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車배터리 전문가 박철완 교수 "LG-SK, 분쟁 장기화시 실익없어...상생의 길 찾아야"
상태바
[인터뷰] 車배터리 전문가 박철완 교수 "LG-SK, 분쟁 장기화시 실익없어...상생의 길 찾아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2.25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SK 배터리분쟁, 출구전략 필요"
"코나 등 반복된 배터리 화재 근본원인은 '기초역량' 부족"
"SK이노, 수조원대 합의금 지급 안 할 우회 방안 많아"
"국내 전지 기초연구역량에 상생 투자방안 마련해야"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국내 전기차 배터리 부분 전문가인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그동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내 굴지의 배터리업체간 분쟁에 대해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박 교수와 인터뷰를 한 24일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코나의 잇따른 화재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으나 차량용 배터리의 음극 탭 접힘현상, 즉 배터리 셀에 문제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중국공장에서 차량 생산시 조립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일 수 있다"면서 "국토부 조사시 재현 과정에서 배터리로인한 화재 발생은 일어나지 않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먼저 박교수에게 현대차 코나 화재 관련 의견을 물어봤다. 박 교수는 전기차 생산 초기단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제조사의 문제일 수 있으나 국내에서 반복되는 배터리 화재의 근본 원인에 대해 배터리 생산업체의 ‘기초역량’ 부족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 간 배터리 특허침해 분쟁 역시 기초 역량 부족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양사의 특허문제 해결 방안으로 ‘중간 지대’라는 제 3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 양사가 출연해 재단을 만들고 소외된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장학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그를 만나 이런 제안을 한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중대형 파우치 배터리를 만든다. 사진제공=각 사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중대형 파우치 배터리를 만든다. 사진제공=각 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은 한국의 배터리 분야 기초역량과 어떤 연관이 있나.

▲기술력으로 한국 업체들이 압도적인 1위라면 국내 업체 사이의 갈등은 오히려 경쟁을 촉진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현 상황을 말한다면 기초역량은 부족한데 싸우고만 있으니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양사의 분쟁 과정에서 한쪽 기술력이 우월했으면 상황은 이렇게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LG의 기술력이 앞서서 SK가 인력을 빼 오고 특허를 침해했다는 건 단편적인 인식이다. 현재 세계 최고 배터리 기술 업체는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중국 업체들이 우리 뒤에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이미 옆에 있거나 앞서 있다. 양사의 싸움이 길어지면 패자는 SK이노베이션이나 LG에너지솔루션이 아니라 한국 전지 업계일 수 있다. 전지 산업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우리 모두가 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는 의견이 새로운데.

▲ 우리 전지 학계는 기초 역량이 약하다. ‘카피캣’이 많다는 이야기다. 기초가 곧 깊이다. 기본을 충실히 연구한 학자가 부족하니 화재가 발생해도 원인을 모른다. 조금만 응용하면 오류가 발생했을 때 원인 파악을 못하는 거다. 한국 제조사가 만든 전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원인을 찾지 못 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다. 중국과 일본 학자들이 쓴 논문이 기초역량은 물론이고 실용성 측면에서도 뛰어난 것들이 많다. 이대로 계속 가면 국내 전지 사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SK와 LG 간 갈등은 전지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건이다.  

박 교수는 국토부 조사결과 발표 이전부터 코나 사태의 원인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리막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2008년 LG전자 노트북 배터리 폭발, 2016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폭발 등 다양한 배터리 화재사고의 원인을 밝혀 낸 바 있다. 

-국내 전지 업계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가. 

▲ 현재 SK에너지솔루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오랜 기간 분쟁을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힘을 집중해서 미래를 준비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삼성SDI는 양사보다 기술력이 부족하다. 지금 전지 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4680배터리인데, 파나소닉과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동안 SK·LG가 경쟁력을 잃으면 삼성SDI 역시 살아남기 어렵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필연적이다. 전지 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자사 차량에 탑재한다고 발표한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배터리 대비 주행거리를 16% 늘리고 생산비용은 56%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중·대형 파우치 배터리를 만드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배터리의 생산성에 밀려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엔솔과 SK이노간 분쟁 해결 방안으로 재단 설립을 주장한 이유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인가. 

▲ 맞다. 이제 합의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LG엔솔이 선택한 전략은 ITC(국제무역위원회)에서는 승리했지만 SK이노가 증거를 훼손하고 포렌식 명령을 위반하는 등 절차를 문제삼았다. 특허침해라는 사실관계 인정과는 별개 문제다. SK이노가 합의금을 주고 싶어도 관련 사안에 대해 ITC가 아닌 미국 법원, 한국 법원 등에서 모두 특허 침해 사실에 대한 공통된 결과가 나와야 가능하다. 이런 절차 없이 합의금을 지급하면 배임혐의로 기소된다. 더욱이 SK입장에서는 포드와 배터리 합작회사를 설립하면 그만이다. ITC 판결을 피해가면서 미국 내 영업이 가능하다. 이젠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양사의 출구전략으로 왜 재단 설립을 통한 연구비와 장학금 지원을 제시했나. 

▲양사가 합의는 못하는데 차량용 배터리 시장은 계속 커진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강점은 제품화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치고 나가야한다. 최근 상황을보면 그 힘이 약해지고 있다. 계속 지적한 기초 연구력의 문제다. 중국은 소재부터 완성차 업체까지 전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일본의 기초 연구력은 한국보다 앞선다. 토요타 등 제조사가 배터리 연구를 시작하면 한국 기술력을 앞설 수 있다는 경계감을 가져야 하는 시기다. SK·LG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 업계의 기초를 튼튼히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배터리에 관심 있는 학생은 많은데 일류대학을 제외하면 현재 연구비가 부족하다. 합의금으로 쓸 돈을 SK와 LG가 8대 2정도로 부담하는 게 양쪽에 다 좋다. 

 -ITC 판결에서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이 재단설립에 기금 출현 등 제3의 합의안에 동의할 이유가 있나. 

▲현 상황이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다면 아예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고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ITC판결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행정소송이 이어지면 최대 10년 이상 길어질 수도 있다. 그 사이에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 여러 차례 이뤄질 텐데 양사 모두에게 100% 유리하지 만은 않다. 이미 에너지밀도에서 양사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모양새 좋게 합의를 하고 국내 기초 연구력에 투자하는 게 선택 가능한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본다. 양사에 강요할 생각은 없다.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면 양사가 알아서 선택할 거라 본다. 
 

박철완 교수는 산업통상부 산하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 센터장,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 총괄간사 등을 역임하고 한국전지학회·탄소학회 이사를 지낸 배터리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학력
서울대학교 공학사, 동대학원 공학석사·박사

-경력
산업통상부 산하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 센터장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자문역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 기술총괄 및 간사
산업자원부·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종합상황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