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예의 일본연구] IAEA '日 후쿠시마 보고서'가 불안한 이유
상태바
[김보예의 일본연구] IAEA '日 후쿠시마 보고서'가 불안한 이유
  • 김보예 교육학박사(日 쓰쿠바대)
  • 승인 2023.07.24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보예 교육학박사(日 쓰쿠바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12일 윤 대통령 취임 후 6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첫 공식 논의였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IAEA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IAEA의 발표 내용은 무엇이고, 우리는 IAEA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이번 칼럼에선 오염수 혹은 처리수라는 용어 대신 '액체폐기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그 이유는 오염수든 처리수든 방사성 물질로 인해 폐기할 수밖에 없는 물이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UN의 산하기구로 원자력 기술을 안전하고 평화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1957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IAEA의 첫 설립 목적은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도모·핵전쟁 방지(평화유지)·실용적이고 안전한 원자력 이용'이다.

그러나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사고 이후 IAEA는 원전 사고 사후 처리도 관여하는 국제기구로 역할을 확대했다. 

특히 IAEA가 공표한 안전관련 활동을 보면 원전 사고에 관해 4개의 국제 안전 협약 채택을 추가로 주도했다. 이 내용을 보면 첫 번째, 원자력 사고 조기 통보 협약(1986년 10월 27일 발효, 110개국 가입)이며, 두 번째는 원자력 사고 혹은 방사성 물질 사고 시 지원에 관한 협약(1987년 2월 26일 발효, 105개국 가입)이다.

이어 세 번째는 원자력 안전 협약(1996년 10월 24일 발효, 72개국 가입)이며, 네 번째 사용 후 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처리 안전성에 대한 공동 협약(2001년 6월 18일 발효, 58개국 가입)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대처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강도 9.0의 대규모의 지진이 일본 도호쿠 지방(東北地方) 12개 지역(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 아키타현, 야마가타현, 후쿠시마현 등)을 강타했다. 2만 2318명이 사망·행방불명되는 재해가 발생했다.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현에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가 있었기에 원전 사고 재해도 동시에 일어났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사고 이후 25년 만에 일어난 재난이었다.

2011년 당시 IAEA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발생 5일 만에 사고 현장의 안전 현황에 관해 브리핑하고,  사고 발생 2주 안에 식량농업기구(FAO), IAEA,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했다. 

도쿄전력(TEPCO)은 사고 발생 한 달 후 4월 16일경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화를 위한 2단계 로드맵(1단계:방사성량 줄이기, 2단계:방사성 물질 방출 통제)을 공식 발표했다. 그 후 IAEA에서는 12개 국가로 구성된 20명의 진상조사단(전문가팀)을 후쿠시마에 파견(2011.05.27)해 사고 현황을 조사·파악했다. 이어 IAEA는 전문가팀을 지속적으로 후쿠시마에 파견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진=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진=연합뉴스

2013년부터 시작한 방사성 물질 방출 논의  

IAEA 전문가팀은 지난 2013년 4월 15일부터 22일까지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해체(폐지조치)를 검토한다. IAEA가 홈페이지 뉴스섹션에 공개한 내용을 분석해보면  2011년도 로드맵이 '방사성 물질 방출 통제' 계획이었다면, 2013년도 로드맵은 '방사성 물질 방출'에 관한 중장기 계획이었다. 중장기 로드맵 첫 단계가 '액체폐기물 해양 방출'이라 할 수 있다.

IAEA에서는 2016년부터 일본 연구소의 데이터는 신뢰할 수 있다고 보도해 왔으며, 2018년도에는 구체적인 해체(방출) 경로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IAEA 보고서에는 '신뢰(Reliable)'라는 어휘는 있지만 '책임(responsibility)'이라는 어휘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다섯가지 '처분 경로(the five disposition paths)'는 ▲지상 주입(round injection) ▲해상으로의 제어 배출(controlled discharge into the sea) ▲증기 배출(discharge as steam) ▲수소 배출(discharge as hydrogen) ▲지하 매장을 위한 응고(solidification for underground burial) 등이다. 

그런데 2019년 7월,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이 급작스럽게 별세한다. 사인은 비공개이다. 그해 12월 2일 라파엘 그로시가 새로운 IAEA 사무총장으로 취임한다. 라파엘 그로시는 취임 약 3개월 만에 후쿠시마 원전 액체폐기물 방류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20년 2월 말 다섯 가지 처분 경로를 두 가지 옵션(해상배출, 증기배출)으로 축약해 검토에 들어갔고, 약 한 달 후인 4월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TEPCO)은 IAEA가 지정한 두 가지 옵션(해상배출, 증기배출) 모두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IAEA에 보고했다.

그리고 2021년 8월 19일 IAEA와 일본 정부 그리고 도쿄전력(TEPCO)은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액체폐기물 방출 모니터링 및 검토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9월 말부터는 공식적으로 IAEA에서 '오염수(Contaminated Water)'라는 용어 대신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IAEA는 액체폐기물 방류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지난 7일 방한 한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는 "나도 (후쿠시마 액체폐기물을)마실 수 있다. 그 안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후 IAEA에서 발표한 보고서(2023.07.23.)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안전 검토에 관한 IAEA 종합 보고서(IAEA COMPREHENSIVE REPORT ON THE SAFETY REVIEW OF THE ALPS-TREATED WATER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2023.07.23)라는 제목으로 주의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다. 

즉 '2.1. 안전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 for Safety)'을 언급한 부분이다. 내용은 '이 원칙은 방사선 위험을 야기하는 시설을 책임지는 조직(일본정부, 도쿄전력)이 안전에 대한 주요 책임을 진다(This principle states that the organization responsible for a facility that gives rise to radiation risks has the prime responsibility for safety)'고 명시하고 있다. 

IAEA가 처음으로 '책임(responsibility)'이라는 어휘가 한 챕터로 등장한 보고서인 셈이다. 위 보고서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IAEA는 후쿠시마 액체폐기물 방출로 생긴 모든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이다. IAEA는 방출로 인한 모든 문제는 일본 정부에 있음을 언급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TEPCO)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추후 해양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액체폐기물)로 인한 배상 문제가 논의되었을 때, IAEA도 일본 정부도 이를 국가가 나서야 할 국제사회의 문제가 아니고, 한 기업의 개별사항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있다. 투명하고 신뢰하는 데이터이나, (관련한 모든)책임은 회피하는 게 이번 IAEA의 보고서이다. (후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보예 박사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현재 고려대(일어일문학과)와 국민대(일본학과)에 비전임교수(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대학에선 일본어와 일본문화 및 일본 역사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