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사실상 디폴트...中 정부, 타격 줄이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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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그룹, 사실상 디폴트...中 정부, 타격 줄이기 안간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1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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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자지급 마감 시한 못지켜...리스크 해소 위원회 출범
중국 정부, 지준율 인하 및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적극 개입 시사
헝다 사태 방관했던 기존의 모습에서 큰 변화
헝다 그룹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접어들게 되자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헝다 그룹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접어들게 되자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무려 360조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는 중국 2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기한 내에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 그룹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접어들게 되자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 이자지급 시한 놓쳐...리스크 해소 위원회 출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해외 언론은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헝다 그룹이 당초 6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달러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헝다 계열사인 징청은 지난 11월6일까지 총 8249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두 건의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으며, 지난 6일 30일간의 유예기간마저 끝이 났다.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헝다 그룹은 지금까지 가까스로 피해온 디폴트 사태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헝다그룹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신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리스크 해소 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공시했다. 위원회는 헝다 경영진 2명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4명이 광둥성 남부 지방정부나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국영기업 대표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이번 사태는 헝다그룹의 경영 구조조정의 시작이자 디폴트의 서막으로 간주됐다"고 전했다. 

CNBC 역시 "이자를 지급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만일 그렇게 된다면 헝다는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디폴트 수순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가 몇 달 전부터 지속된 만큼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SJ은 "투자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헝다의 주식과 채권은 올해 대부분 매각됐고, 중국 지방정부는 어려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조짐에 자문단을 꾸려 헝다의 재정 내역을 조사한 바 있다"고 전했다. 

中 정부, 지준율 인하·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적극적 개입 

주요 언론들은 헝다그룹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듯 했던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헝다그룹 사태로 인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최근 몇 달 동안 '헝다'라는 곤경에 처한 부동산 회사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방관하면서 세계 시장을 겁 먹게 했다"며 "이제 중국 정부는 좀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모습이 헝다로 인한 잠재적 영향을 걱정했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 중국 공산당의 중추 기구인 중앙정치국은 내년 경제 운용 방향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규제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정치국은 "주택시장이 주택 구매자의 합리적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지하고, 부동산 산업의 건강한 발전 및 양성 순환을 촉진한다"고 언급했다. 

당초 정치국은 과거 부동산 억제 정책을 내세우면서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는 표현을 주로 써왔는데, '양성 순환'이라는 표현을 새로 넣으면서 부동산 시장에서의 완화 정책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수뇌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급준비율까지 인하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금융기관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마틴 헨넥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 아시아 대표는 "주목할 것은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최근 들어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준율 인하와 부동산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 완화, 다양한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 지원 등이 여기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당초 부실기업들, 기타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특히 이번 변화가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정책적 전환은 어려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베이징 런민대의 경제학자인 조지 유 역시 "중국 정부가 큰 위기를 피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중국 경제는 한 때 세계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지만 지금은 헝다 위기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 등의 역풍에 직면하면서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중국의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5.6%로 하향조정했는데, 이는 중국 기준으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6일 "중국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서 세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장 모멘텀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지웨이 장은 "정부의 메시지는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헝다의 무게에 짓눌려 경기가 가라앉는 것을 막기에는 아마도 너무 늦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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