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내연기관 9만원 오를 때 20만원 오른 전기차 보험료, 왜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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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내연기관 9만원 오를 때 20만원 오른 전기차 보험료, 왜 비쌀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0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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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험료 내연기관차 대비 26% 더 비싸
차값 80% 비싸고, 운행거리 길어 사고율도 높아
업계 "치열한 경쟁 속 정비 전문 인력 중요성 커져"
전기차 보험료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26%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전기차 차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유는 보험료다. 지난 4년 간 내연기관 차량의 보험료가 9만원 오를 동안 전기차 보험료는 20만원 정도 올랐다. 왜 전기차 보험료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쌀까. 

전기차 보험료 비싼 이유

결론부터 말해 전기차 보험료가 비싼 이유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운전자 연령과 비싼 차량 가격 그리고 더 자주 발생하는 사고 빈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달 29일 보험개발원의 '전기 자동차보험 가입 및 사고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가입 대수 구성비는 40~44세가 17.4%로 가장 높았다. 50~55세 가입대수(15.2%)가 가장 많은 비전기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험 가입자 연령층이 낮다. 여기에 차량 가격도 전기차가 더 비쌌다. 지난해 기준 연식 5년 이하 전기차의 평균 차량가액은 4784만원으로 비전기차 2597만원보다 1.8배 높았다. 

또한 사고율도 전기차(17.2%)가 비전기차(15.0%)보다 1.15배 높았다. 유리한 연비로 전기차의 연간 주행거리(1만4942km)가 비전기차(1만313km)보다 길어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고형태 중 '차 대 사람 사고(차 대 자전가 사고 포함)'의 경우 자동차 1만대당 전기차가 104건 발생해 비전기차(71건)의 1.46배에 달했다. 

아울러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고전압 배터리의 교체비용과 전기제어장치 및 센서 등 전자장치 수리비가 높은 것도 전기차 보험료가 더 비싼 원이이다. 특히 수백 개의 셀로 이뤄진 배터리의 경우 충격이 가해지면 통째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의 고전압배터리, 전자제어장치, 센서 등 평균 부품비는 167만9000원으로 비전기차(103만1000원) 대비 더 비쌌다. 평균 수리기간도 10.7일로 비전기차(8.3일)보다 길었다. 이런 이유로 자차담보 건당 손해액 역시 비전기차보다 전기차가 62% 높게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전기차 1대당 평균 보험료는 89만3000원으로 비전기차 70만7000원보다 18만6000원(26%) 더 비쌌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주행거리별 할인 구간 및 구간별 할인율을 꼼꼼히 살펴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보험사별로 고전압배터리 신품가액 보상 특약, 충전 중 상해 위험 담보 특약, 견인거리 확대 보장 긴급서비스 출동 특약 등 전기차에 특화된 상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크게 부족한 전기차 전문 정비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인력 양성과 법 개정 필요한 전기차 정비 현실

전기차 보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전기차 정비 현실은 암담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곳은 전국 4만여 개의 자동차 정비소 중 3%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배터리나 변속기 등 전기 계통을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또한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통일된 진단 및 수리 기준이 갖춰지지 않아 전기차 대중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인력 양성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달 27일 국회서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한국교통안전공단, (사)차량기술학회, 한국자동차안전학회가 주관해 전기차 안전을 위한 기술과 정책방향 설정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차량기술사회 이해택 회장은 인재 양성과 합리적 제도 확립을 위한 법 개정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재 진입장벽이 없는 자동차 정비사업자가(자동차 정비자격증 없이도 정비가 가능한 상황) 실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해 입고된 전기차의 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전기차 정비사업자의 수리 작업 때 정확한 정비를 제공하기 위한 정비지침서와 부품 카달로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제공이 반드시 필요한 바 제작사의 지원을 위한 해결 방안을 정부가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전기차 정비사업의 활성화와 전문인력 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기차 제작사에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정비 협력사인 '블루핸즈'를 활용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고용노동부, 블루핸즈와 함께 친환경차 정비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블루핸즈와 연계해 친환경차 정비 훈련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수료생의 취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정비 협력사 오토큐 소속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전기차 정비기술인증제도 'KEVT'를 도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전기차 우수 정비인력 양성 프로그램 AET'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한 AET 프로그램은 EQ차량에 대한 작업안전관리 및 구동시스템, 고전압 배터리 제어시스템과 냉각제어시스템, 전기차 충전장치 정비 등 모두 20개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약 14주간의 이론과 40주간의 현장실습이 진행되며 수료한 교육생은 메르세데스-벤츠 공인 고전압 전문가(HV Level3)를 비롯한 다수의 공인 인증 자격을 부여 받는다.  

미국 포드는 전담 딜러 조직과 함께 '전기 대학'을 설립해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전동화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전기차 판매부터 정비, 부품 전문가 등을 육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목표와 전기차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전기차를 판매하고 정비하는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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