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해외 통화…강달러·엔저에 외화예금 투자자,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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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해외 통화…강달러·엔저에 외화예금 투자자, 희비 엇갈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4.2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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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전날 1270원 돌파…1300원까지 전망
엔화 BOJ 통화정책회의로 20년래 최저치
위안화도 17개월 만에 최저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예금을 통한 차익 실현을 노리는 '환테크족'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은행 외화예금에 예치된 돈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다만 엔화 가치는 급락하면서 달러와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동안 엔화는 안전자산의 성격이 있어 달러화와 가치 변화가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엔저가 지속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대외 불확실성 커지자 달러 수요↑…"1300원 갈 수도"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6.6원 내린 1255.9원에 마감했다. 전날 큰 폭으로 오른 환율 움직임을 다소 되돌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그 전날보다 7.3원 오른 1272.5원에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이 127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20년 3월 19일(1285.7원)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정부는 이틀째 환율에 대한 구두개입성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급격한 시장 쏠림이 발생할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실시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시장 안정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은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전망과 중국 봉쇄 조치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달러화를 매수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최근 달러화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103.93까지 올라 200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개월 전인 2월 3일(95.37)과 비교하면 8.9% 올랐다. 

이에 따라 차익 실현을 하고자 하는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개인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175억3000만달러(22조16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87억7000만달러(23조7300억원)이었지만 3개월간 12억4000만달러(1조5679억원)가 빠져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 달러·원 환율 전망을 1210~128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을 병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선반영된 상태"라며 "그럼에도 6월 FOMC에서 점도표와 적정금리 수준을 상향조정하며 연이은 빅스텝을 서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당국의 속도 조절과 FOMC 소화 과정에서 달러가 소폭 밀리는 움직임도 포착될 것"이지만 "연중이 인플레이션 트라우마로 50bp와 75bp 인상을 변칙적으로 단행한 지난 1994년의 '채권 대학살'을 염두에 둘 경우 1300원까지 일시적으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달러화를 가진 고객들로부터 환차익 실현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금융기관 대부분이 장기적으로는 달러 전망을 약세로 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얼마씩은 환전을 하라고 말씀드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엔화, BOJ 통화정책 이후 약세…"약세 지속될 것"

엔화 환율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전일 종가기준 130.85엔을 기록하며 2002년 1월(134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로 인해 상승한 것이다. BOJ는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금리 목표 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개시장 조작'을 매 영업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매 영업일에 국채 10년물에 대해 금리 0.25%로 무제한 매입하는 것으로, 시중 장기금리 상승을 막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미국 등 주요국들이 공격적으로 긴축 전환에 나선 것과 매우 대비되는 상황"이라며 "미-일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엔화의 급격한 약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동안 엔화 약세가 더 지속되리라고 보는 추세다. 김현섭 센터장은 "엔화 환율이 워낙 낮아져서 사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면서도 "환율은 주식과 달리 예측하기 힘든 점이 많아 (엔화가) 더 내려갈 수도 있어 섣불리 매수 추천을 드리지는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환경과 엔화 약세를 대하는 일본 당국의 태도를 보면 엔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며 "다만 지난 한 주처럼 시장 급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엔화 매입 의향이 있다면 적어도 분할 매수로 대응할 레벨"이라고 말했다. 

이어 "BOJ 개입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엔화 하락세는 언제든 급반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달러 강세 지속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가 계속 확대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져 위안화가 달러 대비 1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8일 고시환율을 달러 당 6.5628로 고시했다. 이는 2021년 4월 2일 이후 가장 약세다. 

역내 위안화 환율 역시 달러 당 6.6115로 2020년 11월 13일 이후 1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외환율도 달러당 6.6371을 기록해 2020년 11월 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스탠스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을 제외한 여타 다른 국가 통화들이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박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 등으로 최근 원화 흐름이 위안화와 재차 동조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엔화까지 약세를 보이자 달러·원 환율 또한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문제는 당분간 1270원대라는 레벨 부담을 제외하고는 원화 가치 절상 요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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