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⑫ 전기로 '통(通)'하는 세상, 기차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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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⑫ 전기로 '통(通)'하는 세상, 기차의 변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2.12 09: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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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20km 국내 최고 사양 고속철의 비밀, 동력분산
철도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탈바꿈
지멘스, 수소 연료전지 열차 개발 박차
현대로템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기 열차 KTX-이음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대, 전기로 '통(通)'하는 세상이 다가온다. 비단 승용차 얘기만은 아니다. 자동차부터 비행기, 철도, 선박, 트럭, 오토바이 등 거의 모든 이동수단이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운송수단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기가 통하는 세상'이 되는 셈이다. 

철도 100년사 다시 쓸 'KTX-이음'

자동차에 비해 높은 출력과 장거리를 운행하는 철도의 특성상 기관차는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운송수단이었다.

하지만 기관차의 디젤 엔진은 가까운 미래 '철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1월 현대로템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KTX-이음'이 운행을 시작했다. 중앙선 청량리~안동(219.4km)을 달리는 'KTX-이음'은 평일 14회, 주말 16회씩 청량리와 안동을 오간다. 1월 운행 개시 후 100일 만에 누적 이용객 26만 명을 돌파했다. 그동안 고속열차가 없던 중부내륙에 KTX-이음이 달리면서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KTX-이음은 국내 최초 동력 분산식 열차라는 점에서 기존 KTX와 차별화된다. 기존 KTX와 KTX-산천은 맨 앞과 뒤에 기관차가 전체 차량을 견인하는 '동력 집중식'이다.

반면 KTX-이음은 각 차량마다 동력을 배치한 '동력 분산식' 열차다. 출발하거나 멈출 때 걸리는 시간이 짧아 역 간 거리가 짧은 우리나라 지형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모든 차량에 승객을 태울 수 있어 효율적이다. 

특히 KTX-이음은 전기로 달리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승용차의 15%, 디젤 기관차의 70% 수준 밖에 안 된다. 한국철도는 "KTX-이음으로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달리면 소나무 여섯 그루를 심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소비량 역시 기존 KTX보다 21% 가량 적고, 승용차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철도는 2029년까지 대부분의 디젤 기관차를 KTX-이음과 같은 전기 열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연간 7만톤에 달할 것으로 한국철도는 내다보고 있다.

KTX-이음의 동력분산장치 개념도. 사진제공=현대로템

친환경·시속 320km의 비밀을 품은 객차 아래

현재 KTX-이음의 최대 속도는 시속 260k 정도지만 순차적으로 시속 320km 속도를 내는 열차가 투입될 예정이다. 2004년 4월 프랑스 테제베(TGV) 기술로 처음 도입한 KTX는 시속 300km로 달리면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국내 기술로 2세대 고속철도 'KTX-산천'을 2010년 선보였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열차 기술자립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10여년. 우리 기술로 전기를 활용한 고속 열차를 내놨다. KTX-이음은 어떻게 시속 320km급으로 달릴 수 있을까. 

비밀은 객차 아래에 있다. KTX-이음은 열차를 달리게 하는 추진장치와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 선로에서 전기에너지를 받아 들이는 집전장치(판토그라프), 열차 신호장치 등 같은 여러 장치를 필요로 한다.

이 중 추진장치는 바퀴에 힘을 전달하는 견인전동기와 이를 조정하는 주전력변환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하는 이 장치들은 동력객차의 하부마다 자리잡고 있다. 

견인전동기는 전기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변환해 바퀴에 전달한다. 전기자동차의 전기모터와 같다. 동력집중식으로 열차 10량이 기본 구성인 KTX-산천은 주력변환장치가 들어 있는 동력차 하부에 1100kW 견인전동기 8대가 설치된다. 총견인출력은 8800kW고 운용 가능한 최고속도는 시속 305km다.

KTX-이음은 주전력변환장치와 380kW 견인전동기가 동력객차 하부에 6개씩 설치돼 있다. 6량 열차 중 앞 뒤를 뺀 4량이 동력객차로 견인전동치는 모두 24개다. 이를 합친 전체 견인출력은 9120kW다. KTX-산천보다 높다. 

KTX-이음은 말 1만2200마리가 이끄는 것과 같은 힘을 낸다. KTX-산천은 1만1790마력(1마력은 0.75kW)이다. 초기가속도 KTX-이음이 높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5초로 KTX-산천(62초)보다 17초 빠르다.  

이런 동력분사식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KTX-이음을 비롯해 대부분 열차는 공기제동과 회생제동을 동시에 사용한다. 공기제동은 압축공기의 압력을 사용해 물리적으로 제동하는 것이고, 회생제동은 제동을 하며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배터리가 충전되는 전기자동차의 회생제동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브레이크 패드 마모를 줄이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도 승용차나 디젤기관차에 비해 대폭 줄였다. 

한국철도는 국내에서 개발한 고속열차 중 가장 우수한 KTX-이음에 이어 최고 시속 430km에 달하는 고속열차 '해무(HEMU-430X)'의 상용화 준비에 들어갔다. 

KTX-이음 열차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대차. 사진제공=현대로템 제공

신재생에너지로…철도 인프라의 변신

한국철도는 철도 인프라를 활용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도 추진한다. 내년까지 철도 차량기지나 역사 주차장 등 철도 부지 37만㎡에 모두 25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된 태양광 전력은 연 3200만KWh로 1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매년 소나무 22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탄소 저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한국철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철도는 "이번 사업을 발판 삼아 2030년까지 철도 분야 태양광 발전 규모를 일반 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을 넘어서는 456MW 수준까지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철도시설 태양광 설비에서 생산된 전기를 역사 전력 공급이나 철도역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세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한다. 한국철도는 지난해 모든 지하철 역사에 공기질 자동 측정기를 설치했고, 새로 도입한 모든 지하철에 공기 청정기를 설치했다. 

지멘스의 수소 연료전지 열차 개념도. 사진=지멘스 홈페이지

글로벌 선두주자 지멘스의 도전

우리나라는 현대로템이 주도한다면 철도 부문 글로벌 선도기업은 독일의 지멘스의 도전은 조금더 미래에 가깝다.

지멘스는 지난해 11월 독일 국영철도회자 '도이치반'과 협업해 수소 연료 전지 열차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2024년까지 수소 연료 전지를 이용한 전동열차 개발을 마치고 독일 남서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州)에서 시작해 튀빙겐시와 호브시를 거쳐 포르츠하임시를 잇는 약 600km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멘스가 개발하는 열차 '미레오 플러스 H'는 수소 연료 전지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조합한 동력원을 사용한다. 기존 디젤 열차를 완전히 대체할 경우 열차당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는 약 330톤에 달한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서전기 열차는 현재 상업 운행 중이다. 2018년 9월17일 '코라디아 아이린트'로 명명된 수소 열차는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의 브레어푀더역을 출발해 첫 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로 달린다. 열차 천장에 수소연료탱크와 연료 전지를 탑재한 뒤 수소와 산소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만들어낸 수소 전기는 모터를 돌리는데 사용되고 남은 전기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저장된다.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안전성이다. 수소는 폭발력이 높은 특성이 있기에 실린더 내에서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을 경우 매우 희박하지만 사고나 폭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대신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생산한 전기를 모터로 보내면 안전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현대로템도 2019년 5월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국내 최초 '수소전기열차' 개발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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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규 2021-12-13 07: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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