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실손보험 누수 막을 힘은 있는가?...당국대책은 '고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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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실손보험 누수 막을 힘은 있는가?...당국대책은 '고무줄'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05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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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도수치료 이어 줄기세포 주사 등장
14개 손보사 비급여 보험금 年 4조원 육박
정부, 혼합진료 금지·보험료 차등제도로 대응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실손보험 비급여 청구 방식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감독당국 이목이 백내장, 도수치료의 과잉진료에 쏠린 사이 줄기세포 주사가 새로운 변칙으로 떠오른 것이다.

5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4사의 '골수 줄기세포 주사치료' 실손보험 청구건수는 지난해 7월 32건에서 12월 856건으로 늘었다.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9000만원에서 34억원으로 뛰었다. 업계 전체 금액으로 환산하면 향후 연 8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이 줄기세포 무릎 주사에 쓰일 것으로 추산된다.

골수 줄기세포 주사는 환자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채취해 무릎에 주사하는 관절염 치료법이다. 지난해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신의료기술’로 지정, 법정 비급여로 분류돼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됐다.

해당 주사 치료는 정형외과뿐 아니라 일부 한방병원, 안과 등에서도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 관련 실손 청구 건수가 가장 많은 상위 5개 병원 중 3개가 한방병원이었다. 이들은 가정의학과 의사를 채용해 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와 한방치료를 사후관리 패키지로 운영했다. 부산·경남의 안과 두 곳은 다초점렌즈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보전받기 어려워지자 정형외과 의사를 고용한 후 무릎주사 치료를 개시했다.

진료비는 이른바 '고무줄 청구'식으로 병원별로 다르게 책정됐다. 4개 사에 접수된 의료기관의 청구 금액은 최저 2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10배가 차이 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의사 재량권이 인정되는 비급여 항목 특성상 가능했던 일이다.

비급여항목은 개인이 보험사에서 가입한 실손보험상품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그간 항목 선정과 가격 책정에 관한 기준이 없어 과잉 진료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금융당국은 과잉 진료에 따른 비급여 보험금 급증으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상승하고 이것이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되면서 보험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해왔다.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인 도수치료에는 연 평균 1조원이 넘는 실손보험금이 지급됐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조35억원이었던 지급액은 2021년 1조1300억원, 2022년 1조1430억원, 지난해 상반기 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기준 전체 손보사가 지급한 10대 비급여 보험금은 3조8371억원이다. 지난 2020년 3조2788억원을 넘어선 후 2021년 3조9792억원을 기록하며 4조원에 근접하고 있다.

정부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비급여 팽창을 두고본다면 의료계 전반의 보상 구조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비급여 진료 정보를 환자에게 충분히 제공하며 실손보험 개선체계를 구축하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비급여 진료 퇴출 기전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4일에는 그간 병원급 이상에만 적용해온 비급여 보고제도를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의료기관장들은 비급여 진료비용과 항목별 단가, 빈도, 상병명, 수술명, 진료내역 등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 대상 항목은 지난해 594개에서 올해 1068개로 늘린다.

오는 7월부터는 4세대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도'도 시행된다.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 하는 식이다.

보험업계는 일단은 환영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우리 몸에 장기가 수십, 수백개인 만큼 앞으로 또 어떤 다른 비급여 꼼수가 탄생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한꺼번에 해결하려면 의료계를 뒤집어 엎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 의사들 파업하는 것만 봐도 쉬운 일은 아닐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획기적인 방법이 있나 묻는다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때마다 조금씩 바꿔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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