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약진’에 반격 나선 네이버, 왕좌 지켜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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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약진’에 반격 나선 네이버, 왕좌 지켜낼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03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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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1위지만 ‘불안정한 배송 속도’ 약점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 8%에 불과…쿠팡은 32%
시장 전문가 “자체적 물류 투자 추가로 이뤄져야”
네이버 “중소상공인 글로벌 진출 도울 것”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업계 1위인 네이버쇼핑과의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선두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최대 36억 달러(3조9852억)라는 실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주자인 네이버쇼핑이 '1위 수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7%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쿠팡이 13%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쿠팡이 4조 원이란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물류·콘텐츠·배달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네이버 약점은 ‘물류’...업무 제휴와 맞춤형 지원으로 돌파

지난 2일 열린 네이버의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도 쿠팡의 약진은 초미의 관심사중 하나였다. ‘쿠팡에 비해 물류가 약하지 않냐’는 질문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생활필수품 등 빨리 도착해야 하는 물품들 중심으로 CJ대한통운과 함께 ‘내일도착·당일도착’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네이버쇼핑의 최대 약점은 ‘물류’로 꼽힌다. 경쟁사인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타 이커머스 업체 대비 하루에 처리 가능한 물량이 10배는 더 많은 셈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와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 총괄이 CJ-네이버 사업 제휴에 합의했다. 사진제공=CJ그룹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와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 총괄이 CJ-네이버 사업 제휴에 합의했다. 사진제공=CJ그룹

반면 네이버쇼핑은 자체적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않아서 스마트스토어 입점사업자가 네이버의 ‘4PL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직접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운동화’를 사면 배송이 하루 만에 오지만, ‘코트’를 사면 일주일이 넘어서도 오지 않는 등 불안정한 배송 품질이 큰 단점이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 쪽은 쿠팡에 비해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네이버가 쿠팡처럼 물류가 탄탄해지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스토어 8개 입점사의 풀필먼트 서비스 외에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물량까지 서비스를 진행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쇼핑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협력 모델을 강화해 당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이 도착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올해 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신선식품 배송 역시 또 다른 협력관계를 통해 풀어낸다는 복안이다.

네이버쇼핑은 입점 사업자별로 물류 솔루션을 다양화해 중소상공인(SME)들의 물류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차별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김평송 네이버 사업개발실 리더는 “쿠팡은 직매입과 직물류가 핵심이지만, 네이버에는 42만명의 다양한 셀러가 있고, 유저는 상품별 특징에 따라 다양한 배송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저는) 빠른 배송도 원하지만 교환·반품을 잘 풀어낸다든지, 프리미엄 상품배송을 원한다든지, 당일 배송인 신선식품을 빠르고 신선하게 콜드체인으로 배송하려고 한다”며 SME와 이용자가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맞춤형’ 물류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지난해 6월 유료회원제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를 출시했다.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가 지난해 6월 유료회원제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를 출시했다. 사진제공=네이버

아쉬운 소비자 충성도…유료멤버십 가입자는 '단8%'

일각에서는 쿠팡에 비해 떨어지는 네이버의 소비자 충성도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쿠팡의 상장 신고서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 수(active customer)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85만 명으로 불과 1년 사이에 25.9%가 늘었다. 이 중 매달 2900원을 내는 쿠팡 멤버십 ‘로켓와우’ 가입자는 32%로 최소 475만 명에 달한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2000만 명(스마트스토어 결제자 수)의 사용자를 기록했지만 아직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수는 250만 명 수준이다. ▲쇼핑 결제금액 최대 5% 추가 적립 ▲웹툰 포인트, 영화 감상권,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이용권 등 디지털콘텐츠 중 택 1 ▲OTT서비스 ‘티빙’ 구독권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자 대비 8%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쿠팡이 멤버십을 통해 강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네이버가 상품별 추가 적립, 친구 추천 이벤트, 통장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포인트 적립 방법으로 돈을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간 멤버십’을 출시해 기존 가격보다 20% 낮은 4만8000원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쿠팡보다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가 부족한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안정된 배송 서비스에서 오는 쿠팡만의 물류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은 서비스 초기부터 직매입한 상품들을 물류센터에 구축해놓고 어디서 어떤 물건을 주문해도 빠른 속도로 고객의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IB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시간이 갈수록 사용 고객들이 완전히 록인(Lock-in, 묶어두기)되는 현상이 소비자 지표로 확실하게 보여지는 반면, 네이버는 소비자 지표까지는 공개한 적이 없으며 항상 공개했던 건 판매자 지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는) 물류에서 오는 소비자 충성도가 약점이기 때문에 파트너십 추가 확대, 자체적인 물류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쇼핑 대 쿠팡 관련 지표 비교. 자료제공=교보증권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주요 관련 지표 비교. 자료=교보증권

쿠팡 ‘이커머스’ 왕좌 오를까…네이버 “글로벌 진출 염두”

지난해 기준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26조8000억 원으로, 쿠팡의 거래액 20조9000억 원에 비해 6조 원 가까이 앞섰다.

주목해야 할 점은 쿠팡의 무서운 성장 속도다. 지난 2016년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4%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13%를 기록하며 3배 넘게 성장했다. 

반면 네이버는 2016년 7%의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17%를 기록하며 두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으나 양사의 간격은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 성장률은 전년대비 85%로 네이버의의 37%를 압도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년내에 순위바꿈이 일어날 수도 있다.

더구나 이달 중에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쿠팡이 기업공개로 4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확보하게 되면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추가 물류 인프라 확보, OTT ‘쿠팡플레이’ 콘텐츠 보강, 5~10% 남짓하는 쿠팡이츠 시장 점유율 강화 등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이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받는 것은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의 절대적 사업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이 커지고 있더라도 한 회사로 집중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압도적인 성장세에 다른 경쟁업체들이 예상보다 빨리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중국 알리바바와 미국 아마존의 자국 내 시장점유율은 40%를 훌쩍 넘는다.

이같은 쿠팡의 거센 도전에 대해 네이버는 ‘SME 글로벌 진출’로 무대를 넓히겠다며 한발 비켜 선듯한 전략을 내놓았다. 한성숙 대표는 “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이 물류 고민 없이 네이버에서 창업하고, 성장한 뒤 글로벌까지 진출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데 향후 3년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K-패션’의 메카 동대문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동대문에서 브랜드가 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선별해서 이들의 글로벌 연결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지난 5년간 온라인 창업자는 40만 명이 넘었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창업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만큼, 중소상공인이 글로벌로 상품을 잘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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