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성장 대신 '균형·조화·지속가능 경제발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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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성장 대신 '균형·조화·지속가능 경제발전' 강조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10.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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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은 16일 당대회 연설을 통해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확인하면서 '중국식 현대화' 추진을 선언했다. 사진=CCTV
시진핑 주석은 16일 당대회 연설을 통해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확인하면서 '중국식 현대화' 추진을 선언했다. 사진=CCTV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이 이젠 고성장률 대신 '고품질 지속가능 발전'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발전의 걸림돌로 여겨온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되고 첨단 산업과 관련된 미중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정책 방향은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의 대변인인 쑨예리 선전부 부부장의 15일 브리핑과 시진핑 주석의 16일 당대회 연설을 보면 윤곽이 비친다.

우선 쑨 대변인이 "우리는 장기적인 발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착안해 경제발전의 균형·조화·지속 가능 등을 현저히 강화해 고품질·고효율 발전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성장 속도는 경제발전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16일 당대회 연설을 통해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확인하면서 '중국식 현대화' 추진을 선언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구축 △ 사회주의 기본경제제도 견지·보완 △ 공유제 경제 발전 △ 민영경제 장려·지원·지도 등의 추진을 거론했다.

이로 미뤄볼 때 시진핑 3기의 중국은 크게 시장경제 바탕의 중국특색사회주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병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쑨 대변인의 '성장 속도' 언급은 고성장률에 대한 거리두기의 공식화로 여겨진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공식 발표한 이후 GDP가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3%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 등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 여파, 세계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외부 변수 이외에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위기, 수출 감소라는 내부 변수가 중국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개혁개방 시기엔 두 자릿수 GDP 성장률을 보인 이후에도 고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이지만 세계 경제 여건은 물론 중국 내부 환경도 크게 바뀐 상황에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젠 고성장률이 아닌 균형·조화·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성장의 주요 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꾸고 중저가 제품 대신 하이 테크 제품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고 애써왔다.

미중 충돌이 문제였다. 미국은 2018년 첨단제조업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가 나오자 곧바로 중국을 정조준했다.

이는 중국이 2025년까지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 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로봇, 통신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해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를 첨단 산업에 대한 중국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를 빌미로 상당수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리는 걸 시작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의 5G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공격이 개시됐고, 이어진 고강도 제재로 화웨이는 주저앉았다.

미국은 이어 반도체와 전기차를 겨냥한 공세도 퍼붓고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 타이완과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의체인 '칩4'를 통한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을 배제하는 데 전력투구 중이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광물 사용을 금지토록 하는 데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이 고품질 지속 가능 발전을 하려면 하루빨리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돼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뒤집어 말하면 미중 '경제·안보 전쟁'이 지속되면 중국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쑨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향후 50년간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국과 중국이 잘 지내는 것"이라고 미국에 화해 메시지를 보낸 건 함의가 작지 않다.

그는 "우리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결코 믿지 않는다"는 말로 미국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두 강대국이 충돌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미중 간 충돌이 필연적이라는 근거로 이용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에서 중국의 자급자족 노력 촉구 목소리가 나온다.

시 주석도 이날 당대회 연설에서 첨단 기술의 자급자족을 위해 중국인 모두가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 주석이 지난 1년간 강조해온 공동부유가 이날 당대회의 연설에서 비교적 낮은 톤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 실현을 위한 요구사항을 거론하며 그중 하나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 실현"을 언급했으나, 그와 동시에 민영 경제 지지를 확실히 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시 주석이 당대회 연설에서 국유기업의 역할 확대 등 사회주의 정책을 가속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으나 비켜 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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