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30대 임원과 40대 부사장, 세대교체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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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30대 임원과 40대 부사장, 세대교체의 이면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12.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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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IT기업 네이버가 1981년생, 41세를 신임 CEO로 선임한 후 임원인사는 세대교체 가속화 페달을 밟고 있다. SK그룹이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모두 통일한 이후 1982년생 40세 부사장이 등장했으며 삼성전자에서도 연이어 30대 신임 임원과 40대 부사장을 탄생시켰다. 뒤이어 현대자동차에서도 43세 장웅준 상무가 최연소 전무에 오르는 기록을 낳았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삼성, 현대차, SK 등이 연이어 30대 임원과 40대 부사장 또는 CEO를 탄생시키며 임원인사의 핵심 공식은 30대 임원, 40대 부사장으로 요약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불던 세대교체를 재계가 더 가속화시킨 모양새다. 승진하지 못한 40대 중후반 부장이나 50대 임원들은 세대교체의 타깃이 되어 전전긍긍한다는 분위기도 전해지고 있다.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 세대교체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세대교체가 부각된 이유는 산업 영역을 불문하고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기술과 콘텐츠가 융합된다는 상식을 넘어 신규 트렌드가 IT분야에서 쏟아지고 있고 이를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융합이 일상화되고 경계선이 무너지는 추세에 대응하려면 젊은 임원이 필수라고 재계는 판단했다.

단적인 예로 현대자동차는 연구개발본부장으로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을 탄생시킨 비어만 사장을 이번에 교체했다. 비어만 사장은 BMW의 M 브랜드 개발을 이끌며 자동차 고성능 분야의 대표적 인물로 평가 받지만 완성차에 최적화된 인물이기에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방향성을 이끌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의사결정이 현대차 내부에서 내려졌다. 

대기업에서 근무한 50대 이상의 임원들을 만나면 그들에게서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느낄 수 있다. 이는 30대~40대 임원들이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역량이다. 그러나 이 또한 산업 환경이 안정적이고 변화의 속도가 점진적일 때 빛날 수 있다. 지금은 경쟁의 속도가 빠르고 신기술이 6개월도 안 되어 구식화되기에 조금 더 빠른 대응과 실행력이 요구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기라도 한 듯 각 그룹의 CEO들은 임원 승진에 필요한 직급별 체류연한을 폐지하고 패스트 트랙 제도의 도입을 선언하고 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전무 직급을 완전히 폐지하고 상무-부사장-사장으로 임원 직급을 3단계로 단순화시켰고 SK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장을 제외한 모든 임원의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시켰다. 

세대교체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기업들이 혁신과 생존을 위해 젊은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는 걸 비판할 수는 없다. 실제로 임원인사에 관해 각 그룹의 CEO들은 모든 역량을 집중, 심사 숙고해서 이를 판단한다. 적재적소에 젊은 인물을 배치해서 탄력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임원인사의 방향성을 세대교체에 지나치게 두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30대 인재를 임원으로 승진시켰다고 화제가 된 적은 없다. 우리와 서구의 문화적 차이도 존재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성과주의를 기조로 우수인재를 발탁시키고 있기에 나이가 인사관리의 핵심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변화 속도가 빠르고 산업의 영역이 불분명해져서 젊은 인재 등용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글로벌 기업은 없다.

우수 인재를 발탁시켜 연령과 상관없이 중책을 맡길 필요는 있지만 인사는 신중해야 한다. 참고로, 30대 CEO 또는 임원이 가장 많이 등장한 분야는 바로 IT업계이다. 신기술 및 융합의 속도, 제품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CEO가 반드시 조직문화를 개선하거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긍정적인 역할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IT업계에서 젊은 임원 및 CEO가 조직관리에 어려운 면을 보여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거나 구성원과의 마찰이 극심해서 중도 사임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올해 조직관리 및 운영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보여 언론에 노출된 기업도 대부분 젊은 임원이 중심인 IT기업이었다. 세대교체는 필요하지만 무조건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위험하다.

연말 재계인사에서 3~40대가 임원으로 중용되는 등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무조건 젊은 인재를 선호하는 현상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사진=연합뉴스

임원인사를 통한 세대교체의 이면

연공서열이 아닌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기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도 아닌 경제의 영역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무조건 젊은 인재를 외치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는 있다.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시대 흐름에 뒤처진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요즘 젊은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 모른다. 

세대교체를 통해 30대 임원, 40대 부사장 또는 CEO가 탄생하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실제 현장에서 선호되는 것도 아니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서는 빨리 퇴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상대적 박탈감만 커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직관리 역량에서 검증되지 않은 젊은 인재의 임원 승진에 대해 걱정하는 얘기도 들린다. 

30대 인재를 임원으로 발탁시키고 40대를 부사장급 경영진으로 선발하라는 특명보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성과주의와 조직관리능력을 토대로 인재를 핵심 포지션에 중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젊은 인사를 임원으로 선발한 조직이 더 빠르게 변화에 대응해서 혁신을 창출하거나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지나치게 나이에 얽매여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 성과를 토대로 우수인재를 발탁시키는 자연스러운 풍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가 임원인사의 핵심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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