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세계 10대 뉴스] ④ 탈레반 20년 만에 재집권···공포정치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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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세계 10대 뉴스] ④ 탈레반 20년 만에 재집권···공포정치 현실화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12.19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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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재집권 당시 보였던 유화 제스처와는 달리 여성의 경제활동을 철저하게 억압한 것도 경제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사진=AFP/연합
탈레반 재집권 당시 보였던 유화 제스처와는 달리 여성의 경제활동을 철저하게 억압한 것도 경제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사진=AFP/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군이 본격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하자 '친서방'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너졌다. 

아프가니스탄이 얼마나 허망하게 정권이 무너질 수 있는지를 거의 ‘빛의 속도’로 보여줬다. 미국 뉴욕 9·11 테러와 미군 침공 이후 20년 만에 다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나라가 됐다. 

탈레반은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됐으며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세력을 넓혀갔다. 파키스탄 등의 지원을 등에 업은 탈레반은 1996년 무슬림 반군조직 무자헤딘 연합체로 구성된 라바니 정부까지 무너뜨렸다.

탈레반은 9·11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정부군 등과 20년 전쟁을 이어가며 세력을 회복해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전국적인 총공세를 펼쳤다. 부패한 데다 사기마저 저하된 정부군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카불 최후의 날’이 다가오면서 현지 주민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국제공항에는 국외로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렸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로 달아났다.

탈레반은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평화적 투항’을 촉구했고 결국 아프간 정부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탈레반은 곧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고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던 아프간전도 2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며 미군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아프간 정세는 4월 들어 급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 최악에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더라도 1년 6개월은 버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군은 탈레반의 파죽지세에 추풍낙엽처럼 쓸려갔다.

거침없이 전국을 휩쓸던 탈레반은 8월 15일 수도 카불에 입성했고 공포에 질린 시민은 여권도 없이 탈출하겠다며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이슬람국가(IS)는 이를 노려 대형 테러를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0일 철군 완료를 선언하며 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탈레반은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환호했다.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인권과 여성의 권리 존중 등으로 과거와 달라진 정책 기조를 내세우던 탈레반은 약속과 달리 강경파로 채운 과도 정부를 출범시켰다. 시위 강경 진압, 언론인 폭행을 일삼으며 '본색'을 드러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 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현지 여성들이 국제사회에 금융 지원 재개를 요청하고 나섰다.

아프간의 여성 의료 종사자, 교사, 인권 운동가 등은 탈레반 재집권 이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료 체불로 인해 여성들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하자 미국 등에 예치된 90억 달러(약 10조6000억원) 규모의 아프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달러 송금도 막혔다.

이후 아프간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는 등 경제 위기가 가속화됐다. 현지 주민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가재도구까지 내다 파는 상황이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지난달 22일까지 100일 동안 언론사 257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탈레반 체제를 겨냥한 공격도 계속되면서 약 630명이 테러 등 치안 문제로 죽거나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탈레반 집권 후 여러 달이 지났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불안과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8월 이후 즉결처형과 강제실종 사례가 100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인권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탈레반의 약속에도 많은 여성이 출근하지 못했고 여러 지역에서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발표한 고위 관료 명단 등 과도 정부 내각에도 여성은 배제됐다. 

탈레반 정부는 현재 외화 부족, 국제사회 원조 중단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상태로 알려졌다. 더욱이 가뭄, 물가 폭등, 실업자 폭증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는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이달초 유엔개발계획(UNDP)은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규모가 현재보다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프간은 탈레반 재집권 이후 외화 부족, 가뭄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아프간에서 2400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연말까지 320만명의 5세 미만 영유아가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탈레반 재집권 당시 보였던 유화 제스처와는 달리 여성의 경제활동을 철저하게 억압한 것도 경제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아프간 여성은 현지 고용 인구의 20%가량을 차지하지만, 탈레반 재집권 후 대부분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NDP는 “여성 임금 노동자가 배제되면 아프간 GDP가 5% 감소할 수 있다”며 최대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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