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 서울이야기]㉕ 기찻길 옆에 들어선 '기차 닮은 건물', 서교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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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서울이야기]㉕ 기찻길 옆에 들어선 '기차 닮은 건물', 서교 365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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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필자 주: 이 글은 <㉔ 홍대 거리, 예전엔 기찻길 지금은 걷고 싶은 길>에 이어서 읽기를 권합니다.)

홍대 거리, ‘어울마당로’를 걷다 보면 다소 특이한 구조의 건물군이 나옵니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2층이나 3층 정도 되는 건물 여러 채가 다닥다닥 붙어 쭉 늘어서서 마치 한 채의 기다란 건물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기차를 닮은 것 같기도 한데요, 어쩌면 기찻길 옆에 들어서서 그런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 건물군은 ‘서교 365’라 불립니다. 이 일대의 주소인 서교동 365번지에서 유래한 ‘서교 365’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몰려 있어 홍대 주변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이기도 하지요. 

서교동 365번지 일대 지적도. 가운데 365라 쓰인 기다란 필지가 현재 ‘서교365’라는 건물군이 자리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넓은 오른쪽 도로가 어울마당로(서교동 365-1번지), 왼쪽 길이 홍익로3길이다. 사진=LH See Real 사이트 갈무리

홍대거리의 명물 '서교 365'

‘서교 365’는 1970년대에 당인리선 철길 옆에 지어진 건축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와 ‘어울마당로’는 예전에 당인리발전소에 석탄을 나르던 열차 노선인 ‘당인리선’이 지나던 곳이었습니다. 

지난 글에도 썼듯 저는 초등학생 시절인 1970년대 중반에 서교동에서 살았고 ‘어울마당로’ 인근의 서교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당시 제가 학교에 가려면 당인리선 철길과 기찻길 옆 건물, 지금의 ‘서교 365’를 지나가야 했는데 같은 반 친구가 거기에 살고 있어서 함께 학교에 가곤 했지요.

하굣길에 그 친구 집에서 놀다가 집으로 간 적도 많습니다. 1층에는 어떤 점포가 있었고 2층의 집으로 가려면 경사진 계단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마치 다락방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던 친구네 분위기가, 그리고 건물 옆으로 기차가 지나갈 때 온 집안을 울리던 진동이 기억납니다. 그래서인지 그때를 생각하면 동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떠오르곤 했습니다.

가운데 건물이 ‘서교 365’. 홍익로에서 바라본 모습이고, 건물 오른쪽 길이 ‘홍익로3길’, 왼쪽 도로가 ‘어울마당로’. 사진 속 건물이 위 지적도에서 ‘서교 365’의 제일 위쪽에서 시작하는 지점이다. 사진=강대호
가운데 건물이 ‘서교 365’. 홍익로에서 바라본 모습이고, 건물 오른쪽 길이 ‘홍익로3길’, 왼쪽 도로가 ‘어울마당로’. 사진 속 건물이 위 지적도에서 ‘서교 365’의 제일 위쪽에서 시작하는 지점이다. 사진=강대호

1970년대 중반에는 기찻길 옆에 자리했지만, 오늘날 ‘서교 365’는 홍대 거리의 중심 도로인 ‘어울마당로’와 ‘홍익로3길’ 사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다란 건물군 양쪽으로는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고요.

그런데 ‘어울마당로’ 쪽 건물들 2층과 3층들을 보면 좀 특이한 창문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건축한 듯한 건물의 창문들을 보면 무척 작습니다. 물론 최근에 개조한 건물은 창문이 크지만요.

그 이유는 ‘서교 365’가 원래 기찻길을 등지고 지어진 건축물이라서 그렇습니다. 기차가 지날 때 나는 소음과 매연 탓에 기찻길 쪽 창문을 작게 낸 거라고 하네요. 그래서 건물 건축 당시에는 출입문이 지금의 ‘홍익로3길’ 쪽에만 있었다고 합니다. ‘서교 365’가 활성화되면서 ‘어울마당로’ 쪽에도 출입문과 진열창이 생기기 시작한 거고요. 

그런 변화 덕분에 지금은 ‘어울마당로’에 면한 부분이 건물 정면처럼 보입니다. 원래는 홍익로3길에 면한 부분이 정면이었지만요. 그쪽에는 서교시장이 있었습니다.

서교시장은 1974년에 열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서교 365’는 시장을 마주한 길가에 들어선 건축물, 어쩌면 상업시설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교시장 인근이 개발되며 시장 상인들은 1989년에 들어선 (서교 365를 마주 보며 들어선) ‘서교프라자’ 지하로 입주해야 했습니다. 서교시장은 예전보다 쇠락한 듯하지만 지금도 영업하는 전통시장입니다.

