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 갈등 증폭...이번에는 비급여 진료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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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 갈등 증폭...이번에는 비급여 진료로 ‘신경전’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2.06 17: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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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비급여·혼합진료 체계 개편 예고
"비급여 팽창 안 막으면 의료계 보상 구조 왜곡"
의료계 "소통 없는 일방적 대책...연쇄도산 우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증폭하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비급여 진료 축소와 실손보험 제도 개혁을 두고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의사 단체는 보건당국이 일말의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를 강행할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보험재정을 국가와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관리하고 의료남용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급여와 실손보험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조치다.

복지부는 ▲비급여 진료 정보를 환자에게 충분히 제공하며 실손보험 개선체계를 구축하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비급여 진료 퇴출 기전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종전보다 강하게 관리·감독하겠다는 의미다.

비급여는 의사의 재량권이 인정돼 의료기관에서 ‘부르는 게 값’인 항목이다. 예컨대 백내장 수술을 할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단초점 렌즈(본인부담금 20~30만원) 대신 비급여인 다초점 렌즈(500~1000만원) 수술을 하면 실비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오다리 교정술 등 이른바 ‘10대 비급여’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지난 2019년 1조8825억원에서 2022년 2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중증이 아닌 비급여 시술의 혼합 진료 관행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한다. 혼합진료는 환자에게 급여와 비급여 의료 행위를 모두 실시하는 것으로 물리치료(급여)를 받으면서 도수치료(비급여)도 함께 받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본다면 비급여 팽창을 막기 어려워 의료계 전반의 보상 구조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비급여율에 따른 진료과목별 의사 소득.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비급여 진료 비율이 높은 분야가 고소득 상위권을 차지하고 전공의가 몰리면서 필수과 기피 심화, 인력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1일 국민건강보험노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급에서 비급여 비율이 42.3%로 가장 높은 안과가 연봉 3억8918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36%인 정형외과는 3억7554억원으로 2위, 35.3%인 신경외과는 3억2636억원으로 3위였다.

병원급에서도 비급여 진료 비율이 53.8%로 가장 높은 신경외과 의사의 연봉이 4억8037만원으로 전체과 중 1위였다. 2위인 정형외과(4억6209만원)의 비급여 진료 비율은 40.8%였다. 반면 비급여율이 25.3%인 소아청소년과는 1억3474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예방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핵의학과, 결핵과 등이 모두 1억6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았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긴급성명서에서 정부 대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의협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 담겼다“며 ”국민의 치료선택권을 제한하는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와 개원면허, 면허갱신제 도입 등 의사면허 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신뢰를 다시 한번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발표된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는 국민의 치료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16개 시도 의사회는 단체 행동 참여 의사를 밝힌 전공의들과 함께 총파업도 불사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6일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계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대한민국 의료를 말살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일 보도자료에서 ”쉽게 얘기하면 고혈압약을 받으러 가서 추가적인 비급여 진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게 만들겠다는 말“이라며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하면 그동안 저수가 체계에서 힘들게 버텨왔던 1,2차 의료기관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재의 급여 진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의료기관들의 비급여 수익 창출이 가능했기 때문인데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비급여 진료가 현실적으로 급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의 불편 증가와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1,2차 의료 인프라를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급여 진료와 혼합진료 통제가 결국 실손보험사 배만 불릴 것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대책에서 콕 집어 지적한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은 모두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실손보험 지출 상위 비급여 혼합진료 비율은 도수치료 89.4%, 노안교정 백내장 수술 100%, 체외충격파 95.6%, 비밸브재건술·하이푸·맘모톰절제술 100%, 하지정맥류 96.7% 등이다.

이같은 비판에 박민수 복지부 제2 차관은 "전면적으로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지나치게 의료적 관점에서 적절성을 넘어서는 지나친 비급여 행위들이 있다. 비중증 과잉 의료가 되는 것들을 선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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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연 2024-02-07 10:44:04
나라 망치는 정부 포퓰리즘 반대합니다. 10조 예산 해 먹기 윤석열 정부 규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