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쿠팡, 콘텐츠 통해 글로벌을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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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쿠팡, 콘텐츠 통해 글로벌을 넘보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9.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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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콘텐츠 분야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새롭게 문을 연 'SNL코리아'가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OTT)을 통해 공개된다고 예고했을 때 “쿠팡이 이제 콘텐츠도 만들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쿠팡의 영상 플랫폼인 쿠팡플레이는 'SNL코리아'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수많은 이슈를 몰고 왔다. 유통 분야의 쿠팡겟돈이 콘텐츠 분야까지 확장된 느낌이다. 

쿠팡플레이는 SNL코리아 이외에도 영화,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등으로 영역을 넓혀 tvN 등 예능과 드라마에 특화된 채널부터 경쟁 OTT까지 모든 콘텐츠 플랫폼과 대립 전선을 넓혔다. 유통업계에서 로켓배송 기반 물류 경쟁력을 보였던 쿠팡이 OTT에 진출한다고 선언했을 때 회의적으로 이를 전망했던 콘텐츠 업계의 평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레드오션인 OTT에 발을 들여놓은 쿠팡

OTT(Over The Top)란 기존 통신 및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TV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는 다양한 규제를 받는 방송사와 달리 OTT는 다수의 사용자가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보기에 이용시간과 모바일, PC 등 매체의 특성에 제한 받지 않는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OTT의 대표 사례이다. 지상파, 종편 등 방송사는 콘텐츠 제공이라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종 규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OTT 서비스에 대해 매우 예민하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국내에서 힘을 못쓰던 OTT도 지난 2년간 국내 미디어 시장 자체를 빠르게 재편했다.

이미 OTT의 잠재력을 확인한 CJ EN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콘텐츠 기업뿐만 아니라 SKT, KT 등 통신사까지 OTT 시장에 진입하며 향후 3~5년내 3000억~1조원에 가까운 거액을 콘텐츠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1990년대 중반, 삼성, CJ, 대우,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영상 분야에 진출하며 대전을 벌이던 때와 동일한 모습이다.

CJ, SKT 등 콘텐츠 기업과 지상파, 통신사 등이 OTT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콘텐츠 패권을 차지하는 데 있다면 쿠팡의 OTT 진출은 알려진 바와 같이 기존 로켓와우 유료회원들을 묶어두는데 있기에 그 근본적 성격이 다르다. 다른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인 콘텐츠에 올인했다면 쿠팡은 유통분야 고객을 위해 콘텐츠를 추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셈이다.

이 전략은 쿠팡이 이미 밝혔듯이 쿠팡의 롤 모델인 아마존의 전략과 동일하다. 상거래 플랫폼 유료회원에게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를 많이 살펴보고 동일한 노선을 걷고 있는 플랫폼이 지금의 쿠팡플레이다. 참고로, 즐기고 보는 재미에서 쇼핑과 콘텐츠를 따라갈 수 있는 건 없다. 이커머스와 콘텐츠의 융합은 그래서 필수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2018년 1월 홈쇼핑 업계의 선두주자인 CJ오쇼핑과 콘텐츠 업계의 1위 CJ E&M이 합병을 선언, CJ ENM으로 이름을 다시 내걸었을 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미디어커머스 융복합 기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접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선언했을 때 이 두 영역의 결합은 넌센스라고 평가한 이들이 많았다.

쿠팡플레이의 첫 드라마 '어느날' 사진=연합뉴스

 

콘텐츠 통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꿈꾸는 쿠팡

3년 전, 일반인은 커녕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미디어커머스 융복합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CJ의 주장은 이제 글로벌 업계에선 표준이 되고 있다.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 역시 유통 분야를 관심경제의 영역으로 새롭게 규정,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엔터테인먼트와 유통·커머스의 결합은 필수라고 선언, SK 야구단을 전격 인수했다.

유통 분야의 경쟁력을 하루 아침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이커머스 시대라고 하도 글로벌 물류센터 설치, 로켓배송 같은 얘기는 미국 등 광활한 영토를 지닌 나라에선 꿈 같은 얘기이다. 단,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 세계에 자사의 브랜드를 단기간에 각인시킬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바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야구단 인수를 선택했고 쿠팡은 OTT 영상서비스를 선택했다. 신세계의 야구단과 이베이 인수가 국내 시장에서 쿠팡을 견제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쿠팡의 OTT는 전 세계에 쿠팡 브랜드를 각인시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있다. 신세계의 경쟁 상대가 더 이상 롯데가 아니듯 쿠팡은 경쟁 상대로 국내 기업을 고려하지 않는다.

쿠팡은 이미 100조원이라는 경이적인 시가총액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그 가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지금도 58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 이익보다 그들이 지향하는 미래가치에 대해 시장은 더 높은 평가를 내렸고 지금도 이들의 변신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기에 쿠팡은 유통 분야의 혁신보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OTT를 선택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OTT에서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면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엄청난지 국내 모든 기업들은 실감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D.P.'가 주목을 받자 대한민국의 국방부장관이 반론을 제기했고 넷플릭스가 최근 내놓은 '오징어게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압도적 화제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 명분은 더 생겼다. 

쿠팡은 비대면 쇼핑의 절대 강자로 불린다. 유통 분야에서 신세계와 롯데를 저 멀리 따돌린 쿠팡이 본격적으로 커머스와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가 어디까지인지를 실험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쿠팡은 자사고객 묶어두기(Lock-In)와 관심경제의 주요 목표인 초반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OTT 서비스를 통해 탑 그 이상(Over The Top)을 꿈꾸는 쿠팡, 콘텐츠를 지렛대로 글로벌을 넘보는 그들의 실험이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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