​어울마당로 쪽 ‘서교 365’의 한 건물. 2층과 3층의 창문이 작다. 예전에 기차가 다니던 시절 소음과 매연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을 작게 설치한 흔적이다. 기찻길이 지나는 어울마당로 쪽을 등지고 건물을 지은 탓이다. 사진=강대호​
​어울마당로 쪽 ‘서교 365’의 한 건물. 2층과 3층의 창문이 작다. 예전에 기차가 다니던 시절 소음과 매연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을 작게 설치한 흔적이다. 기찻길이 지나는 어울마당로 쪽을 등지고 건물을 지은 탓이다. 사진=강대호​

과거 항공사진으로 비교해보면 ‘서교 365’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1972년 항공사진들을 보면 지금의 ‘서교 365’ 자리에 건축물이 절반 정도 차 있고 1976년 항공사진들에는 빈자리 거의 없이 건축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철로 바로 옆에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만약 기차가 지나간다면 거의 붙어서 지나갈 정도네요. 

저는 기찻길과 딱 붙어 들어선 건물들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혹시, 철도용지에 들어선 건물은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서교동 365번지의 변화를 부동산 관련 서류와 각종 문헌을 통해 따라가 봤습니다. 

지금의 서교동 365번지는 1967년 4월에 생긴 지번입니다. 당시 서교동 일대는 ‘서교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구획과 지번이 정비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인리선이 지나는 철로 인근에 자리한 서교동, 당인동, 하수동의 여러 지번이 서교동 365번지로 합쳐지게 되었지요. 이때 토지대장에 기록된 지목은 ‘철’, 즉 철도용지였습니다. 

폐철도 부지 활성화 방안을 연구한 어느 논문에서 ‘철도용지’를 “선로의 좌우측을 따라 가늘고 긴 세장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길이는 길지만 폭이 좁은 물리적 특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적도를 보면 서교동 365번지도 그런 특징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길고 좁은 모양의 서교동 365번지는 1968년부터 여러 지번으로 분할됩니다. 이때의 지번 분할은 지금의 ‘어울마당로’가 된 도로와 지금의 ‘서교 365’가 자리한 공간으로 나뉘는 계기가 됩니다.

현재 ‘어울마당로’의 지번인 서교동 365-1번지는 1968년 3월에 365번지에서 분할되었습니다. 이때도 365-1번지는 지목이 ‘철도용지’였습니다. 그러다 1993년 4월에 지목은 ‘도로’로 변경되었고요.

제가 예상한 것처럼 ‘서교 365’ 자리도 원래 철도용지였습니다. 철도용지인 서교동 365번지에서 분할되었으니까요. 여러 지번 중에서도 서교동 365-2번지를 좀 더 들춰 봤습니다. 

서교동 365-2번지는 1968년 5월 24일 365번지에서 분할되었습니다. 분할 당시 지목은 ‘철’이었고요. 그런데 1969년 12월 29일 지목이 ‘대’로 변경되면서 365-2번지에서 365-9번지가 새롭게 분할됩니다. 

그러니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지목인 ‘대지’로 바뀌며 두 개의 번지로 나뉘게 된 거죠. 지적도를 보면 2번지와 9번지가 이웃해 있는데요, 그래서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교 365’ 자리의 다른 땅도 번지가 분할되는 한편 ‘철도용지’에서 ‘대지’로 지목이 변경됩니다.

왼쪽 건물군이 홍익로3길의 ‘서교 365’. 사진=강대호

원래는 한전 소유, 이후 개인에게 넘어가

소유권이 변경되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서교동 365번지의 소유주가 ‘한국전력주식회사’였거든요. 당인리발전소가 원래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라서 당인리선 철길이 놓인 땅을 한전이 소유했던 걸까요? 

토지대장에서 ‘1967년 4월 토지구획정리 완료 신청’이라는 기록과 ‘1968년 3월 15일에 환지’라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였든 1987년까지 서교동 365-1번지, 즉 ‘어울마당로’의 땅 소유주는 한전이었습니다. 1987년 9월에 서울특별시로 소유권이 이전되었고요.

물론 서교동 365-2번지도 한전이 땅 소유주였습니다. 1968년 10월 4일 한 개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까지는요. 그러니까 지목이 아직 ‘철’, 즉 철도용지였을 때 개인에게 넘어간 거죠. 그러다 1969년 12월 31일에 또 다른 개인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소유권이 바뀌기 이틀 전인 1969년 12월 29일, 서교동 365-2번지의 지목이 ‘철’에서 ‘대’로 바뀝니다. 기록만으로 보면 한 개인이 철도용지를 매입해 1년 남짓 보유하고는 지목이 대지로 변경되자마자 다른 개인에게 처분한 거죠. 아무튼, 기찻길 바로 옆에 붙은 땅에다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된 겁니다. 

현재 서교동 365-2번지에는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건축물대장에 기록된 이 건물의 사용승인일은 1970년 8월 11일입니다. 외관을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오십 년이 훌쩍 넘은 건축물이지요. 

그리고, ‘서교 365’의 다른 건축물들도 모두 서교동 365번지에서 분할된 지번에, 지목도 철도용지에서 대지로 변경된 자리에 들어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땅 소유주도 한전에서 개인으로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그 건축물 중에는 365-2번지처럼 사용승인일이 1970년인 곳도 있고 1975년이나 간혹 80년대에 지어진 건물도 있습니다. 

‘서교 365’는 한때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올망졸망한 건물들이 통일된 모양 없이 각자의 개성대로 들어선 모습이 어쩌면 홍대 거리의 힙한 분위기와도 닮은 듯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 ‘서교 365’와 그 일대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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