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⑬ 친환경·스마트 선박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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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⑬ 친환경·스마트 선박 시대가 온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2.19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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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조선 3국, 韓 친환경서 두각
韓 '조선 빅3' 올해 수주 목표 조기 달성
ICT 융합 자율주행 스마트 선박 운항 속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선보인 차세대 그린선 '가스텍'.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20년 글로벌 조선사업은 결고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신규 발주가 부진해지면서 지난해 신규 수주 선박수는 738척, 1924만 수정총톤(CGT)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상황이 반전했다. 대량의 선박 수주 계약 체결로 2020년 4분기는 2018년 1분기 이후 가장 활발한 수주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1년. 글로벌 해상 운송 수요 급증으로 전 세계 신규 선박 수주는 상반기 기준 2402만 톤으로 최대 실적을 이뤘다.

일반적으로 선박의 운용 기간은 30년 가량이다. 신규 발주는 앞으로 30년을 내다보고 이뤄진다. 최근의 선박 발주의 특징을 요약하면 '친환경'과 '스마트'(지능화)다. 성큼 다가온 미래 모빌리티 시대, 조선·해운업계에 불고 있는 지각변동을 살펴봤다. 

한국, 친환경 선박서 두각 

선박산업에 불고 있는 '녹색 아젠다' 바람을 타고 LNG, LPG 등 친환경 연료동력 선박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한·중·일 조선 3국 중 한국은 친환경 선박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상반기 기준 세계 친환경 연료전지 선박 수주량 685만CGT 가운데 한국 조선사는 총 480만CGT를 수주해 전년 동 기간의 53만CGT보다 806% 늘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0.1%로 높아졌다.

신흥 고부가가치 선박 부문에서의 한국 조선업의 경쟁 우위가 확대되는 추세며 향후 대체연료, 대형선박을 위주로 고부가가치 선박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강력한 경쟁국인 중국 또한 고급 선박제품 생산을 위해 기술개발, 산업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 전반적으로 격차가 크다.

중국은 여전히 과잉 용량 문제가 불거진 벌크선 위주 제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미래 수요(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미진한 측면이 있다.

중국은 미래형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를 효과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조선소가 거의 없고, LNG 선박은 후동중화 등 소수의 국영기업만이 건조 경험을 보유해 중국의 선박산업 발전의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올해 '제14차 5개년 개발' 등 중장기 국가발전 계획을 통해 선박과 해양공학장비산업의 고품질화를 발표하며 미래형 선박시장 또한 세계 1위 강국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제해사기구(IMO) 국제기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등 세계적인 추세에 맞춘 저탄소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내 팽배한 중국조선의 납기지연 우려와 낮은 기술 수준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장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조 조선강국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타격을 받으며 한중 경쟁에서 밀려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후 일본 조선소는 9% 미만의 신규 선박 수주 실적으로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선박 산업은 신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각 조선소 자원의 통합 및 기업간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미래형 선박 제조로 기수를 틀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지난해 9월 인도한 LNG 추진 컨테이너선.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脫 탄소 시대' 수주 목표 모두 채운 韓조선 '빅3'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야 등 이른바 조선 '빅3'가 올해 목표했던 수주치를 모두 조기 달성했다. 빅3가 수주 목표를 모두 채운 건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빅3의 수주 찬고는 컨테이너선과 친환경선, 해양플랜드에 몰려 있다. 전 세계가 '탈(脫) 탄소 시대'를 맞아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면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현황과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세계 1위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7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계약하며 일찌감치 올해 목표치인 149억 달러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총 204척 199억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의 133%를 초과 달성 중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1조원 규모의 LNG선 4척을 연이어 거머쥐며 올해 목표인 77억 달러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모두 50척, 85억8000만 달러를 수주해 목표 달성률 111%를 이룩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모두 71척, 103억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 91억 달러를 113%의 초과 수주를 일궜다. 

올해 빅3가 가장 많이 수주한 선종은 컨테이너선이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컨테이너선 수는 각각 66척, 44척, 20척이다. 여기에 더해 IMO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선박유와 더불어 LNG 등 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이중연료추진선 발주도 대폭 증가했다.

한국조선해양은 LNG 추진 선박 12척과 메탄올 추진 선박 9척을 수주했다. 31억 달러(3조7000억 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수주한 47척 중 36척을 이중연료추진선으로 채웠다. 비율은 77%다.

LNG가 대체 연료로 주목 받으면서 조선업계 '아픈 손가락'이었던 해양플랜트 발주도 늘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각각 3기와 2기 수주했다.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 웨스트 아파로의 FPSO 프로젝트 수주를 노리고 있는 삼성중공업 역시 수주가 유력하다. 

대우조선해양이 공개한 자율운항 시험단 '단비' 개념도.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전기 스마트 선박, 내년 울산 앞바다 뜬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전기추진 스마트 선박이 내년 10월 울산 앞바다에서 항해를 시작한다. 또 자율주행 선박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과 시험·평가를 담당할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가 내년 6월 울산에 문을 연다. 

ICT 융합 전기추진 스마트 선박 건조는 현대미포조선이 맡는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450억원 규모로 발주한 전기 스마트 선박은 길이 89.1m, 너비 12.8m, 높이 5.4m, 4층 규모에 2800톤급으로 건조된다.

내년 10월 울산시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 선박을 30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최대 16노트의 속력으로 울산 앞바다를 순회하는 고래바다유람선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선박은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직류 그리드 기반 전기추진시스템’, 황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는 ‘LNG이중연료 엔진’, 충돌방지 및 이안·접안 유도지원 시스템과 최적항로 추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지능형 통합제어시스템’, 선박 모니터링 및 운항을 지원하는 ‘원격관제 스마트 솔루션’ 등 국내 최초로 4개 핵심 ICT 융합 기술이 적용되는 친환경 스마트 선박이다.

또 선박 내 노후 기자재 등을 스스로 진단하는 ‘스마트 유지보수기능’ 등 승객 안전을 위한 최신 스마트 선박기술도 적용된다고 현대미포조선은 밝혔다.

자율주행선박을 향한 준비도 속도를 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자율주행선박 기술개발 사업의 실증을 위해 '자율주행선박 성능실증센터'를 울산에 개소했다. 실증센터는 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 개발과 시험·평가, 검증을 위한 장비·시스템 등 기반이 구축된다.

이어 기자재·장비, 선박 성능, 자율항해시스템 등을 실증해 축적된 시운전, 운항, 선박 성능 등에 대한 자료를 해운사, 조선소, 조선기자재 업체 등에 제공한다.  ‘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센서 등을 융합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능화·자율화된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미래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대비한 핵심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 DSME Autonomous Navigation-Vessel)’ 명명식을 하고 기술 실증에 착수했다.

단비는 경기 시화호와 영종도 서해상에서 실증 작업을 거쳐 연말까지 시흥R&D캠퍼스 내 스마트십 육상 관제센터와 연동한 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이 선박은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자율적인 항해가 가능하다. 자율주행차, 드론과 함께 무인 이동체의 한 축으로 운항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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