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국내 OTT, 디즈니의 공습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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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국내 OTT, 디즈니의 공습 이겨낼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1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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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연일 콘텐츠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늘 무게중심은 콘텐츠 기업에게 있었지만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해당 주도권은 플랫폼 기업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넷플릭스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콘텐츠 창작자들이 줄을 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기업은 바로 ‘디즈니’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지배력을 넷플릭스가 키워나가면서 두 기업의 전략적 협력은 단절되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외부 콘텐츠 제작업체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넷플릭스가 갖게 되면서 두 기업은 서로의 경쟁자가 되었다. 

디즈니의 OTT 전쟁 참가 

OTT로 콘텐츠 경쟁의 판이 바뀐 지 오래다. 지상파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넷플릭스 등 OTT가 제공하는 킬러 콘텐츠의 화제성을 따라오지 못한다. 디즈니는 이런 점을 고려, 자사의 마블, 스타워즈 시리즈를 넷플릭스에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그 결과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익을 얻었지만 넷플릭스는 디즈니를 통해 지배력을 얻었다. 

넷플릭스가 디즈니를 비롯한 여러 기업의 콘텐츠를 공급받음과 동시에 콘텐츠 제작에 나서면서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했다. 우습게 여기던 넷플릭스가 디즈니를 위협하는 상황에 다다르자 2017년 디즈니는 넷플릭스 인수에 전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선도기업이 된 넷플릭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이미 제로였다.

디즈니가 2019년 11월,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Disney+)’를 출시한 이유이다.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 시장임에도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장악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경쟁에 뛰어들었다. 동시에 넷플릭스에 제공했던 자사의 킬러 콘텐츠 라이센싱을 중단, 두 기업이 콘텐츠 업계를 이끌기 위해 맺은 네트워크는 결국 종료를 맞이했다.

‘오징어게임’으로 화제가 된 한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 디즈니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의 영역이다. 디즈니는 이달 12일 론칭쇼를 열고 ‘디즈니플러스’ OTT 플랫폼 공식 런칭을 알렸다. 넷플릭스의 기세에 눌려있던 국내 OTT인 웨이브 등은 긴급 상황에 들어갔다. 디즈니가 후발주자임을 감안, 넷플릭스 대비 절반 수준의 구독료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창의력과 넷플릭스의 분석력

2019년 출범한 디즈니플러스는 출시한지 2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벌써 1억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디즈니의 핵심역량인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글로벌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에 넷플릭스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콘텐츠 기업은 ‘넷플릭스당하다’에서 ‘디즈니당하다(디즈니에게 침몰당하다)’ 위기에 처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을 진행했을 때 이들의 위기를 예측한 이는 많았다. 다양한 콘텐츠 기획사로부터 작품을 라이센싱하는 것과 달리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면 다양한 콘텐츠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승부가 도박산업이라고 불리는 만큼 성공확률이 매우 드물어 지속성장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넷플릭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 콘텐츠 큐레이션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수많은 고객들이 그간 쌓아놓은 시청 데이터를 통계 분석을 통해 시청자들의 미래 기대작, 요구사항을 선제적으로 포착해서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콘텐츠 경쟁력은 수많은 컴퓨터, 통계학, 수학적 추론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디즈니는 수십 년간 쌓아온 콘텐츠 기획제작 노하우가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 동양과 서양의 양대 축은 디즈니와 텐센트이다. 텐센트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강력히 받고 있기에 디즈니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건 보다 수월한 상황이다. 수많은 창작자의 콘텐츠 아이디어 발굴은 암묵지(과학적 추론으로 불가능한 통찰)에서 나온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런 면에서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대립은 흥미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창작자)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디즈니의 기획 노하우와 과학적 추론 능력을 중시하는 넷플릭스의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가 대립하는 형국이다. 콘텐츠에 관해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디즈니와 분석역량으로 트렌드도 만들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대결이다. 

디즈니 드라마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

위기에 처한 국내 OTT

국내 OTT 업체들도 수천억의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내세우는 자본이 워낙 압도적이기에 두 글로벌 기업의 쩐의 전쟁에 휘말려 자칫 동일한 방향으로 경쟁하면 성장은 커녕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 대작 드라마로 디즈니와 넷플릭스에 맞서는 것보다 다양한 콘텐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더 중요한 건 국내 OTT 업체의 역량 축적에 있다. 국내 기획사 그리고 굴지의 콘텐츠 기업들은 넷플릭스 같이 통계적 추론을 통한 고객분석 능력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디즈니처럼 수십 년간 쌓은 노하우도 없고 그들처럼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글로벌 IP도 보유하지 못했다. 국내업체 간 전략적 제휴로는 역량을 축적하기 어렵다.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은 내수시장 경쟁에 집착했고 플랫폼의 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BTS 등 국내 아티스트가 적극적으로 글로벌 문을 두드린 데 비해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과감하게 진출하지 못했다. 결국 최대 화제작인 ‘오징어게임’도 놓치고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콘텐츠 안방을 공습 당하는 상황에 처했다. 

디즈니의 공습에 넷플릭스가 위기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가장 큰 위기는 사실 국내 OTT 기업들이 직면했다고 봐야 한다. 넷플릭스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켜낼 것인가, 빼앗길 것인가.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되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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