게 “순사가 잡아간다”는 표현을 쓰며 혼을 낸 연유다. 필자도 이런 말을 국민학생 시절인 1970년대에 종종 듣곤 했다.

한편, 황석영 작가의 소설 <철도원 삼대>에는 관련 자료에 근거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밀정과 경찰의 악행들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보다도 조선인으로 하여금 조선인의 적이 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일제의 밀정 출신 조선인 경찰들은 광복 후 미군 군정기에 한국 경찰이 됐다.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군정이 일제의 치안 행정 체계를 고스란히 한국에 대입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인 경찰 간부의 자리는 그의 부하였던 한국인 경찰이 승계받았고, 일제 때 임시 고용인이었던 보조나 밀정들도 정식 경찰이 되었다. 

즉, 광복 후 출범한 한국 경찰은 친일파가 이끌었다. 경찰로서는 아픈 과거지만 엄연히 기록으로 남은 사실이다. (물론 오늘날 경찰 조직은 안 그럴 거라고 믿지만) 권력 교체기에 생존한 한국 경찰들은 권력에 충실하게 복종했다. 여기서 권력은 정부이기도, 돈이기도, 주먹이기도 했다. 

이런 현실이 <수사반장 1958>의 배경으로 나온다. 드라마를 창작하기 위한 가상의 설정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시대적 배경이다. 그래서일까. ‘이정재’라는 실존했던 깡패가 실명으로 등장하고, 그의 조직과 하수인들, 무엇보다 경찰처럼 권력의 탈을 쓴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아수라장 속에서 공권력이 어떻게 존재 이유를 증명할 것인지가 <수사반장 1958>이 이야기하고픈 서사일 것이다. 이는 오늘을 사는 많은 한국인이 묻고 싶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공권력은 어떠한 존재로 기능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떠한 태도로 복무하고 있는가?

어쨌든, 박영한 등 드라마 <수사반장 1958> 속 젊은 형사 사인방은 공권력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정의로운 경찰로 성장할 게 분명하다. 

만약 진짜 그렇게 흘러간다면, 이 드라마는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되물어오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2024년의 대한민국은 과연 정의로운 나라가 되었는가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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