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주범인 유가 떨어지는데..증시에 마냥 호재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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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주범인 유가 떨어지는데..증시에 마냥 호재 아닌 이유?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6.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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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면제시 오히려 수요 자극...공급부족 더 심화될 수 있어
유가 하락은 경기침체 반영...투자심리 더욱 위축
물가와 경기의 균형잡기가 관건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증시에는 마냥 호재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증시에는 마냥 호재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제유가 하락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약세장으로 이끈 대표적인 악재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과, 이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다.

연준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는 지나치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것인데, 41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다. 

시장의 대표적인 악재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그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글로벌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유가 2주만에 16% 하락

지난 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3.33달러(3.04%) 내린 배럴당 106.1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8일 122.11달러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불과 2주만에 유가는 16% 하락한 것이다. 유가 하락세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가 하락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도 심리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3개월간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의회에 공식 요청했으며, 주 정부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주 7개 석유업체를 백악관으로 부를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생산확대 및 가격인하와 관련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가 하락을 위한 대응이 가격에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장기적인 유가 안정세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덴마크의 투자은행 작소 뱅크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와 맞서 싸우는 것이 일부 관심을 받았지만, 이는 오히려 소비자 수요를 뒷받침해 공급부족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완화 이후 도래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한 축으로 수요증가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도 지적되고 있는데, 유류세 한시 면제 등으로 실제 휘발유 가격이 인하된다면 소비자 수요를 다시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 또한 "바이든 정부가 유가 하락을 위해 의원들에게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공식 요청한 이후 유가는 계속 하락했다"면서도 "이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요 강세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유가하락, 경기침체 반영해 투자심리 더욱 악화

최근의 유가 하락이 백악관의 유가 안정을 위한 노력으로 인한 것이 아닌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도 주식시장에는 부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유가에 있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며 "좋은 소식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고 나쁜 소식은 트레이더들이 경기침체에 베팅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피터 부크바는 "지난 밤 시장의 행동에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드러났다"며 "100%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99%로 예측한다"고 언급했다. 

공격적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의 유가 하락은 증시의 큰 악재인 경기침체 우려를 더욱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 종목의 움직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에너지 관련 주식은 WTI 가격의 하락세에 비해 더욱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 밤 WTI는 3.04% 하락했는데, 엑슨모빌(-4%)과 다이아몬드백에너지(-4.7%), 셰브론(-4.4%) 등의 낙폭은 더 컸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간의 긴축 우려 속에서 굳건히 버티던 석유와 가스 주식마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MKM의 최고 시장 분석가인 JC오하라는 "현재까지 에너지 부문은 전체 시장에서 유일하게 상승세를 기록했던 업종"이라며 "그러나 시장의 약세 흐름이 이들 업종까지 확장되면서 전반적인 하락세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경기와 물가의 균형잡기가 관건

결국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고,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인 만큼,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경기침체 우려 확산과 함께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원자재 가격 하락은 물가압력, 그리고 국내 교역조건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경기침체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어 마냥 반길 수는 없다"며 "경기와 물가간 트레이드 오프가 아닌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와 물가가 균형점을 찾는다면 물가 안정과 무역수지가 하반기 개선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와 물가 간 균형찾기라는 어려운 게임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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